

단지 나는 한 배를 이끄는 함장의 위치를 존중했을 뿐이다.
이게 무슨 사적인 만남도 아니고, 업무를 위해 만난 거라면 상대의 직위에 걸맞는 태도를 보이는 건 상식이 아닌가?
게다가 상대가 처음부터 부함장을 보내 나와 이야기를 하게 했더라면 나는 처음부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이야기하던 것은 함장. 그의 의견은 곧 그 집단의 의견이며, 그 이외의 의견은 잡음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어디까지나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그 잡음을 배제했을 뿐.
함장에게 호의를 품은 것이 아닌, 잡음을 내려고 하는 무례를 차단한 것이다.
한 배의 함장에게 존댓말과 합당한 예절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매너를 지키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의 명예를 깎는 행위이며, 나아가서는 내가 속한 집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다.
그것이 곧 매너이고 사회의 룰. 나는 단지 사무적인 태도로 응한 것 뿐인데, 왜 다들 나에게 호의적이라 말하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군.
"그렇게라도 존중받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거든."
"......알겠다, 함장."
그쪽으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