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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상기 링크에서 내가 간략히 설명해 놓은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크리스토퍼 보글러 저)'
그리고 구조주의 서사이론에 대해 읽고 오면 좋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기 전에
어떤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가
남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썼는가
이런 걸 분석하면 좋겠지
구조주의 서사이론, 특히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크리스토퍼 보글러 저, 이하 보글러의 작법 이론으로 함)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가 있음
보글러의 작법 이론에서 제시하는 건 3막 12단계 구조임.
1막 (질문 제기 - 이아손은 왕위를 되찾을 것인가?)
1.영웅은 일상 세계에서 소개되어, 그곳에서
2.모험으로의 소명을 받는다
3.영웅은 처음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주저하거나 소명을 거부한다. 그러나
4.정신적 스승의 격려와 도움을 받아
5.첫 관문을 통과하고 특별한 세계로 진입한다. 그곳에서
2막 (질문 연기 -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가면서 나오는 활극이 표면에, 한편 영웅으로서의 자질 시험)
6.영웅은 시험에 들고, 협력자와 적대자를 만난다.
7.영웅은 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 진입하여,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데
8.그곳에서 영웅은 시련을 마주하고 이겨낸다.
9.영웅은 대가로 보상을 받고
3막(질문 해답 - 이아손은 부당한 찬탈자인 삼촌을 끌어내리고 왕위에 오른다)
10.자신이 떠나왔던 일상 세계로 귀환의 길에 오른다
11.영웅은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해 부활을 경험하고, 그 체험한 바에 의해 인격적으로 변모한다
12.영웅은 일상 세계에 널리 이로움을 줄 은혜로운 혜택과 보물인 영약을 가지고 귀환한다
이 12단계는 캐릭터아크(인물호)와도 바로 연계되어 있음. 캐릭터아크는 인물의 내면적 혹은 외면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것임.
3막 12단계 구조는 이 캐릭터아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포석 같은 걸로 보면 됨.
진짜 중요한 건 캐릭터아크라는 거지.
캐릭터아크
1.문제 인식의 한계
2.인식의 재고
3.변화를 주저함
4.주저함을 극복함
5.변화를 시도함
6.최초의 변화를 체험함
7.큰 변화를 예비함
8.큰 변화를 시도함
9.시도의 결과
10.변화 방향의 재정립
11.변화를 향한 최후의 시도
12.문제의 최종 해결
이 구조가 이야기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예시를 통해 볼 건데
일단 비트 바이 비트 분석을 할 거임
이야기를 비트(행동과 그에 따른 반응) 단위로 쪼개는 거임.
내가 이번 글에서 예시로 삼은 건 베르세르크 1권 낙인 에피소드 (95p ~ 166p)까지임.
베르세르크는 안티 히어로물이고, 전형적인 영웅담이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예시로 가져온 에피소드는 베르세르크라는 긴 서사 안의 짧은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에
캐릭터아크가 주인공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됨.
하지만 그래도 분석은 할 수 있음.
먼저 주제 의식, 즉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과 그 해답을 제대로 캐치해야 함
그 다음에 비트 바이 비트 분석을 보며 12단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함
해당 에피소드를 비트 바이 비트 분석하고
그걸 3막 12단계를 적용하면 아래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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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질문 제기 : 약한 자는 사라져야 하는가
1) 파크가 가츠를 찾아 다닌다. 가츠와 조우한다.
2) 파크가 가츠에게 몸 상태를 묻는다. 가츠는 매몰차게 대하며 약한 것들은 싫다고 반응한다. "약한 것들은 보고 있으면 비틀어 부숴버리고 싶어져.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입만 살아 사람 주위를 파리처럼 날아다니고…."
3) 가츠의 매몰찬 행동에 차크는 얼간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1 일상 세계 소개
4) 장면 전환) 빗속을 걷는 가츠. 성직자가 마차가 다가와 타지 않겠냐고 한다. *2 모험으로의 소명 전령관-성직자
5) 가츠는 자신은 악령이 씌여 있다고 말한다. *3소명 거부
6) 성직자의 설득에 결국 가츠는 마차를 얻어 탄다. *4. 정신적 스승-성직자의 격려로, *5 첫 관문 수호자-가츠 자신의 거부감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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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질문 연기 : 다른 약한 자들에게 기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질문의 해답을 연기
7) 성직자의 딸이 포도주를 건네며 가츠의 상처를 묻는다. 가츠는 악령에 쫓기고 있다고 답한다.
8) 성직자가 가츠에게 용병이냐고 묻는다. 가츠가 그렇다고 하자, 성직자는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는 장사는 인과응보가 돌아온다고 말한다. *6. 영웅은 시험에 들고 협력자-소녀와 적대자-성직자를 만난다.
9) 성직자는 자신의 조카도 용병으로 살다 죽었다고 한다. 가츠는 그 조카는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죽은 거니 행복한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죽으면 뒷일은 없다고 한다. *7 두 번째 관문 수호자-성직자 통과
10) 가츠, 잠을 좀 잔다고 말한다. 소녀가 덮을 것을 준다.
11) 장면 전환) 꿈 속의 가츠. 저주 받은 태아에게 쫓긴다. 가츠가 그것을 잡는 순간, 잠에서 깬다. *8 시련을 이겨내다
12) 장면 전환) 잠에서 깨어보니 괴생물체가 가츠 앞에 있다. 가츠는 그것을 죽인다.
13) 그것을 본 성직자와 딸은 놀란다. 가츠는 몽마라고 설명한다. *9 보상을 받는다
14) 성직자가 당황한다. 가츠는 자신의 표식을 보여주며 정말 악령이 붙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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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질문 해답 :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리고 (작의 후일담이지만) 나약했던 자신조차도 긍정할 수 없다.
15) 주변의 공기가 바뀌고 가치는 모두에게 마차에서 나오지 말 것을 명한다. 하지만 말들이 진정시키기 위해 나온 성직자의 딸이 창에 땅에서 솟은 창에 찔린다. *10 일상 세계로 귀환
16) 그때 수많은 언데드가 가츠 일행을 포위한다.가츠는 그들과 싸운다.
17) 그것을 보던 파크가 감탄하다가, 마차 안에서 일어난 소동을 목격한다. 마차 안에서 죽은 줄 알았던 소녀가 성직자의 목을 벤 채 서 있다.
18) 칼을 들고 다가오는 소녀. 가츠는 소녀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몸이 굳는다.
19) 소녀가 가츠를 찌른다. 가츠는 소녀를 벤다. *11 부활의 경험. 인격적 변모
20) 이어서 스켈레톤이 가츠를 공격한다. 와중에 가츠는 자신의 뺨에 그어진 상처를 본다. 구토를 한다.
21) 가츠는 밤새 스켈레톤과 싸운다.
22) 파크가 가츠에게 소녀의 죽음이 그의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츠는 웃으며, 당연히 그러하다고 말한다. "저 두 사람에겐 '나'라는 재앙에서 몸을 지킬 힘이 없었던 거지" *12 영약을 가지고 귀환
23) 그때 주변에 메아리가 친다. 가츠에게 도망갈 수도, 회피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가츠는 분노하며 포를 쏜다.
24) 가츠는 그 자리를 떠난다. 파크는 그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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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12단계에 대응하는 가츠의 캐릭터아크, 다시 말해 내/외면의 행동을 분석하면
1.문제 인식의 한계 = 약한 자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
2.인식의 재고 = 그럼에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사람들에게 조금 기댈 수 있지 않을까.
3.변화를 주저함 = 아냐, 난 타인에게 기댈 수 없어
4.주저함을 극복함 = 냉소적이지만 타인에게 기대 본다.
5.변화를 시도함 = 마차에 탄다
6.최초의 변화를 체험함 = 소녀에게서 마음의 안식을 느낀다.
7.큰 변화를 예비함 = 자신의 마음 깊은 곳 트라우마와 직면
8.큰 변화를 시도함 = 트라우마를 대하는 민감한 태도
9.시도의 결과 = 결국 난 혼자 살아가야 할 존재야
10.변화 방향의 재정립 = 마물들과의 싸움이 익숙해
11.변화를 향한 최후의 시도 = 소녀의 따뜻함마저도 날려버린다.
12.문제의 최종 해결 =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편견의 재확립, 강화.
캐릭터 아크를 보면 알겠지만, 가츠는 자신의 원래 편견이 더 강화되는 캐릭터 아크를 겪었음.
이러한 변화도 변화이고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이러한 변화를 겪어야지 서사가 앞으로 나아감
앞서 베르세르크가 안티 히어로물, 전형적인 영웅담이 아님, 예시로 가져온 게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 라는 점을 얘기했지만
결국 보글러의 작법 이론 안에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다만 우리가 클리셰처럼 알고 있는 영웅담이 아닐 뿐이지.
전위적인 이야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렇게 분석이 가능함.
분석이 가능하다는 건 그걸 조금만 뒤틀면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거지.
가능하면 이런 분석법을 체화해야지, 이야기를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옴.
추가로 비트 바이 비트 분석한 거 보면
관문 수호자니, 전령관이니 적어놨는데
보글러의 작법 이론이 제시한 각 인물의 캐릭터 특성임
나열하자면
영웅 - 변화를 경험하는 주인공
정신적 스승 - 영웅에게 필요할 때 조언이나 아이템을 주는 역할
관문수호자 - 영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테스트를 하는 역할
전령관 - 영웅이 새로운 여정으로 들어갈 수 있게 사건을 견인하는 역할
변신자재자 - 극에 의심과 불확실을 불어넣는 극적 기능을 하는 역할
그림자 - 영웅의 여정에서 가치 있는 대적자의 역할
협력자 - 영웅의 여정을 함께 하는 역할
장난꾸러기 익살꾼 - 극의 긴장감을 줄이고 웃음과 해학을 불어넣는 역할
이렇게 있음.
근데 뭐 캐릭터 특성이 8개나 있지?
그럼 작중 등장인물은 최소 8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 건가?
싶겠지만
위 비트 바이 비트 분석을 보면 성직자가 상황에 따라 전령관도 됐다가 관문수호자도 됐다가 정신적 스승도 됨.
서사의 진행에 따라 캐릭터의 역할은 바뀔 수 있음.
그래서 극에는 안정적 보자면 3명의 인물만 있으면
8개의 캐릭터 특성을 전부 다 넣을 수 있음(그 이하의 인물 수로도 가능한데, 그럼 캐릭터 설정하기 좀 어렵다.)
이러한 캐릭터 특성은 에너지로 이해하는 게 나음. 특성 자체에 맞춰서 캐릭터를 끼워 넣으면 오히려 쓸모가 없어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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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턴 재미로 볼 것
여기까지 서사 매체를 통한 보글러의 작법 이론 적용이고
더 재밌는 거 분석해보려 함.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경험도 서사라고 할 수 있겠지.
보글러의 작법 이론은 프로프(러시아 형식주의 이론가)와 조지프 캠벨(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저자, 비교신화학자)의 이론에 정신분석학을 종합, 발전시킨 거임.
때문에 서사 매체 속이 아니어도, 서사를 경험하는 모든 곳에서 이 분석법은 사용할 수 있음.
예시로 테트리스를 하는 게이머의 경험을 분석해보자.
원형
테트리스의 요소
영웅
게임이용자 자신
정신적 스승
하이스코어, 데모화면
관문수호자
스테이지 막판에 빨라지는 시간
전령관
데모화면
변신자재자
퍼즐조각
그림자
게임시스템
장난꾸러기
캐릭터로 등장하는 러시아 할아버지
게임의 요소가 그럴 듯하게 위에 설명한 캐릭터 특성에 잘 들어 맞지?
그럼 3막 12단계를 적용해보자.
1. 게임 시작 전의 일상
2.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망
3. 게임을 하는 데에 내 시간을 소비해야 할까 하는 주저함
4. 높은 하이스코어를 기록하고 싶은 욕망
5. 첫 스테이지 돌파
6. 협력자와 적대자 구분-쓸만한 블록과 쓸모없는 블록 구분
7. 최고 단계 스코어에 도전
8. 최고 단계에서의 게임
9. 하이스코어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10. 게임을 종료
11. 더 나은 게이머가 된 경험
12.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꽤 그럴 듯하지?
구조주의적 스토티텔링 모델의 게임에의 적용 가능성(2011, 박태순, 한국게임학회 논문지)에 실린 분석임
이렇게 적용 가능 한 거 보면 마케팅이나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
다음번에는 3막 구조를 발전시킨 여러 방법론에 대해서 소개할 거임(쓴다 쓴다 해놓고 귀찮아서 안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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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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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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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추다! 과연 베스트로 갈 것인가?
글이 좋은데 너무 새벽이라 사람이 없다...
추천추
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