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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은 할배들이랑 장기같은거 두고 그러지 말아라

나 고등학교때 반에서 장기로 이름좀 날렸었음
농담 아니고 거의 전성기 임요환급의 퍼포먼스로 반에서 2등하던애랑 할때 차 하나 떼고 했음
학교 전체에 장기가 유행이라 몇반짱이랑 몇반짱이랑 다이깬다는 소식 들리면 높은확률로 맞짱이 아니라 장기였음
최소 우리학년에서 내가 탑10안에 들정도는 되는 실력자였고
국사선생 한자선생도 내앞에서 고배를 들이키고 실력을 인정하며 물러섰었음
고교시절 한달 용돈이 30만원이였는데 먹을거 다먹고도도 장난감 살 돈을 모을수 있었던 비결중 하나가 장기였음
오천원씩 만원씩 걸고 판돈 불려서 하던 장기로 매점빵값 벌어서 남는돈으로 닌텐도까지 삼
나는 그만큼 절대적인 강자 라인이였음
실력좀 있다는 어른들도 내 앞에 앉으면 그저 반에서 15등쯤 하는 먹잇감 혹은 사냥대상일 뿐이였음
그리고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17시경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음
봉사활동을 나가서 내가 맡은 임무는 '재롱' 이였음.
별거 아닌 하찮은 하바리 잡무인것같지만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무료한 일상을 지내는 양로원 라이프에서
대가리에 핏자국 선명하게 남아있는 삼십대초반 청년의 등장은 마치 군부대 신인 여가수 위문공연과 맞먹을만큼 파격적인 행사임
전날 저녁부터 뭘 해야 좋을지 고민고민 한 결과
내가 잘 하는것중, 어르신들 연령대의 보편적인 취미와 교집합이 되는 단 하나
'장기' 였음
양로원 거실에 들어서자 마자 나는 인사를 박고 조신하게 앉아 장기판을 꺼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고
일순간 침묵의 시간이 찾아오더니
이윽고 다들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었다.
음흉한 미소를 지은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사람들은 모른다.
동네에서 내로라 하는 수많은 고수들을 무릎꿇린 나의 실력을...
첫판은 당연하게도 나의 압승.. 이 보였지만 
어르신들을 상대로 이악물고 이겨먹을수는 없는 노릇.
가볍게 한판을 져드렸지만, 상대는 이를 눈치챈듯 빈정상한 티를 냈다.
경솔하게 너무 후반까지 힘을 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상대는 기분이 상했는지, 판당 천원의 판돈을 제시했다.
나는 강자다.
승부사다.
남자다.
비록 봉사활동 차원에서 놀이상대나 하러 온 것이였지만
유흥이 아닌 돈이 걸린 '승부' 라면 나도 더이상 물러설 수도, 물러설 필요도 없다.
게다가 상대는 전판 나에게 패배한 상황.
명백한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고, 첫 수부터 나는 나의 모든것을 걸었다.
만원 꼴았다.
차포 다떼고 해도 꼴았다.
인생 줫같다 진짜
밥먹고 장기만 두셨나보다

니들은 할배들이랑 장기같은거 두고 그러지 말아라_1.jpg



그래도 마지막에는 시장 데려가서 튀김 떡볶이 사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부르게 잘먹고 옴





댓글
  • Ludger  2025/10/22 01:22

    거야 그사람들 진짜 밥먹고 장기만 두는걸...

  • Ludger  2025/10/22 01:23

    어르신들이 할게 뭐있겠음 거기에 장기판이 있으면 높은확률로 그냥 장기만 두지.
    그래도 재롱은 잘했네

  • 페도대장 2025/10/22 01:21

    짱끼뚤래

  • 둔감야도란 2025/10/22 01:24

    무림에서는 여자와 아이 그리고 노인을 조심해야 한다

  • 타이어프라프치노 2025/10/22 01:25

    어허 후기지수가 벌써부터 나를 얕보고 봐주는구나...
    보아라 태산압정을 견뎌라 횡소천군을

  • 유리심장IronBody 2025/10/22 01:22

    개발렸구나

  • 페도대장 2025/10/22 01:21

    짱끼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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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심장IronBody 2025/10/22 01:22

    개발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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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dger  2025/10/22 01:22

    거야 그사람들 진짜 밥먹고 장기만 두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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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dger  2025/10/22 01:23

    어르신들이 할게 뭐있겠음 거기에 장기판이 있으면 높은확률로 그냥 장기만 두지.
    그래도 재롱은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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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아멘 2025/10/22 01:26

    밥먹고 장기만 두는거랑 실력이 느는거랑은 또 별개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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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뭐하지 2025/10/22 01:30

    요즘 저런곳 문화비용 따로 지원되는곳도 있어서
    구석에 바둑/장기 기보 책 쌓여있을수도 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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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희희1 2025/10/22 01:23

    그야 밥만먹고 진짜로 장기만 두던가 지켜보는 사람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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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둔감야도란 2025/10/22 01:24

    무림에서는 여자와 아이 그리고 노인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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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2] アヘ顔 2025/10/22 01:24

    종이그릇에 있는건 뭐지 오징어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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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어프라프치노 2025/10/22 01:25

    어허 후기지수가 벌써부터 나를 얕보고 봐주는구나...
    보아라 태산압정을 견뎌라 횡소천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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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01:25

    재롱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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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daNA 2025/10/22 01:26

    그분들은 가끔은 밥도안먹고 장기.바둑두시는 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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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트붐 2025/10/22 01:26

    고인물판에 뉴비가 실력 자랑하는것 만큼
    최고의 재롱은 없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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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웬디mk2 2025/10/22 01:26

    돈 걸게하는 작업은 대체로 비슷비슷하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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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백수 2025/10/22 01:27

    진정한 강호(공원 할아버지들)를 겪기 전에 고배를 마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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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hkroffj 2025/10/22 01:28

    1:1 장기 초보만
    에 걸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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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달팽이사랑2대님 2025/10/22 01:28

    ㅋㅋㅋ 난 장기 어렵던대
    낚이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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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멤버미 2025/10/22 01:28

    어르신이 오히려 첫판을 지려고 했는데
    글쓴이가 갑자기 백도어를 해서 삐지시고
    본실력 꺼내신듯..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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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시로 보탄 2025/10/22 01:29

    솔직히 실력자인데 힘 빼준거 느껴지면 실망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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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추 2025/10/22 01:29

    재롱은 잘 부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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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즈미 MK2 2025/10/22 01:30

    만원으로 어르신들 가슴 뛰게 만들었으니 잘한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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