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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신대륙 정복, 그 비하인드


[말딸,괴문서]황제의 신대륙 정복, 그 비하인드_1.png




심볼리 루돌프의 미국 원정은 여러모로 인상 깊은 장면을 많이 남겼다.
그중 하나를 콕 짚어보자면.
“지금 저 노래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이 곡이 지금 나온다고? 【황제】의 테마로?!”
벨몬트 더비를 정복한 후, 경기장에 울린 곡이 되시겠다.
대체 왜 일본에서와 달리 붉은 견장 대신 검은 망토를 날리며 뛰었는지 다들 의아했는데, 관객들은 물론이고 중앙 트레센에서 생중계로 모든 걸 지켜보던 이들은 1착으로 들어온 후 위닝 런을 끝내고 관객의 앞에 설 때 울린 곡이 그 이유를 설명해 버렸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아버지랑 자식들이 우주 단위로 드잡이질하다 결국 부친이 사윗감 냉동시켜 버린 후 장남 팔까지 잘라버리는 영화.
거기서 나온 제국의 테마곡이 울려버렸으니까.
“스타워즈잖아, 이거!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자기가 이길 걸 확신했다는 거잖아, 미친!”
땀에 전 채 형형한 안광을 일렁거리는 루돌프의 모습은 솔직히 황제라기 보다는 폭군이 걸맞았다. 그러기에 위닝 런 내내 울리는 곡은 이 경주를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걸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심볼리 루돌프에게 정말 딱 맞는 권위와 폭정을 상징하는 곡이라고.
적어도 일본과 미국, 양 우마무스메들에게는 확실히 뇌리에 새겨졌다.
-⏲-
이 과정에 대한 지난한 일들을 생각하면, 사실 이기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러니까, 위닝 런 때 틀 곡을 미리 선곡해 두자고?”
“응. 기왕이면 임팩트 확실한 걸로.”
온전히 심볼리 루돌프가 먼저 반려로 여기는 트레이너에게 제안한 거였으니까.
“임팩트라.”
그리고 단 하나의 요청에 머리가 잠깐 비상하게 회전했다. 시간도 많이 필요 없었다.
“그러면 나도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 루나.”
“응?”
“승부복의 견장 망토, 검은색으로 바꿔서 나가자.”
그러면 먼저 사전 준비가 필요했으니, 승부복의 아주 약간의 변화다.
“검은색이라, 굳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나?”
“당장 바로 떠오른 곡이 하나 있는데, 일단 한번 들어보면 이유를 알 걸.”
의아해하는 루돌프에게 트레이너는 곧바로 컴퓨터를 켠 후, 무언가를 검색해서 들려줬다. 그걸 들은 황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폭소를 터트렸다.
“이건 너무 장난스럽지 않은가, 트레이너군.”
“이 곡의 제목이 뭔 줄 아니, 루나.”
장난치는 줄 알고 웃는 그녀에게 트레이너는 곡의 이름을 쫙, 강조하듯 당겼다.
“이거다. 그대로 직역해 보면 뭐가 나오지?”
“임페리얼은 제국, 마치는 행진이니…. 장난이 아니었구나, 트레이너군.”
바로 번역해 보고 그제야 진심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의 눈빛이 달라진 건 뭐,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
“미국하면 대중문화의 총본산이기도 하지. 그곳에서 가장 상징적인 곡을 네가 이긴 후 틀어버린다.”
“좋은데, 강렬한 자극이 되겠어.”
황제니, 학생회장이니 해도 결국 심볼리 루돌프도 우마무스메.
압도적인 위업을 세운 후 그 현장에서 저 곡을 틀어버리면 두 번은 없을 오만한 승자의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거라는 건 상상만 해도 기분이 꽤 좋았다.
“그런데 이거 저작권은 어떻게 하지?”
그러던 중, 문득 가장 큰 문제가 떠올랐다.
저작권.
트윙클 시리즈에서 위닝 런 할 때 가끔 트는 곡은 죄다 저작권 협상해서 트는 거다. 하물며 해외 원정에서 저 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어쩌긴, 이사장 일하라고 해야지.”
트레이너에게는 다 생각이 있었다.
루나한테 대학원 가서도 학생회장 하는 거 어떠냐고 한 죄, 이제 저작권 협상으로 받아라.

“경악, 지금 무슨 곡을 쓰겠다고?!”
“스타워즈에 나온 거요.”
“반려! URA는 그걸 위해 저작권 괴물과 협상할 일은-.”
“아, 그럼 미성년자 노동력 착취로 언론에 까볼까요.”
“타즈나! 타즈나아아아아!”
공포에 질린 이사장을 도와주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러게 누가 업보 쌓으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꼼짝없이 URA와 중앙 트레센은 루카스필름과 협상하게 되었다.
황제에 걸맞는 세레모니, 단 하나를 위하여.
-⏲-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검은 망토를 흩날리며 드러나는 짙은 초록색 대원수복. 그리고 팔짱을 낀 채 모두를 내려다보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 심지어 경기장을 울리는 건 저작권 협상도 마친 정품 연주다.
이 모든 것들은 그녀가 ‘황제’라고 불리는 이유를 명확히 했다.
신대륙마저 정복한 황제.
실로 절망적인 분위기 아닌가.
“멋져, 실로 멋지다.”
이 모든 걸 TV의 화면으로 보고 있던 한 자그마한 우마무스메는 극단에나 나올 법한 톤으로 말하며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황제.
이것이 패도.
실로 아름답고, 멋진 모습 아닌가.
순수하게 자기 능력으로 트윙클 시리즈를 발아래에 무릎 꿇리고, 신대륙마저 제패한 불후 불멸을 노래하는 군주라.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아직 본격화가 오려면 한참 남은 어린 소녀, 티엠 오페라 오는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군주의 자리를 취하겠다는 꿈을.

“그래서, 국화상을 이기면 틀 곡을 정하고 싶다고?”
“응, 회장이 한 것처럼 나도 해볼래!”
한편, 누군가의 말에 심볼리 루돌프와 그녀의 트레이너가 주축이 되어 세워진 팀의 서브 트레이너는 골이 지끈거렸다.
아, 뭐 하고 싶을 만했다.
벨몬트 더비에서 보인 그 모습은 실로 위압적이었으니, 그녀의 뒤를 잇는 ‘제왕’을 꿈꾸는 토카이 테이오라면 당연히 따라 해보고 싶지.
“어떤 곡을 원하니, 테이오.”
“음, 그건 트레이너의 선택에 맡길래.”
“이거 참 과중한 숙제구먼.”
천진난만한 테이오의 말에 트레이너는 골이 뻐근해졌다.
토카이 테이오가 3관을 달성하는 순간을 위한 테마라. 뭘 해야 하지.
“-라는 일이 있었는데 혹시 아이디어 있으십니까.”
어쩌긴 어째, 팀의 치프인 황제의 왕홀(王笏)한테 고견을 구해야지.
“스타워즈 써라.”
그리고 답은 실로 간단했으니.
“진심입니까.”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이사장은 좀 더 고통받아야 해.”
그는 아직도 자기 담당이자 약혼자를 평생 노예로 써먹으려 한 이사장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어쩌겠습니까, 이사장.
다시 루카스필름하고 협상하러 가시죠.





굳이 검은 망토 두르고 뛰게 한 이유

오랜만의 팀 옥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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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uy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