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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아, 오늘도 그때처럼 많이 춥다

석아,

그때가 지금처럼 많이 추웠는데, 기억나니?

연필만 잡던 손으로 처음 화장품을 들었어

누가봐도 그저 어른이 되고픈 아이의 화장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러고 밖을 나갔나싶어

그래, 그게 7년전 20살..우리 첫 만남이었어

우리 둘 다 연애가 처음이라 참 서툴었지만 

서툰만큼 이쁘게 연애했지

다른 연인들이 그렇듯, 나도 그랬어

우리는.. 우리에게는 이별이 없을 줄 알앗어

'우리집가자 엄마랑 인사시켜주고 싶어'

그 날 니 말을 듣고 너희집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달라졌을까

아님 처음부터 정해진 결과였을까

어머니를 뵙던 날 딸이 없어 딸을 얻은 기분이다라고 말씀하셔서

나는 나를 맘에 들어하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는 어느순간부터 

버릇처럼 하던 말..우리집에서 놀자 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고

엄마라는 단어도 꺼내지 않았어, 아니 불편해 보였어

물어보지 않았어.. 그냥 이상하게 기분이 그랬어..

물어보면 내가 상처를 받을것만 같은 이야기같았거든

니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지
 
처음들어보는 종교에 빠져 있던 너희어머니는 

아들이 지금 그 여자애랑 계속 연애하면 아들 앞길이 망한다

떼어내야한다 라는 말을 들은 뒤로 이별을 강요했다고 했어

그 강요가 점점 나에게도 왔지

나한테 문자, 전화로 욕설은 기본이었고 너를 강제로 지인이 있는 중국으로 보내버리셨지

너는 어머니를 이길수가 없어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석아 나는 너 하나면 충분했어. 이겨낼수 있었어

욕을 들어도 괜찮았고 너를 멀리 보내도 괜찮았어

우리만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사랑은 영원할거라고 생각했어

떨어뜨려놓으려 할수록 우린 더 애뜻해졋잖아

밤새 메신저로 채팅을 하고 국제전화로 목소리를 들었고

술마신날이면 전화기를 붙잡고 울기도 했잖아..

3개월에 한번씩 한국에 들어와 2주정도 있다가 들어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 몰래 만날수있도록 도와주던 고마운 니 친구들은 잘 있니?

2주가 2분같았는데 그치?

시간이 멈추면 좋겟다고 아무말없이 끌어안고 울기만하던 날도 있었고

길거리에 파는 싸구려 반지를 나누어끼고 돈 많이 벌면 좋은거 하자며

그 날까지 절대 빼지말자고 약속도 했는데..참 행복했는데

꼬리가 길었나봐 

여기서부터는 아마 니가 모르는 내용일거야

너희어머니가 전화가 오셨었어 아직 안헤어진거냐고 욕설을 하셨고

우리집까지 찾아와 우리엄마에게도 욕을 하셨어

어떤 시련이와도 이겨낼수 있을것만 같았는데

나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내눈앞에서 안들어도 될 소리를 듣는걸 보니 못견디겠더라

그 날 전화번호를 바꾸고 메신저, 미니홈피도 탈퇴했어

두번다시 연락하는 일도 만나는 일도 없을거라고 너희어머니한테 보고도 했어

그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들고 얼마나 울엇는지 몰라

너희어머니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게 아니야

그 날은 니가 나한테 전화하기로 한 날이었거든

내 아픔보다 없는번호라는 음성을 들을..니 아픔이 더 걱정되더라

몇달을 내친구한테 연락을 했었지 

모른척해서 미안해

나 많이 미웠지, 지치지않겠다고 끝까지 함께일거라고 약속해놓고

먼저 지치고 놓아버려서 미안해..

죽고싶을만큼 힏들었어 지금까지 다른사람 못 만날정도로..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까 웃으면서 니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

오늘 이사준비로 짐정리하는데 니가 중국에서 하루도 안빠지고 써준 일기장을 발견했어

처음 몇페이지는 미소지으면서 봤는데 어느샌가 나 울고있었어

일기장에 너는...

나만큼 힘들었구나.. 나만큼 울엇구나...

나만큼 너도 날 사랑했구나...

혼자둬서 미안해..혼자 아프게해서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

...석아 나 안괜찮은가봐

다 잊었다고 생각했고 친구들한테 웃으며 니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7년이 지났는데

나는 왜 20살 우리에서 멈춰있는걸까

일기장 버려야하는데, 나도 아는데

글씨가 지렁이 같다며 쑥스러워 하면서 

일기장 주던 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서..

너를 또다시 버리는것만 같아서 못 버리겠어..

너도 나도 너무 어렸나봐

석아, 니가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다면

진심을 다해서 축하해주고싶어

근데 너도 지금 나와같다면 꼭 한번 보고싶어

석아,

나의 석아,

오늘도 그때처럼 많이 춥다
댓글
  • 팥양갱 2016/12/23 08:49

    하........ ㅠㅠ 먹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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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일상 2016/12/23 09:43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요.
    부디 작성자님의 마음이 그 분께 전해지시길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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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렁곰탱이 2016/12/23 10:36

    여주인공이 연락을끊는방법이 아무통보없이 잠수라는부분이 개연성이부족하군요
    통보 후 그만둠이 개연성이 높을거같으니 그쪽으로수정하시는게어떨지요
    뻔한스토리지만 필력이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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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한곰4 2016/12/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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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과공포닭 2016/12/23 18:31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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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di 2016/12/23 19:29

    마음 많이 아프시죠...두 사람의 마음이랑 상관없이 헤어지면 유독 크게 상처가 되더라구요..안 된다고 머리로는 생각을 하는데 마음이 어디 쉽게 접어지나요...시간과 상관없이 떠올리면 내가 그 날 그 시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얼른 괜찮아지길 기도할께요. 안좋은 건 사라지고 아련하고 행복한 기억만 남길 기도할게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땐 그랬었지, 하고 무던하게 생각나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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