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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m 공사중인 터널 돌아다녀보셨어요?

오늘 알바로 인력사무실갔다가 난생 처음 터널공사에 가보게 되었어요. 철로로 이용할 터널공사였는데 터널자체는 완성되어있고 바닥에 레일설치중인 상황이었습니다. 
경험있는 인부아저씨가 말씀하시길 그다지 힘든건 없지만 터널 내부라 헤드라이트없이는 사람분간도 못하는 곳이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짜 기차이용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로용터널과는 다르게 철로용터널에는 조명이 없어요. 레일따라움직이는 기차라서 내부가 어두워도 사고날 일이 없으니까요.
오전 중에는 일도 생소하고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별생각이 없었는데 문제는 오후였습니다.
길이는 4km가 넘는 공간이지만 레일만 설치하는 공사다보니 시공업체가 한두군데뿐이었고 그 긴공간에 작업인원은 20명도 안되었거든요. 근데 제가 작업하는 지역은 입구에서 가장 깊숙한 3.6km근방이었어요. 사실 반대도 오픈되어있기 때문에 희미한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라 작업할때 별 감정도 없는 공간입니다. 헌데 사람을 실고 가는 트럭을 놓쳐서 거기까지 걸어가야했습니다. 
초반 2km지점까지야 드문드문 사람도 보이고 구간마다 작업하는 소리도 들려서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걸어갈만했어요. 하지만 그지점을 넘어 3km가까이 가다보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터널이 완전한 1자가 아니다보니 양쪽으로 입구가 안보이는 구간이 발생하거든요. 오로지 제 헤드라이트에서 비추는 빛이 벽을 반사해서 보이는 곳 말고는 절대적인 암흑이었고 근 5분간 사람 한명 마주치질 못하다보니 희미하게 멀리서 들려오는 작업소리말고는 소리가 전혀 안나는 혼자만의 구간이었습니다. 
전방이나 후방이나 엄폐물도 없이 쭉 뻗어있는  암흑공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뭔가 나올거 같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결국 25분간의 혼자만의 터널탐험을 마치고 작업지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다들 흔히 있는 일이었는지 왜 차타고 안오고 혼자 힘들게 걸어왔냐는 조선족직원의 말만 듣고 뒤늦은 작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잠시간의 패닉은 뒤로 하고 일에 집중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퇴근시간이었습니다. 4시반. 해 가지는 데다가 비가 오던 날이라 구름까지 껴서 터널 밖은 벌써부터 빛이 적어졌습니다. 같이 걸어가던 조선족직원이 뒤쳐진 중장비기사가 뭐하는지 안온다며 다시 돌아갔고 혼자 남겨진 저는 기다리는 동료들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조선족을 기다리지 못하고 퇴근준비하는 동료들이 있는 입구까지 혼자 걸어가야 했었죠. 가다보면 태우러 오는 차라도 오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저때문에 집에 못가고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하면 미안해서라도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끝나 인적도 없고 작업소리도 안들리는 터널 내부에서 저혼자만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걸어가야 했던 시간은 결코 만만한 건 아니었습니다. 종종 걸으며 뒤를 돌아봐야 뒤에 있던 사람들은 합류할 생각을 안하고 온통 암흑에 소리조차 없는 혼자만의 걸음은 생각보다 무서웠습니다.
오히려 처음이 아니라 불과 몇시간 전에 겪어던 일이 다시 일어나자 불안감이 더 커졌거든요. 아무리 걸어봐야 사람도 빛도 소리도 없는 상황은 쓸 데 없는 망상만 불러올 따름이었습니다. 귀에서 이명은 들려오고 앞에 보이는 입구의 빛은 바늘구멍만 하고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 퇴근시간은 이미 지나서 5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멈추지도 돌아가지도 나아가지도 못할 상황은 저의 걸음을 재촉시켰지만 빠르게 바뀌어가는 시계와는 다르게 체감시계를 마비시켜 갔습니다.
 바늘 구멍같은 입구의 빛이 제 몸을 덮을 때 까지 달려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순히 어두운 밤에 혼자 걷는 것과는 이질적으로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게시판과 다르게 아무런 반전도 없는 시시한 이야기였지만
제가 느낀 공포감은 놀라웠습니다. 전혀 무서울게 없는 일인데 스스로 움츠러드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댓글
  • RIKA 2016/12/23 00:30

    전 한 20미터정도되는 논밭을 가로지르는 지하차도도아닌 굴다리에 불이 나가서.. 그거 걷는데도 온몸이 오싹하고 머리는 쭈뼛서고 정말 그 짧은시간이 미치도록 소름돋았었는데..
    생각만해도 현기증납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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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ucky 2016/12/23 02:18

    상상만해도 무서워요.
    힘빠져서 주저앉았을것같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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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무네소다 2016/12/23 04:39

    어둠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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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동식품 2016/12/23 07:20

    저도 그쪽에서 일을 했었는데, 철로가 얹혀지기 전부터, 열차가 운행할때 까지 쭉 터널을 다녀 봤습니다.
    처음에 터널이 공사중일때는 진짜 먼지 때문에 눈앞에 5m도 안보입니다. 랜턴을 아무리 밝은것을 가지고 다녀도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나중에 시험운행 하게 되면 등은 달게 됩니다. 전력 업체에서 정비를 위해서 다는데 그때는 그래도 다닐만 하죠.
    문제는 그전엔 계속해서 개인 랜턴에 의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맡았던 업무중에 선로 중간중간에 여러가지 함이 있는데(접속함, 폐색제어유닛, 신호기....) 이런 함들에 자물쇠를 달고 다니는 업무를 했었죠.
    대게 열차선로는 사람이 안다니는 쪽으로 나야하기 때문에 산이나, 논같이 거의 건물도 없고 사람도 없는 으슥한곳에 있고, 그러다 보니 지형이 울퉁불퉁해서 터널과 교량이 많습니다.
    그래도 교량을 지날때는 안무서운데, 터널을 지날때는 진짜 소름이 한번씩 돋습니다.
    그렇게 자주 다니던 장소라 해도 가끔 한번씩 소름이 쫙 돋을 때가 있는데, 그땐 정말 미칠것 같습니다. 어디 피할데도 없고.....
    누구 같이 작업 하러 간것도 아니고 혼자 갔을때는... 어우..
    보통은 낮에 작업을 했는데, 열차가 시험운행을 하면서 부터는 낮에는 사람이 철로에 있을 순 없기 때문에 열차가 운행을 안하는 시간인, 즉 야간에만 작업을 하게 됐죠.
    그것도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시간에 몇번 나갔다가 소름 돋아서....
    그래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는데 그나마 공포심이 좀 덜어지더라구요....
    노래 부르시는걸 추천합니다. ㅋㅋㅋㅋㅋ 어차피 아무도 없고 그냥 음치든 뭐든 공포심은 없애기에는 좋은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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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동식품 2016/12/23 07:30

    한번은 제가 있던 터널에서 감전으로 인부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터널을 지날때 시점에서 종점까지 계속 소름이 돋아 있더라구요.
    나중에 사무실 들어오니 어깨가 얼마나 아프던지... 계속 긴장해서 그런줄도 몰랐죠.
    선로가 들어오기 전에는 차량으로 이동도 가능하지만, 선로가 들어오고 나면 차량으로는 이동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짐이 별로 없으면 자전거를 이용한다거나, 짐이 많으면 대차를 사용하는데, 점검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었습니다.
    터널이 내부 구조상 그냥 똑같은 지형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데, 6키로짜리 터널을 자전거로 씽씽 지나갔지만, 계속 똑같은 지형만 반복되고, 터널의 종점이 나오지 않아, 내가 여기에 갇힌것인가 싶은 착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두려움이.........
    그래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달리는데, 앞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더 크게 노래를 불렀죠...
    조금 지나니 인부 두명이 작업하고 있더라구요... 노래도 못부르는데 얼마나 쪽팔리던지..ㅋㅋㅋㅋ
    그래도 그렇게 사람 한두명 만나면 그렇게 반갑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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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르르릉 2016/12/23 10:59

    헐.....무서워! 저는 야맹증이 있어서 밤에 깊이나 높이 이런걸 가늠을잘 못하거든요. 어두우면 얼음 되는데 진짜 무서웠겠어요. 그래도 용감하시네요;;; 어두운데 뛰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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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이애비 2016/12/23 11:02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
    혼자라는 고립감에  극도의 공포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저역시 밤에 프리다이빙을 하는데 버디없이 얕은데서 하면 혼자들어가기 무서워서 망설이곤합니다..다만..입수하고 잠수를 하면 잠수이외의 것에는 감각이 둔해지면서 공포심보다는 잠수라는것에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야간 산행도 그렇고요..
    완전한 암흑과  고독은 사람의 심리를 나약하게 만들기 참좋다라는 생각을 해봤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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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웃포커싱 2016/12/23 11:04

    반드시 마스크쓰신채로,
    입을 벌리면 어느각도에서부터 귓구멍안쪽이 열리는 느낌이 들 겁니다. 고 상태를 기억해서 가끔씩 해주세요.
    귀마개도 착용하고있죠? 절대 빼지 마세요. 데미지누적되어 금방 귀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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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xx 2016/12/23 11:20

    상상력이 곧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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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해민. 2016/12/23 12:33

    불빛 하나 없는 산도로를 차의 해드라이트만 의지하고 달리던 기억이 제 최고의 명장면인데...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간에서 아늑함와 편안함 느끼는 제가 역시 좀 이상한가보네요 ㅡㅡ;;; 부두에 새벽에 친구랑 바닷가 아무도 없는 뒷길 걷는데 저는 그지역 놀러가서 정취느낀 최고의 길이었는데 친구는 다신 가고싶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무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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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라타 2016/12/23 12:59

    아무리 터널공사라도 조명이 전혀 없다는건 이상하네요.
    굴착할때 공사중 환기시설과 조명시설을 설치하는건 필수인데 말이죠.
    아래 사진은 곧 개통할 춘천~양양 고속도로 인제터널 공사중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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