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방해를 뚫고 나서 홍루의 안내를 따라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니
넓지막한 공간이 펼쳐진다.
홍원 내에서 특정한 방 내지는 세력이 큰 가문들은 이런 거대한 공간을 독점하며 지내는건 가 싶는 생각이 들만큼.
넓디 넓은 곳.
눈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철함사라 불리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다만...
그 다리를 건너기에는 애로사항이 꽃피려 한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넓이의 다리 위에는 걸맞지 못한 조형물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 조형물들의 재료는 한때 사람이였던 것들이라 말하는 홍루.
시체들의 언덕 위에 걸터 앉아 우리를 노려다 보는 한 사람.
뇌횡.
우리를 막으라고 명령을 내렸던 부하들이 시체가 된 것 처럼.
가시춘의 세가의 병력을 도륙내어 그것을 전공이라 보란듯이 전시해둔 모습으로
수감자들과 나를 노려보는 그자.
다행이라 해야될지.
불행 중에 안타까움이라 해야할지.
뇌횡의 발치 아래에 있는 것이 가시춘이 아니란 것에 나는 속으로 안심했다.
적어도 저 시체들 사이에서 우리가 알던 어느 꽃다운 처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숨을 헐떡이며 우리에게 사죄하는 웨이
힘이 약한것이 결코 미안할 일은 아님에도... 그는 죽어가는 육신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음에도
자신의 무력함을 자책한다.
시가를 꼬냐 물면서 철함사로 들어가지 못한 대신에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며 죽지 못한 웨이의 발로 살살 굴리면서
오른손 사이에 끼워둔 시가를 맛나게 한모금 빨더니 그 독한 연기를 부상자에게 내뱉으면서 캑캑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 것에 낄낄 거린다.
(라쇼몽이 생각나는 료슈의 구도 ㄷㄷ)
그 작태에 분노하기 보단.
그저 뇌횡이란 존재 자체에 대한 분노와 불결함을 참을 수 없던 료슈가 담배 끝 필터를 잘근잘근 씹어 뱉으면서 노려본다.
...예상치 못한 거물의 등장에 당황하는 우리들.
뫼르소의 말대로 우리가 상대할 이가 아니라 여기기에
뜻밖에 장소에서 뜻밖에 이를 만난 것에 모두들 잔뜩 긴장한다.
...보험
바둑을 두듯 한치의 양보 없는 수싸움 속에서 승기를 잡는 쪽이 누가 되려 했던 것일까.
뇌횡을 발견한 우리 앞에 타인의 피로 얼룩진 가치우의 검 자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쪽도 홀로 우리를 향해 오기 위해 많은 일을 겪은 모양이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자로의 등장에 뇌횡도 방심은 할 수 없는지 깔아뭉개고 있던 시신을 뒤로 하고 천천히 일어나며 태세를 잡는다.
그러면서도 가시춘을 쫒아 가기 위한 길 말고도 자로가 온 길을 토대로 상황을 파악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여유가 흘러넘친다.
분명 모든 엄지병력이 전멸 했음을 알면서도 유유자적
이에 오티스도 형편없는 접대라고 비꼰다.
죽으라고 보낸 것들이 시간 조차 끌지 못한 것이라 말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엄지라는 조직의 접대를 잘 받았는지 하는 혼잣말.
이미 죽은 것들을 어떻게 혼낼 셈인지.
죽은 시체를 일으켜서 뭐 병정 놀이라도 할 셈인가?
이렇게?
여튼 저자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건.
간발의 차이로 가시춘이 철함사로 가모와 함께 들어갔을터.
...저 시신들의 언덕이나 웨이의 비참한 꼴은 뇌횡의 횡포이자 화풀이 뿐
앞서 가서 저지한다는 계획은 한발 늦었는 데다가 저 철함사의 문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에 그저 시간만 죽치고 있는 모양.
그런식으로 어떻게 계획을 성공해야 할지 뇌내로 궁리하면서 또 숨을 헐떡이는 웨이를 가지고 놀면서 시간만 죽이던 와중에 우리와 마주쳤다.
다만, 혹여 계승식이 끝나고 철함사의 문을 벗어나서 승계를 발표하려면 저 다리를 건너야 하니
그때를 노리려고 기다렸던 모양이기도 한듯 뻔뻔한 얼굴로 이스마엘의 말을 너털웃음으로 받아치는 뇌횡
다만, 봐주는 것도 한두번이란 표정으로 대화를 섞던 이스마엘을 노려보는 뇌횡
엄지는 엄지였기에 격에 맞지 않는 것이 나불거린다는 흠에 대하여
특유의 상명하복에 대한 고집불통을 넘어선 원칙을 강요하는 태도가 우리를 압박한다.
이를 두고 홍루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압박을 지우려듯 모두 앞에 나서서 뇌횡과 마주서자
엄지의 계급도에 따라 본인과 맞먹을 위치에 홍루가 서있음을 인정하며 그 사나운 기세가 한풀 가라앉는다.
아.
...나는 예상이 되는데.
홍루의 말 보다 더 진득하고 도시적인 사고방식에 맞게 웨이가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가 말이지.
순진한 청년의 상상력은 그정도 뿐인가 같은 표정으로 '협상'이란 단어에 너털 웃음 짓는 뇌횡
...진짜 시발 림컴이 날개가 되던가 해야지
따지고보면 회사 이상을 위해 그놈의 황금가지를 수집하는 직통 부서 아닌가?
외부에선 대체 우리를 뭘로 보는건가 싶다.
가시춘의 직속 오른팔 같은 위치이니 분명 가시춘을 겁박하거나 쉽게 일을 풀려고 살아있는체로 붙잡아 두고 있었겠지만.
정작 우리는 웨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가늠이 되지 않나 무개추의 크기를 생각하는 뇌횡.
사실... 우리도 웨이에 대해선 입장이 애매모호하긴하다.
???
웨이의 신변을 두고 어떻게 뭘 논해야 할까 우리와 뇌횡 사이의 저울의 무게 합이 좀 처럼 안맞으려 할 때에 자로가 입을 열었다.
이 위태위태한 테이블에 조건을 먼저 언급하는건 가치우의 검.
: 악질적인 선제시 충 같으니라고.
: 본인도 옛날에 중고거래 란것을 할적에 해결사 사무소에 대한 뷧지를 사러 할적에 당했던 기억이 생각 나는구려!
: 와 진짜 그런 놈들은 한방에 머리를 쪼개줘야하는데!
: 그... 죽이기 보단 반만 죽이는게 낫지 않을까요?
내가 예언하는데 저 태도는 거래를 원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실실 쪼개면서 원하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당연하게도
그저 남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춤이나 추면서 조롱하려고 자로의 요구사항을 맞춰주는 뇌횡
이를 눈치챈 자로 역시도 입을 앙다문체 노려만 본다.
애초에 저놈을 우리를 상대로 진지하게 생각할 겨늘 조차 없었다.
그저 놈이 원하는 것은 모두가 자신을 맞춰주기 바라는 상황 뿐
그렇기에 상황을 유지하려면 뇌횡 본인을 상대 할 수 있는 고수를 꺽어버리는것.
약디 약은 술수.
적어도 림버스 컴퍼니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는 있어도 자로를 상대로는 쉬이 승기를 점칠 수 없다는 말
반대로 이야기하면 웨이를 희생하여 자로와 힘을 합쳐서 놈을 상대하면
놈을 꺽을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놈도 그것을 매우 잘 알기에 웨이의 가치를 가늠하면서 만약 통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상황을 이끌며 가시춘이 나오기를 쉬이 기다릴 뿐.
이를 두고 료슈가 나서서 놈의 뻔한 작태를 매도한다.
살아서 이기는 놈이 승리자라고 그 비꼼도 넘겨버리는 뇌횡
그냥 급소를 노릴태니 맞으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는 거래임을 꼬집는 료슈의 말에
뇌횡은 너털웃음으로 이길 수 있는데 왜 굳이 거래 조건을 써서 가장 잘 싸울수 있는 놈을 죽여야지 라면서
신과 망.
내가 들어본적은 없지만...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용어를 묘사하면서 자로를 쳐다보며
'응 할터?' 라는 말과 함께
발치에 있는 웨이를 굴리면서 살살 자로를 꼬드기듯이 도발한다.
정말 뻔하디 뻔한 수작질이지만, 적어도 이 상황에서 고삐를 쥐고 있는건 뇌횡이 맞다.
어떻게 할까.
희생이라면 신물 나지만 이런 상황에선 뾰족한 수 따위는 없어보인다.
아무리 생명 보험이 있다 한들 목숨값은 누구나 소중한법.
웨이를 희생해서 놈을 쓰러트린다 해도 죽은 웨이가 생명보험으로 되살아날수 있을지도 만무하고
만약 자로를 희생한다면 자칫 머리를 노려서 회생불가를 만들어 가치우에게 면목이 없는 일이 터질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자로가 없다면 뇌횡을 이기는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자로를 희생해서 웨이를 살려봤자 우리가 쓰러지면 또 다시 그는 가시춘을 잡을 포로가 될 것이다.
목숨을 두고 흥정이 오가는 이 상황이 가장 치욕스러울 것은 본인일터.
웨이가 안간힘을 짜내어 우리를 향해 말한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애당초 거래 조건조차 될 수 없다는 그의 말
방해가 된다면 그저 생각하지 말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에만 집중해달라는 웨이의 유언과 마찬가지인 그것이
매우 처량하기 그저없다.
이를 뇌횡의 조건을 듣고 말 없이 서있던 자로가 홍루를 보며 말한다.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이 자리에서 어쩌면 가장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받는 것일지도 모를 홍루
어찌 생각해야할까.
그의 상냥함을 생각하면...
웨이가 살았으면 좋을 것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2차 심사 중에 마주쳤던 웨이나 도시 뒷골목에서 살기위해 힘을 합치던 전우이기도 했다.
마냥 모른체 하기엔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기도 함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있다.
적어도 죽는 것을 눈앞에 두고 모두가 모른체 할 사람은 아니다.
마음이 끝이 텁텁해지는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를 삼키고 앞으로 나아갈 자신이 없다.
...도시는 늘 이런식으로 선택을 강요하는 점이 싫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 따윈 늘 이런식으로 외면 받고 양자택일을 요구하며 희생을 강요하려 든다.
...이런점이 너무 싫다.
...누굴 희생한다는 선택은 해야만 하는 것일까?
자로도 웨이도 모두 큰 상처도 희생없이 뇌횡을 쓰러트리고 가시춘을 보러 간다는 계획은 정녕 없는걸까?
모두의 시선이 한점으로 모인다.
홍루의 입을 바라본다.
어떤 선택을 할까.
지금 관리자로서 나는 좋은 수가 없기에 수감자를 바라보기만 해야 된다는 이 상황이 너무나 밉고 싫다.
...상냥함.
웨이를 살리고 싶다는 홍루의 마음이 뇌횡의 조건을 생각한 뒤에 나오는 말일꺼라 생각한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