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리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더라.
예의 저 장면 이후 완전 감정에 복받쳐서 어린아이처럼 우는데 CG는 없었거든.
솔직히 위 미카의 예시처럼 CG가 들어갔으면 좀 더 감정선이 살았을 것 같지만
그냥 스탠딩으로 넘어가더라고. 그 말인 즉슨 이번 스토리 서사의 중심은 사오리 쪽이 아니라고 느꼈음.
왜냐하면 여기서 감정선을 폭발시키면 이후의 전개에 아무래도 혼선을 주니까.
때문에 이 쪽에선 좀 기술적으로 일부러 단독CG를 배제하는 선택을 한 것 같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바루와 마이아임. 그 중에서도 스바루.
스바루는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였음. 사오리가 처음에 했던 평이 딱 맞는게,
말이 통할 것 같지만 결국 안통하는 인물. 허당인 것 같지만 허당은 절대 아니고 자신의 정의가 정말 확고함.
그 이면에는 마담의 사상에 뿌리 깊게 공감했던,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지만 이게 정말 쉽게 바뀔 수 있을만한 성질이 아님.
냉소적이지만 냉소주의자는 아니고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줄 암.
작중 묘사를 보자면 아리우스가 그나마 돌아가면서 적어도 식(食) 걱정은 안하게 되는 환경을 만든건 전부 스바루가 뒤에서 활약한 공임.
예전처럼 트리니티와 게헨나를 증오하면서 살인기술을 연마하는건 아니고,
어떻게든 있는 자원(전투기술)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쪽의 묘사에 가까운 것 같음.
바꿀려고 노력은 하지만, 스쿼드 테러의 후폭풍으로 이미지는 이미 나락이고 정치적 문제 때문에 트리니티 쪽에서 대놓고 도와주지도 못함.
뭔가 바꾸고는 싶은데 쉽게 바뀔 수도 없고, 바꾸기는 힘들고, '모두'를 다 짊어지고 가기에는 짐이 너무 무거움.
전체적인 느낌은 에덴조약1~2장 보충수업부 이야기와 꽤 비슷한 구도를 지녔지만,
그 안에 담은 주제 의식은 거기서 충분히 많이 확장되었다 생각함. 좋은 방향으로.
전도서의 가르침대로 일상을 소중히 하고 그 자체를 감사히 여기고 살면 좋은데 왜 그게 힘든가,
원수도 사랑하라 가르쳤건만 왜 원수를 쉽게 용서하기 힘든가에 대한 현실적인 담론을 상당히 세련되게 담아냈음.
중간에 갑자기 나온 이것은 유명한 요한묵시록의 '종언을 고하는 나팔'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음.
씨바 나보고 어쩌라고. 이딴 세상 망해버려라. 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스바루의 내면이 드러난 게 아닐까?
끝으로 나기사의 방식은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계산되었을 지언정
최대한 트-아 양측에 무리가 가지 않는 꽤 이상적이고 세련된 정치적 해법이긴 함.
하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가는데다 접근도 조심스럽고, 배려도 어찌 보면 쓸데 없이 많이 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돌연 미네를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집어던진건 그 답답한 구도를 푸는 최적의 돌파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네는 세밀한 정치적 계산? 후폭풍? 내가 떳떳한데 그딴거 알바냐?
트리니티 내에서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주제에 신분은 최고위급인 미네 만한 돌격대장이 없긴 하니까 ㅋㅋㅋ
마지막에 전술 미네를 투입해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드러낼지 나름 기대가 된다.
말이 안통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냐고요?
불도저를 투입하면됩니다
인사해. 우리 장 변호사야.
말이 안통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냐고요?
불도저를 투입하면됩니다
인사해. 우리 장 변호사야.
마이아 신비가 꿈이고 반전되는 중이라서 악몽으로 나온걸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