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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골드 시티의 생방송은 대사고


말딸) [괴문서] 골드 시티의 생방송은 대사고_1.png


 

 중앙 트레센의 이사장 비서가, 학생 한 명을 따로 호출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게다가, 그 이사장 비서의 입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제의가 나오는 것은, 더더욱 드문 일일 것이다.



 “우마튜브…말인가요?”



 하야카와 타즈나의 말에 골드 시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사장 비서인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우마튜브 라이브에 잠깐 출연해 줄 수 없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뇌가 정지해버린 것이었다.



 “네에. 중앙 트레센도 우마튜브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거야, URA의 그린 채널과 협력해서 주요 경기들 영상 올려두는 건 알고 있는데요…생방송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걸요?”



 “뭐, 이사장님 지시라서요.”



 그렇게 말하는 하야카와 타즈나의 눈빛 속에는 약간의 분노가 담겨 있는 듯 보였지만, 그것이 골드 시티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모른 척 넘어간다.



 “아하하…고생 많으시겠어요, 타즈나 씨.”



 “네에, 뭐어, 네에. 어쩐 일로 명분까지 탄탄하게 준비해 오셔서 그만…루돌프 양의 트레이너 씨나 스즈카 양의 트레이너 씨도 반대를 못 하시고, 저도 반대하기 좀 어려웠네요.”



 “어떤 내용의 생방송인데요?”



 하야카와 타즈나가 이렇게까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골드 시티는 괜스레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어차피 하야카와 타즈나 또한 내용 설명은 해야 하기에,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다.



 “그게, 중앙 트레센 홍보…라네요. 홍보를 굳이 생방송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홍보 영상은 이미 있지 않나요?”



 “조금 오래되기도 했으니, 영상 리뉴얼도 할 겸, 생방송으로 온라인상의 화젯거리가 되어서, 시청자나 구독자도 좀 효과적으로 늘려보겠다…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꼬맹이 이사장님이.”



 “아아―”



 명분으로는 적합하고, 반대하려면 충분히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명분도 딱히 없는, 무난하게 넘어갈 만한 내용이었다.



 “마루젠스키 양의 트레이너분께서 아무리 그래도 중앙 트레센의 학생을 생방송에 노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살짝 반대의견을 내시긴 했지만요.”



 “그래서 제게 부탁하시는 거군요.”



 그제야 골드 시티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중앙 트레센이 직접 운영하는 우마튜브 채널에, 그것도 생방송으로 나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위닝 라이브니, 아이돌 우마무스메니 해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게다가 중앙 트레센을 대표하여 출연하는 것이니만큼, 레이스 성적도, 외모도, 품행도 단정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인지도가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다.



 그렇기에 골드 시티는 이 일에 적임자 중의 한 명이다.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인지도도 문제없고, G1 트로피도 있으니만큼 레이스 성적도 우수, 게다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름다운 외모, 구설수 없는 품행.



 “아무래도, 시티 양만큼 적임자가 없어서요.”



 “하지만, 저 말고도 생방송에 출연할 만한 중앙의 우마무스메는 더 있지 않나요?”



 물론, 골드 시티가 이상적인 출연자 후보 중의 한 명이지만, 당연하게도 그녀만이 유일한 후보군은 아닐 터. 애초에 골드 시티가 하야카와 타즈나의 부탁을 반려할 것을 대비해 다른 후보들도 준비해 두었으리라.



 아니면 이미, 다른 후보들에게 접촉하고 나서 골드 시티에게 온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녀가 아는 하야카와 타즈나 이사장 비서는 굉장히 철두철미한 사람이기 때문에, 골드 시티 한 명에게 올-인하진 않았으리라.



 “팔콘 양은 생방송 예정일에 우마돌 스케줄이 있고요, 카렌 양은…분명 나름대로 유명한 인플루언서이긴 하지만, 시티 양처럼 프로는 아니니까요.”



 “저도 스케줄은 확인해 봐야 하는걸요.”



 “사실, 시티 양의 트레이너분께 살짝 물어봤어요. 예정일에 스케줄은 없다고 하셔서…미안해요, 마음이 급해서요.”



 “아뇨, 아뇨아뇨, 괜찮아요. 타즈나 씨가 고생하시는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요. 저야말로 스케줄이 비는 날이면 괜찮아요. 그냥, 단지 하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스마트 팔콘이나 카렌짱 말고도, 중앙 트레센의 얼굴마담으로 골드 시티보다도 더 합당한, 딱 좋은 우마무스메가 한 명 더 있지 않은가. 하야카와 타즈나라면, 골드 시티의 작은 궁금증에 답을 줄 것이다.



 “어째서, 회장님이 아닌가요?”



 “아, 루돌프 양 말인가요.”



 그래, 당연하게도 중앙 트레센의 얼굴마담이라면 0순위로 고려될 우마무스메, 중앙 트레센의 학생회장이자 레이스 성적, 외모, 인지도, 그리고 다수의 미디어 출연까지. 모든 면에서 이 일에 가장 합당한 우마무스메가 아닌가.



 당연히 심볼리 루돌프가 이 일을 맡는 것이 어떠한 잡음도 없으리라. 물론 심볼리 루돌프 또한 굉장히 바쁜 우마무스메이기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지만…중앙 트레센의 학생회장인 만큼 중앙 트레센의 일이라면 1순위로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하야카와 타즈나의 표정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표정이었다.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골드 시티에게, 하야카와 타즈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당연히 이사장님이 1순위로 섭외를 하려고 했지만요, 루돌프 양의 트레이너 씨가 거부하셨네요.”



 “스케줄 문제였나요?”



 “그런 건 아니고요, 안 그래도 바쁜 애한테 휴가는 못 줄망정 일거리 하나 더 늘리지 마시죠, 라고 트레이너 씨께서…살짝 언성을 높이셔서요.”



 “와, 이사장님께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사실 다른 트레이너들 없을 때 이야기한 거라 ‘야 아키카와 꼬맹이’, 라고 먼저 들이박고 시작했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원래 그런 분이에요. 아니꼬우면 빨리 잘라라 담당이 여섯인데 한번 잘라보던가 아니, 제발 잘라달라 하시는 분이라서 그만.”



 “으와아…….”



 어른의 세계란. 뭔가 다른 우마무스메―주로 아그네스 타키온이나 아그네스 타키온이나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들었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심볼리 루돌프 트레이너의 모습이었다.



 “아, 물론 시티 양이 루돌프 양의 대타고 그런 건 결코 아니에요. 그리고 이런 식의 생방송은 루돌프 양의 근엄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에는 조금 안 맞기도 하고요.”



 “그건…확실히, 그렇네요.”



 그 심볼리 루돌프가 생방송에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상상을 해 보니, 아무래도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골드 시티는 좋은 선택이다. 모델 일이 메인이긴 하지만 라디오나 작은 방송 등에 출연한 경험도 있으니, 생방송도, 시청자들과의 소통도 익숙하다.



 “저로 괜찮으시다면야, 정확한 날짜랑 시간 알려주시면 준비할게요.”



 “어머, 고마워요. 날짜는 이번 주 토요일이고, 시간은…순서상 두 번째니까 아마…오후 여섯 시 반 정도 되겠네요. 저희 교육동 맨 위층에 방음 스튜디오 있는 거 아시죠? 거기로 오세요.”



 “어라, 두 번째요?”



 골드 시티가 생방송 전체를 다 커버하는 것이 아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야카와 타즈나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말해주는 것을 깜박했네요. 중앙 트레센 소속 우마무스메 두 명에, 트레이너 한 명으로 총 세 명이에요.”



 “저 말고 또 누가 나오나요?”



 “중앙 트레센에서 이런 일에 가장 익숙할 우마무스메가 한 명 있잖아요.”



 하야카와 타즈나의 말에, 골드 시티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우마무스메가 한 명…이 아니라 몇 명 떠오르긴 했지만, 생방송 스트리밍이라는 것을 참고하니 한 명으로 좁혀졌다.



 “아, 혹시―”



 “네에, 러브 양이에요.”



 “확실히, 어떤 의미로는 저보다도 프로네요.”



 러브즈 온리 유.



 중앙 트레센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팬클럽 운영과 우마튜브 스트리밍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녀라면, 확실히 이런 부류의 라이브 스트리밍에 있어서 골드 시티보다 아득히 프로이다.



 물론 지상파 연예계나 모델 같은 쪽이라면 골드 시티가 훨씬 전문적이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온라인 생방송은 그녀만 한 적임자가 없긴 하다.



 그리고 골드 시티는 두 번째, 라고 했던 하야카와 타즈나의 말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 릴레이식으로 생방송을 계획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그녀의 앞에 러브즈 온리 유가 들어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생방송의 프로가 분위기를 다 잡아놓는다면, 골드 시티로서도 큰 부담 없이 생방송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뭔가 사고가 있을 것 같다 싶으면, 러브즈 온리 유가 살짝 끼어들 수도 있을 거고.



 그렇다면 나머지 트레이너 쪽은, 아마도 러브즈 온리 유의 담당 트레이너…소위 말하는 가교 군이리라. 골드 시티가 부르기에는 러브 씨의 트레이너쪽이 편하지만, 러브즈 온리 유 본인은 가교 군이라고 부르니까 뭐.



 “러브 씨가 앞 순서면 마음이 놓이네요, 아무래도.”



 “후후, 아무래도 그렇죠?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진 마세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타즈나 씨. 그러면…토요일 저녁에 교육동으로 갈게요.”



 “그래요, 주말에 봐요.”



 하야카와 타즈나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점심의 짧은 담화는 이것으로 끝이 났고, 이젠 트레이너와 함께 오후의 트레이닝이다.



 물론, 그 전에 마음대로 자신의 스케줄을 발설해버린 트레이너에게 한마디 따끔하게 해 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총총걸음으로 운동장으로 향한다.




 *  *  *  *  *  *  *  *  *  *




 그리고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오십 분.



 골드 시티는 중앙 트레센의 교복―하야카와 타즈나가 반드시 교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을 입고 방음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골드 시티 씨, 오셨나요?”



 “……?”



 그러자 하야카와 타즈나가 아니라, 유순해 보이는 낯선 남성이 골드 시티를 맞이했다. 방음 부스 안에는 이미 러브즈 온리 유가 들어가 있었고, 골드 시티는 그제야 그가 러브즈 온리 유의 담당 트레이너 씨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 러브 씨의 트레이너분이신가요?”



 “아하하, 네. 좀 수상해 보였나요?”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밖에 없었으니, 바로 못 알아볼 만하지. 속으로 핑계를 대며, 맞은편 탁자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타즈나 씨가 계실 거로 생각했거든요.”



 “하야카와 씨는 급하게 무단 외출자 잡으러 가셨어요. 그리고 어차피 방송 세팅이나 이런 건 제 쪽이 더 익숙하기도 하고요.”



 “앗…….”



 무단 외출자, 중앙 트레센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보통은 기숙사 사감들이 확인해 두었다가 다음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지만, 가끔은 잡으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하야카와 타즈나는 히토미미가 아닌가. 어떻게 우마무스메를 잡으러 가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러브즈 온리 유의 트레이너를 보았지만, 그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가교 구―운, 여기 마이크 상태가 좀 이상해~”



 “아, 러브 쨩이 부르네요. 죄송합니다.”



 “아뇨, 부디.”



 생방송 시작 직전에 마이크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부스 문을 열고 러브즈 온리 유가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를 부른다.



 가교 군은 후다닥 부스로 달려가 마이크 상태를 점검하고 연결부를 확인한다. 그리곤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고 스트리밍 소프트웨어도 마지막으로 점검한 뒤, 러브즈 온리 유와 뭔가를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그 사이, 골드 시티는 오늘의 생방송 스케줄을 간단하게 복습한다. 여섯 시부터 러브즈 온리 유가 30분가량 생방송, 중앙 트레센의 역사, 트레이닝 과정, 역대 레전드들의 레이스 성적 등에 관해 소개. 그리고 여섯 시 반부터 20분가량 골드 시티가 중앙 트레센의 시설물이나 생활 등에 관해 소개, 같은 주제로 잡담이나 소통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시 오십 분부터 20분가량 아마도 러브즈 온리 유의 트레이너분이 중앙 트레센에 입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트레이너와의 계약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뭐, 중앙 트레센이 국내 최고의 레이스 우마무스메 트레이닝 센터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파민 터지는 우마튜브가 얼마나 많은데, 학원 홍보 생방송에 시청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많이 와야 2~3천 명, 러브즈 온리 유의 고정 시청자들까지 고려해도 1만 언저리―물론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수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골드 시티는 긴장을 풀고 방송을 시작한 러브즈 온리 유의 모습을 보았으나, 당연하게도 방음 부스 밖으로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어 우마튜브를 틀고, 구독…은 딱히 해 두진 않은 중앙 트레센 공식 채널을 찾아 들어간다. 그리고 상단에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이 하나 보였고, 그것을 누르려다가 잠시, 멈칫한다.



 “에……?”



 잘못 봤나? 뭔가 이상한 수치에 골드 시티는 눈을 몇 번 끔벅였고, 고개를 한번 홱 흔들어 잡념을 털어낸 뒤에 다시 우마튜브를 확인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11……만 명?!”



 1.1천 명, 1.1만 명이 아니라 11만 명? 대체 중앙 트레센 홍보 라이브 같은 걸 왜 11만 명이니 보는데? 러브즈 온리 유가 엄청난 유명세의 스트리머였나?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골드 시티가 아는 러브즈 온리 유는, 분명 유명한 인플루언서 겸 방송인은 맞지만, 시청자가 10만을 넘어가는 그런 초 슈퍼 대기업은 아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러브즈 온리 유의 우마튜브 시청자는 1만 명 내외. 이 또한 충분히 많은 수치였지만, 그녀의 힘만으로 10만을 넘어가는 시청자를 유치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중앙 트레센 채널이 잠재 시청자 10만이 넘느냐…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우마튜브 영상 조회수만 봐도 라이브 시청자가 11만일 수가 없으니까.



 대체 왜, 라는 생각보다 당근 됐다는 압박감이 먼저 찾아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수의 시청자 앞에서, 골드 시티는 굳어버린 것이다.



 화면 안의 러브즈 온리 유도 평소와는 다른 거대한 인파에 긴장이라도 된 듯, 얼굴이 살짝 경직되어 있음을 골드 시티는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러브즈 온리 유는 프로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편안하게 방송하고 있었고,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 군은 카메라의 사각지대에서 그녀가 방송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도…나도, 트레이너가 옆에 있었으면. 방송할 때 트레이너가 옆에 있으면 긴장 안 할 거 같은데. 트레이너에게 와 달라고 할걸. 괜히 모른 척 아무 말도 안 했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렇게 어느새인가 러브즈 온리 유가 신마, 토키노 미노루와 그녀의 성적을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잠깐의 질의응답 겸 잡담 시간에 들어갔고, 부스 안쪽에서 가교 군이 골드 시티에게 손짓으로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앗……!”



 황급히 보던 우마튜브를 끄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어 가방에 넣는다. 그리곤 대본…은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간단히 적은 쪽지를 손에 든 채로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어라, 시티? 아직 시작 안 했어?”



 “트…레이너?!”



 스튜디오의 문이 끼이익 열리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보고 싶다, 와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을 뿐인데…진짜로 트레이너가 여기에 왔다. 이게 바로 운명이라는 거겠지. 꼬리가 좌우로 붕붕 흔들리는 것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직 시작은 안 했는데, 어쩐 일이야?”



 “뭐, 겸사겸사. 시작하기 전에 견학도 좀 하고, 시티 네가 생방송 한다는데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그, 그러면…말인데.”



 “응?”



 “그게, 혹시 방송할 동안 부스 안에서…같이 있어 줄 수 있어?”



 평소의 골드 시티답지 않게, 직설적으로 꽂아 넣는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못 알아듣는다면, 그건 그냥 보통의 둔탱이가 아니다. 아니, 둔탱이라기보단 의식적으로 거절하는 거겠지.



 “그거야 당연하지. 애초에 나도―”



 “저, 정말?! 정말이지? 갑자기 부스 밖으로 나가거나 그러면 안 되니까!”



 “어? 어어, 어…….”



 그러나 다행히도, 트레이너는 그녀의 스트레이트를 피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아니다) 골드 시티의 말에, 긍정으로 응답해 준 것이다.



 그러자 용기가 샘솟는다. 11만이 아니라 110만 앞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트레이너가 옆에 있는데 뭐가 그리 무섭고 긴장이 되겠느냔 말이다.



 애초에 G1 대상경주의 관중도 수만 명인데, 온라인상의 11만 명이 뭐가 두렵다고 긴장을 하는 것인가. 골드 시티답지 않다. 자신감이 팍팍 샘솟는다. 덕분에 방음 부스가 열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아, 선배님도 오셨네요. 슬슬 들어와 주시겠어요? 마이크랑 카메라는 세팅되어 있으니까 곧바로 이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앗! 죄, 죄송합니다.”



 러브즈 온리 유의 트레이너 씨가 준비하라고 했던 것이 퍼뜩 떠오르는 바람에, 골드 시티는 살짝 당황하며 사과한다. 그런 골드 시티의 어깨를 트레이너가 툭툭 두드리며 씩 웃으며 말한다.



 “미안, 바로 들어갈 테니까. 시티 너도 긴장 풀고.”



 “누, 누가 긴장했다고……!”



 “누가 봐도 긴장했으니까, 얼굴 좀 풀어.”



 그렇게 말하며 골드 시티의 뺨을 손으로 잡고 주욱주욱 늘린다.



 “햐, 흐혜히녀, 슉호 히허?”



 “야, 트레이너, 죽고 싶어, 라고?”



 “……!!”



 반사적으로 로우 킥이라도 날릴까 했지만, 연약한 히토미미인 트레이너가 우마무스메의 로우 킥을 맞았다가는 농담으로 안 끝난다. 대신, 뺨을 주욱 잡아당기는 트레이너의 양팔을 붙잡고, 천천히 뺨에서 손을 떼어낸다.



 “하지 말라고.”



 “하지만 긴장은 좀 풀렸지?”



 “……정말, 섬세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뭘, 새삼스레.”



 한 대 차주고 싶은 트레이너였지만, 사람 좋게 헤실거리는 이 얼빠진 얼굴을 보면 화도 짜증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사랑이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골드 시티는 한숨을 살짝 내쉰다.



 “그, 이제 진짜 시간 다 됐는데, 염장질은 나중에 하시고 일단 들어가시죠?”



 “아, 미안.”



 “죄송함다.”



 따, 딱히 염장질이라거나 그런 건 아닌데, 라는 말은 입 안에서 우물거린다. 그래서였을까, 룸메이트 같은 말투로 죄송함을 표해버렸다.



 방음 부스 안에서도 러브즈 온리 유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기에, 골드 시티는 재빨리 트레이너의 손을 붙잡고 방음 부스로 들어간다. 문을 나오는 러브즈 온리 유와 눈이 마주쳤고, 골드 시티는 가볍게 수고했어요, 라며 짧게 인사한다.



 “후후, 잘 어울리시네요.”



 “……?!”



 하지만 러브즈 온리 유의 기습적인 공격―순수한 호의에서 나온 칭찬이다―에, 골드 시티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정작 그런 말을 한 장본인은 밖에서 기다리던 본인의 담당 트레이너에게 가교 구운~♪ 하고 넉살 좋게 부르며 도도도 달려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골드 시티에게는 그런 잔열의 여운을 즐길 시간조차 없었다. 부스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자리에 앉아, 세팅된 마이크와 카메라를 확인한다. 옆에서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가 컴퓨터 세팅을 확인하고, 살짝 손본다.



 트레이너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나?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런 담당 우마무스메의 궁금증을 알아차린 듯, 그는 픽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쟤한테 조금 배웠어.”



 엄지손가락으로 밖에서 담당 우마무스메를 무릎에 앉혀 놓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예의 가교 군을 가리킨다. 오늘의 골드 시티를 서포트하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배워 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트레이너가 기특하고 사랑스럽고 우마뾰이 라이브의 욕망이 조금씩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골드 시티는 프로다. 일 앞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히 빛의 속도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 그리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손에 들려 있는 자그마한 쪽지. 카메라를 바라보고 싱긋 웃는 것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한다.



 “오…….”



 그런 담당 우마무스메를 옆에서 지켜보며,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평소에는 까칠하고 예민한 말괄량이 아가씨 느낌이었는데, 지난번 화보 찍을 때도 그렇고, 확실히 일하는 모습은 프로다.



 채팅창 또한 골드 시티의 등장에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이 보인다. 확실히, 러브즈 온리 유가 그녀 특유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면, 골드 시티는 그냥 압도적인 외모,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중앙 트레센의 비공식 얼굴마담. 중앙 트레센 홍보물에 거의 무조건, 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얼굴이 들어가는 우마무스메. 얘 없었으면 중앙 트레센 홍보팀이 눈물을 쏟으며 심야 길거리에서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탄식의 비보잉을 했을 정도의, 그런 우마무스메.



 자신의 담당 우마무스메여서가 아니라, 확실히 객관적으로 예쁘긴 엄청 예쁘다. 중앙 트레센의 누구를 데려다 놓아도, 골드 시티보다 예쁜 우마무스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레이스 성적도 좋고, 일도 잘한다. 지금도 10만이 넘어가는 거대한 시청자의 격류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중앙 트레센의 시설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소개하고 있는 시설물의 사용법이나, 그와 관련된 중앙 트레센에서의 생활 등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중앙 트레센이란 이런 곳이다, 라며 소개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방송 도중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아니, 눈동자 굴리면 안 되지! 곧바로 손가락으로 방송에 집중하라는 수신호를 보낸다. 골드 시티가 확실히 슬쩍슬쩍 보고 있었는지, 볼을 살짝 부풀리며 다시금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너는 슬쩍 보는 것일지 몰라도 시청자들에겐 눈동자 굴러가는 거, 다 보인단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골드 시티가 소개하는 삼 여신상의 이야기를 고개 끄덕이며 듣는다.



 “…….”



 아니, 삼 여신상이면 마지막 순서였던가? 예의 가교 군에게 받았던 쪽지에 적힌 순서상으로는 분명 그랬다. 이게 끝나면 다음은 중앙 트레센의 트레이너가 설명해 주는, 입시설명회다.



 잠깐 부스 밖에 있는 러브즈 온리 유의 트레이너를 본다. 이젠 아예 러브즈 온리 유의 휴대폰으로 둘이서 골드 시티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이쪽을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 중앙 트레센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구나. 선배는 이 더운 방음 부스 안에 들어와 있는데, 후배는 담당 우마무스메랑 꽁냥거리기나 하고. 말세로다, 말세야. 그라스 원더의 트레이너가 들었다면 너나 잘하세요, 어휴…후배라는 놈들이 거참, 이라며 투덜거렸을 법한 생각을 한다.



 “트레이너?”



 “어? 아, 끝났어?”



 하지만 어느 순간, 담당 우마무스메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깜짝 놀랐지만 애써 티를 안 내며 골드 시티를 바라본다.



 “응. 빨리 저쪽 트레이너 씨 들어오라고 해.”



 “쟤? 쟤를 왜?”



 “왜냐니, 다음 순서가 중앙 트레센의 트레이너가 말해주는 입시설명회 같은 거 아니었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골드 시티에게, 그 역시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맞아.”



 “그러면 빨리 들어와서 바로 시작하셔야지. 홍보 영상 돌려놨을 때 어서.”



 “쟤가?”



 하지만 골드 시티의 말에도, 트레이너는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 둔탱이는 이젠 말귀도 못 알아듣는 거야? 살짝 올라오는 짜증을 미소로 억누르며, 골드 시티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 러브 씨의 트레이너분이 진행하셔야 하잖아.”



 “아, 그렇게 알고 있었구나.”



 “……?”



 그러나 트레이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개를 갸웃거리던 골드 시티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러면서도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다.



 “나야.”



 “뭐? 무슨 말이야.”



 “그 입시설명회 비슷하게 될 거 같은 라이브 방송, 내가 진행한다고.”



 “……하?”



 온몸의 털이, 귀가, 꼬리가 발딱 서버린다. 그러니까, 골드 시티의 트레이너가, 내 담당 트레이너가, 10만이 넘어가는 시청자 앞에서 생방송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중앙 트레센 입시에 관한 내용을 설명한다, 고?



 트레이너가, 얼굴이, 신상이, 노출…된다고?



 골드 시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불특정 다수에게? 트레이너의……얼굴이?



 “미……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절대 안 돼! 반대, 절대로 반대야! 안 돼, 당장 나가, 당장 부스에서 나가서 저 가교 군인가 하는 트레이너 데려와―!!”



 “에, 하지만 시티야…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내가 준비도 다 했는데. 당연히 쟤는 상세한 내용도 모를 거고.”



 “그딴 건 아무 상관 없어! 트레이너는, 방송에 나가면 안 된단 말이야!!”



 “왜?”



 “그, 그건…그, 그러니까…….”



 이 머저리 트레이너는 자기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모른다. 진짜로, 여태껏 연애 한번 안 한 것이 기적에 기적이 겹쳐서 일어났을 정도로, 어지간히 잘생긴 연예인들을 많이 보아 온 골드 시티가 인정하고도 남을, 아니, 그녀가 봤었던 잘생긴 남자 중에서도 가장,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둔탱이 머저리 바보 트레이너는 잘생겼다.



 단순히 얼굴만 잘생긴 것도 아니다. 튼실한 몸에 우락부락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굴곡이 있는 근육질, 그러면서도 옷 입으면 여리여리해 보이는 연애소설의 주인공 같은 사람.



 게다가 그 어렵다는 중앙 트레센 시험에 합격해 골드 시티의 전속 트레이너를 하고 있다. 머리도 똑똑하고 능력도 검증된 사람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일본인이 아니기에, 국제결혼을 하려면 조금 귀찮다는 것 정도지만, 뭐 그쯤이야 큰 단점도 아니다.



 하지만 골드 시티의 이런 생각을 트레이너에게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 버린다면, 골드 시티가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에게 마치 집착하는 것 같잖아. 그렇게 보이는 것은 싫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트레이너에게라면 더더욱.



 “아무튼! 트레이너는 안 돼!”



 그래서, 이유는 말하지 않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원체 골드 시티 본인의 변덕이 심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자연스러우리라.



 “나 말고 달리 할 사람도 없는데.”



 “그 러브 씨의 담당 트레이너라면 어떻게든 하겠지! 아, 아아, 아무튼 트레이너는 안 돼!”



 어쭙잖은 연예인은 맛깔나게 뺨따귀를 후려갈기고도 모자라 오징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이 인간이, 현실에 나온 치트 캐릭터 같은 이 인간이, 골드 시티 이외의 다른 불특정 다수에게 얼굴이 팔린다?



 골드 시티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다.



 이전에 트레이너와 같이 찍었던 브라이덜 컨셉의 화보. 그 화보가 실린 잡지는 조용히 판매 부수가 기존의 3배로 급등했었다. 홧김에 저질러버린 일이라 조금 후회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골드 시티의 예상보다 무서운 결과였다는 점이다.



 그나마 그건 화보 촬영이었기에 이 인간이 중앙 트레센의, 골드 시티의 담당 트레이너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알고 있었다지만, 10만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그걸 드러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절대로, 무조건 파리가 꼬인다. 이 머저리를 노리고 중앙 트레센에 들어오려는 우마무스메가 나타날…아니, 분명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든 이 인간의 SNS 계정 알아내서 집요하게 스토킹하는 것들이 생겨날 것이다.



 우마무스메건, 히토미미건. 이 인간의 외모 앞에서는 평등하게 녹아내릴 테니까.



 하지만 골드 시티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는 그 골드 시티를 담당하는 트레이너라는 것이다. 그녀의 까칠함과 변덕스러움과 고집을 포용하려면, 어지간한 멘탈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마 그녀만 모르리라.



 “뭐, 여기서 월급 받는데 일은 해야지.”



 “앗, 잠깐……!”



 그렇게 한 마디로 골드 시티의 모든 논리와 떼쓰기를 무력화시키곤, 그녀가 말릴 새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마이크를 붙잡는다.



 “절대 안 된다니까! 당장 나오―”



 “시티. 네가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이것도 업무야. 억지 부리는 건 여기까지 하자.”



 “으…….”



 드물게도 트레이너가 단호하게 말하자, 골드 시티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골드 시티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더더욱.



 “…몰라, 마음대로 해!”



 그래도 내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곤 부스 밖으로 나간다. 안에서 한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러브즈 온리 유와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가 골드 시티의 눈치를 슬그머니 보는 것이 느껴진다.



 입술을 비쭉 내민 채로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곤 휴대폰을 꺼내어 다시 중앙 트레센 채널에 접속한다. 라이브 스트리밍 화면을 누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실거리고 있는 트레이너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채팅창이 터져나갈 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사람 누구냐부터 시작해서 트레이너가 맞느냐. 연예인 섭외한 거 아니냐는 둥, 지금 담당 우마무스메가 있냐는 둥, 중앙 트레센에 들어가면 전속 트레이너 해줄 수 있느냐는 둥, 잡다한 플러팅은 일일이 세지 않아도 넘쳐날 정도다.



 [……해서, 우마무스메분이 중앙 트레센에 들어오려면 먼저 선발 시험에 통과해야 합니다. 선발 시험의 진행은―]



 “…….”



 그러나 그런 채팅창의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며, 골드 시티의 트레이너는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중앙 트레센 입학에 관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멘탈 하나는 대단하다. 아니면 그냥 선천적으로 둔한 것일까.



 [―입니다. 물론 저도 시험관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필기시험, 메디컬 테스트, 인성 검사 등을 종합하여 평가하고, 합격자는 따로 우편으로 통보합니다. 이후, 중앙 트레센의 모든 트레이너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의 레이스를 진행해서―]



 “한 번도 시험관으로 들어간 적 없으면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면 어중이떠중이들이 트레이너 얼굴 한번 보려고 중앙 트레센에 지원한단 말이야,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들어줄 사람 하나 없었다.



 [담당 트레이너요? 안타깝게도 저는 이미 전속 트레이너 계약을 했기 때문에 담당하는 아이의 허락이 없으면 추가로 계약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흥.”



 하지만 금세, 트레이너가 기특한 말을 하자, 곧바로 기분이 좀 풀린 듯 비쭉 튀어나왔던 입술이 스르륵 풀린다. 누가 허락해줄 줄 알고? 절대로 안 된다. 트레이너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자 유일한 담당 우마무스메는, 이 골드 시티뿐이니까.



 [연애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니, 진짠데 아무도 안 믿으시네요.]



 “하?”



 그러다가 순간, 트레이너의 배려심 없는 말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면 그동안 골드 시티와의 알콩달콩한 중앙 트레센 생활은, 연애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당연히 아니다). 트레이너의 마음은 고작 그 정도였던가 (당연히 그런 마음은 없다).



 거기서는 당연히 담당 우마무스메인 골드 시티와 연애 중, 이라고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연하게도 아니다).



 [담당 우마무스메가 누구냐고요? 그건 업무상 기밀…은 아닌데, 담당 허락 없이 막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좀 그러니까 함구하겠습니다.]



 “…….”



 기특한 말도 할 줄은 알잖아, 이차함수 그래프처럼 기분이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그런 골드 시티의 귀가 접혔다 펴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러브즈 온리 유와 그녀의 가교 군은 쓴웃음을 지으며 보고 있었지만, 당사자가 알 리는 없었다.



 [뭐, 그래도 담당 애가 허락하면 한 명 정도는 더 담당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여자친구도 한 명―]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방음 부스의 문짝이 종잇장 날아가듯이 열리며, 휴대폰을 집어던지고 달려온 골드 시티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 뭐 하는 거야, 골드 시티!”



 갑작스러운 담당 우마무스메의 행동에 그는 당황하여 카메라를 곧바로 꺼버렸지만, 안타깝게도 마이크는 끌 수가 없었다. 우당탕 쿵쾅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골드 시티는 그녀답지 않게 씩씩거리며 마이크를 향해 보란 듯이 소리친다.



 “내가! 당신이 다른 담당 우마무스메를 맡는 걸, 허락할 리가 없잖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그리고, 뭐? 여자친구?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졸업할 때까지 여자친구 만들지 마, 알겠어?”



 “그게 무슨 소리니, 시티야.”



 아무리 트레이너 혼자 연애하겠다는 심보가 아니꼬워도 그렇지, 아예 여자친구를 만들지 말라니, 그것도 자기가 졸업할 때까지.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하려 했지만,



 “당신이, 나 이외의, 여자친구를 만드는 건, 용서할, 수, 없어. 알겠어?!”



 “……?”



 분노와 광기가 반반씩 담긴 담당 우마무스메의 박력 어린 일갈에, 그는 무슨 소리냐고 반문조차 하지 못하면서 반사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알겠냐고, 대답.”



 “어, 으응?”



 “방금 어, 라고 한 거야. 약속 지켜, 트레이너.”



 “아니 이게 무슨 약속―”



 “―한, 거야. 실망하게 하지 마, 당신.”



 그래, 반론이란 일절 없다. 눈앞에서 귀기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담당 우마무스메를 눈앞에 두고 반론이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꼼짝없이 굳어버린 트레이너를 뒤로하고, 골드 시티는 카메라를 켜고 컴퓨터 앞에 섰다. 그리곤 방송 사고라고 불타고 있는 채팅창을 향해, 굳어 있는 트레이너의 팔을 잡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며, 누군지도 모를, 불특정 다수들에게 선전포고한다.



 “보시다시피, 이 인간은 제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채팅창이 타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골드 시티는 트레이너를 데리고 방음 부스를 나가려 했으나, 밖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러브즈 온리 유의 손짓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래도, 그녀의 트레이너는 좋건 싫건 방송을 마무리해야 했기에, 어찌 되었건 중앙 트레센의 공식 업무를 방해―이미 방해하다 못해 사고를 쳐버렸지만―할 수는 없으니까.



 한숨을 쉬며 트레이너를 풀어준다. 그 또한 어깨를 한번 으쓱이곤, 작은 한숨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는다. 딱히 화를 내진 않는다. 그야, 골드 시티니까. 그의 담당 우마무스메는 그런 아이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방송 잘 보고 있어요. 끝나면 두 분, 이사장실로.]



 하지만,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고, 존칭마저 사라진 문자와 그 발신자를 확인했을 때,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를 느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었다.




 *  *  *  *  *  *  *  *  *  *




 방송을 어찌어찌 끝낸 후, 골드 시티와 함께 이사장실로 간 그는, 하야카와 타즈나에게 골드 시티와 함께 대차게 깨졌다.



 당연하게도 반론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지엄하신 중앙 트레센의 녹색 악마에게 개겼다간, 그다음은 사일런스 스즈카네 선배, 아그네스 타키온네 선배, 심볼리 루돌프네 선배…소위 말하는 실무 라인의 직속 선배님들에게 개같이 깨질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앙 트레센이 트레이너 선후배 간 기강이 바람에 날리는 참새 깃털처럼 설렁설렁하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정작 아키카와 야요이 이사장은 호방하게 웃으며 ‘용서! 그 정도 사고쯤이야, 홍보 효과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네!’라고 말한 뒤, 하야카와 타즈나를 저지했다.



 “이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냥 넘어가긴 어려운 일이에요.”



 “부정! 뭐 어떤가, 그쪽의 트레이너 덕분에 라이브 시청자도 10만이 넘어가지 않았는가!”



 “네?”



 하야카와 타즈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그러고 보니…뭔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골드 시티도 의문을 표한다. 옆의 둔탱이 트레이너만이 아무 생각도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티 양의 트레이너 씨 때문이라는 게, 무슨 말이신가요, 이사장님?”



 “묘안! 그거야 당연히, 그쪽의 트레이너가 한 외모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마튜브나 인터넷 여러 곳에 그의 사진과 함께 방송 출연을 광고했었지! 그래도 정말로 10만이 넘어갈 줄은 몰랐지만!”



 “그렇군요. 당연히 시티 양 트레이너 씨의 동의는, 받으셨죠?”



 “……고, 곤란! 생각해보니 깜빡했네!”



 “…….”



 “…….”



 이사장실의 분위기가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싸해진다. 아주아주 명백한, 트레이너의 초상권 침해에 대해 골드 시티가 한마디 하려 했으나, 하야카와 타즈나 이사장 비서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입도 벙끗하지 못했다.



 “시티 양, 그리고 트레이너 씨.”



 하야카와 타즈나의 목소리가 확 낮아졌다. 아니, 이걸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맹수의 으르렁거림이라고 해야 할까.



 “나중에 따로 트레이너 씨의 초상권 관련하여 피해 보상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어요. 그러니 일단 오늘은, 두 분 모두 그만 돌아가 주세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트레이너가 네, 라고 작게 말하며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이사장실을 나간다. 그 뒤를 골드 시티도 조심조심 따라간다. 당근 되었음을 감지한 아키카와 야요이 이사장이 ‘부탁!!! 날 버리고 가지 말아주게!’라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지만, 여기서 손절하지 않으면 이쪽도 죽는다.



 덜컥, 하고 이사장실의 문이 닫힌다. 일곱의 우마무스메가 전력으로 부수려 해도 부술 수 없는 문이다. 그런 문에, 찰칵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걸린다.



 “자, 자자자, 자비! 타즈나! 내가 잘못한 거 같으니까 그만―”



 “하……정말로 옛날 성격 나오게 만드시네요, 이사장님.”



 “자, 자비! 자비! 부디 자비를!”



 “그건 나중에 선대 이사장님께 찾으세요.”



 “히이이이이이익! 귀신! 오니! 타즈나―!!”



 옆동네 어느 사무원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유언을 남기며, 아키카와 이사장은 그렇게 하야카와 타즈나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다.



 중앙 트레센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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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키온 조지려고 석사학기 기억을 되살리다 셀프 PTSD가 와서 기분전환


 

 고루시치와 차 으누T

댓글
  • 메에에여고생쟝下 2025/09/10 23:55

    사귄다 짝 사귄다 짝

    (b0juvT)

  • KaidoHKS 2025/09/11 00:21

    이제 공인(?)받은 커플의 탄생이군요!!

    (b0juvT)

(b0juv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