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팀 YOUR TEAM NAME HERE, 가칭 팀 티아라.
초대 치프였던 메지로 라모누의 트레이너는 서브들은 물론, 차기 치프에게도 지도 지침을 확실히 남겼다.
‘야, 우마무스메들이 강하니 뭐니해도 결국 풋내나는 사춘기 애새끼들이다. 애들 장난에 적당히 어울려주고 지도할 거 지도해라. 니들 교육자여.’
와 심플 이즈 베스트.
근데 과연 우마무스메들은 그렇게 생각할까?
이건 '적당히'를 모르고 풀 액셀을 밟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진 한 멍청이 트레이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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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치프는 메지로 라모누의 졸업과 동시에 메지로 가에 반쯤 납치 혼을 당했다.
다음 치프의 자리는 유력시되던 한 서브에게 넘겨졌는데, 이 트레이너가 담당하던 우마무스메의 이름부터 뭔가 비범했다.
스틸 인 러브.
와, 참 좋은 이름이에요.
막 상사병에 상시 골골거릴 거 같고, 그거 때문에 사고 좀 칠 거 같고.
우마무스메는 꼭 이름 따라 사고 치니까, 그렇죠?
음, 반쯤은 맞다.
일단 얘는 자기가 해리성 장애가 있다고 ‘착각’한 사례였다. 뭐, 이 나이대 중등부가 다 그렇지. 중2병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나.
그리고 대선배님 메지로 라모누한테 ‘님 퇴물 다 됐는데 왜 껄떡거려요’를 돌려 말하는 패기도 있었다.
와, 중등부 대단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네.
뭐, 당시 드림 트로피 뛰고 있던 라모누는 적당히 받아주고 ‘당돌한 후배가 왔다’라며 뒤에선 은근히 만족하긴 했다만, 트레이너로선 글쎄. 티아라 처음 딴 팀의 대선배에 대한 존중 없이 견제만 왕창 날리는 담당 보고 골치 좀 썩지 않았을까.
근데 여기서 이 트레이너가 낸 해결책이 골치 아팠다.
“그럼 충격 요법을 좀 준다면 애가 나아지지 않을까?”
고로, 자기한테 현실에 영향 주는 이중인격 있다고 믿는 꼬마애한테 어울려줬다.
일부러 물려주기도 하고, 독감에 일부러 걸리든 매일 같이 카페인 800씩 처먹든 아무튼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컨디션도 나락 주기적으로 보내고, 눈에는 아주 시뻘건 컬러렌즈도 끼우고, 머리카락 색도 염색하고. 주변에선 ‘이놈이 때늦은 중2병 걸렸나?’ 했지만, 뭐 효과는 확실했다.
스틸 인 러브는 언뜻 보기엔 자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맛이 가는 것처럼 보이는 자기 트레이너 때문에 점점 더 어쩔 줄을 몰라 했으니까.
그런데 잘 뛰었다.
진짜로.
팀 Y.T.N.H의 트리플 티아라 두 번째 타이틀이 누구 개 이름으로 보이냐?
절대 아니거든.
그런데 이후 노선 정하려던 찰나에 라모누한테 도발을 걸었으니, 트레이너의 뒷목이 뻐근해졌다. 애가 철이 없어도 좀 적당히 없어야지. 트리플 티아라에 가을 고마까지 나란히 딴 초대 티아라는 아직 넘기 힘든데 뭘 믿고 콧대를 세운 거니.
그래, 메지로 라모누는 아리마를 2연패 했다.
적어도 스틸 인 러브가 ‘와 퇴물이 겁나 참견하네요!’하고 진짜로 우쭐하려면 비슷하거나 더 능가하는 무언가를 목표로 해야 했다는 거다.
근데 못 했다.
티아라를 따고 난 후 시작된 급격한 컨디션의 등락은 트레이너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결국 시니어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두 번째 트리플 티아라치곤 참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는 다분히 스틸의 정신적 문제 때문이었고, 해결해야 할 난제였다.
당장 중등부라 트윙클 시리즈 끝나고 나면 드림 트로피가 현역보다 더 길게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꺾이면 큰일 난다.
“쿨럭.”
“트레이너 씨?!”
아, 근데 시기적절하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사건이 일어났다.
사랑니 뽑고 출근해서 기침하니 그냥 붉은 기침이 와우.
스틸은 사색이 되었고, 본능도 대패닉 했다던가.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꼬르륵-.”
입에서 붉은 물을 뚝뚝 흘리는 채로 따봉까지 날리니 애가 선 채로 정신을 잃었다. 이쯤에서 트레이너는 슬슬 고민되기 시작했다.
‘아 언제쯤 놀아준 거였다고 까지.’
왠지 응징의 우마펀치가 날아올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진 않은가.
때마침 온천여행권 하나 얻어둔 게 있으니 이때 ‘짜자잔, 다 몰래카메라였습니다’하고 밝히기로 했다.
이러면 좀 덜 처맞겠지.
-⏲-
“트레이너 씨.”
“응.”
“오른뺨이 좋으세요, 왼뺨이 좋으세요.”
“마음대로 해라….”
아 깨몽이었고요.
진실을 들은 스틸 인 러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안도의 웃음을 한참 동안 터트린 후, 이내 자신 때문에 그가 병든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결국 응징의 귀싸대기를 갈겼다.
‘콰앙!’
그것도 여관과 온천수가 대폭발한 것처럼 보일 정도의 충격파를 일으킬 정도로.
“장난도! 적당히! 치셔야죠! 이게 뭐예요! 이게!”
“으어어어어! 머리 터진다! 머리 터져!”
“머리를 그냥 확 다 뜯어버릴까요, 진짜!”
그간 한 마음고생을 풀려는 듯, 아예 머리채를 잡고 뒤흔드는 스틸 인 러브는 그동안 보인 얌전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짜로 노심초사하던 마음이 급격히 울분이 돼서 터졌는데 저러면 얌전한 라이스 샤워나 하루 우라라도 대폭발하지, 트레이너가 잘못이다. 무조건.
앞이 안 보이던 거?
잠깐 틈내서 라섹 받았는데 안 보이더라.
식욕이 없던 거?
독감과 다이어트를 겹치니 고급보디로 넘어갈 뻔한 몸뚱이가 한순간에 휘청거리긴 하더라.
시리즈 끝나고 병원 갔던 거?
그거 그냥 검진받으러 간 거야.
입원 치료?
그런 거 애초에 없었고 그냥 수면 내시경이었단다.
이런 말 줄줄이 듣는데 이거 부처도 못 참는다. 그냥 처음부터 전부 놀아주기용 몰래카메라였단 소린데 화 안 나면 그게 사람인가.
“으…. 흑, 흑흑…. 전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렇게 한참을 두들겨 패던 팔의 힘은 서서히 빠지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이럴 줄 알았다.
장난치겠답시고 3년 넘게 어울려주다가 결국 담당 울려버리다니, 니가 사람이냐, 라는 양심의 가책이 트레이너의 양심 속에서 울린다.
“스틸.”
“흑, 흑….”
“난 널 두고 어디로 사라질 일 없다.”
그가 어딘가로 사라질까 봐 꽉 붙잡은 채 훌쩍거리는 스틸 인 러브를 달래듯 하는 말. 하지만 워낙 거짓말의 규모가 컸기에 쉽사리 믿겠는가.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오히려 더 꼭 안겼다.
‘아, 라모누한테 잡혔던 선배님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물론 그는 제 무덤을 풀 액셀 밟아서 스스로 판 격이었지만, 어찌하랴.
“이제 남은 시간도 많아졌다. 하고 싶던 거나 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자.”
“하고 싶은 거….”
그 말을 찬찬히 곱씹던 스틸 인 러브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거나 되나요?”
“그래, 시리즈 뛰느라 고생했으니까.”
근데 아뿔싸, 해선 안 되는 말을 했다.
아무거나, 란 자고로 뭐든지와 동급이다.
이 인간은 그걸 몰랐다.
“그러면 역시, 트레이너 씨와 같이 지낼래요.”
“…아뿔싸.”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그런데 주워 담을 수 없다.
한번 열린 대문이 뭐 대가 없이 닫히는 거 본 적 있나.
“설마 그거 라모누한테 배웠니.”
“….”
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려 먼산 보는 거 보니 확실하다.
티아라 우마무스메들 사이에 사이 안 좋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 이런 노하우 공유하는 거 보면 참 끈끈해, 그치?
“일단 당장은 그거 기각.”
“엑, 하지만 아무거나 라고.”
“고등부 졸업하고 나서 생각하자. 그건.”
그렇기에 사회적 말살을 피하기 위한 유예 기간을 선고했다.
중등부 갓 끝낸 애랑 동거요? 미쳤습니까, 휴먼? 소리가 언론에서 바로 터진다. 이건 그가 진짜로 세상에서 사라질 사안이라고.
“대신 가고 싶은 데 있으면 같이 돌아다녀 볼까. 해외도 괜찮고.”
“그래도 될까요? 트레이너 일도 있으실 텐데.”
“아, 일? 치프 자리는 딴 놈 넘겨주지, 뭐.”
그리고 이는 팀의 유구한 전통, 치프 자리 화약고 돌리기의 시작을 알렸다.
돌려돌려 돌림판, 누가 과연 이 머리 아픈 자리에 앉을 것인가.
스틸 인 러브의 트레이너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담당 달래는 눈앞의 일이 더 중요하지, 딴 놈들 일이 더 중요할 거 같냐.
그도 결국 다른 의미로 광인이었다.
스틸 인 러브 쇼
스토리 보고 바로 떠오른 소재
그.....삐끗하면 또레나도......
???? ??? : 싯팔! 또 결혼은퇴! 타즈나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