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컬) 닭다리 오두막집의 유래에 대한 잡설

신규 엘다인, 마카샤의 모티브가 바바야가란 것은, 절구통의 마녀라고 불릴 때부터 확실시되었던 이야기다.

마카샤의 모티브가 바바야가란 걸 암시하는 떡밥 이야기도 당연히 여럿 나왔는데,

이중에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생소하게 여겼을 법한 개념도 있다.

바로 닭다리 오두막집

생각해 보면 상당히 뜬금없는 이미지라 "이런 게 바바야가 전설에 진짜 있어?"라고 생각했을 사람 많을 것이다.

한국인도 여럿 접했을 창작물에 바바야가 또는 그것이 모티브인 게 확실한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마카샤가 처음이 아니라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에 나오는 바실리사도 있었는데, 걔도 해골램프나 생명의 물이나 썼지

닭다리 오두막집 같은 건 한 마디도 언급 안 했거든.

그런데 바바 야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진짜 나온다.

그런 어이없는 민화를 보면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수백 년 전 러시아인들은 대체 뭐 하고 생활했길래, 사람 잡아먹는 마귀할멈이 이딴 우스꽝스럽게 사는 집에 산다는 생각을 했을까?

라고.

답은 간단했다.

이렇게 생긴 집이 현대 러시아에도 흔히 남아있거든.

그런데 이거 파보면 상당히 친숙한 개념의 물건이다. 러시아 말고 미국 애니에 이것과 비슷한 맥락의 물건이 정말 흔히 나오거든.

정확히는

이웃집 아이들하고

심슨 가족에서

단골로 등장한 트리하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데 이런 공통점이 있네?"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나무집은 전세계 곳곳에 있었던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서.

목조 건물은 습기에 취약해서 비 좀 내렸다 하면 고인물에 바로 썩으니까 빗물이 고이고 흐르는 땅바닥보다 높은 데다 올리자.

그런데 집을 안정적으로 올릴만한 기둥을 바위나 금속으로 만들기는 비싸고 힘드니까 목조 기둥을 만들거나 나무 그 자체에 올리자.

이런 발상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생각해서 실천한 것이다.

닭다리 오두막집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트리하우스처럼 거대한 나무 하나 위에다 올리는 게 아니라 두 개의 평범한 나무 위에다 올리고

기왕이면 보기 좋게 그 나무들 뿌리를 정리했는데, 어느 정도 남기니까 꼭 닭다리 같은 모양이 된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