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한 때는 용사라 불렸던,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를 망연자실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용사의 배신을 예상하지 못했다.
오랜 세월 생사를 함께 해온 용사의 동료들조차 마왕을 처치한 이후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시대와 희망의 기쁨과 기대를 나누던 그 순간.
용사는 말없이 마왕의 시체에 다가서더니 그 누구도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그 힘을 흡수하고 마왕보다 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가 됐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동료들을 부활조차 할 수 없게 육신과 영혼까지 완전히 불태워버렸다.
성녀만 제외하고.
"대체...왜...? 무엇 때문에..."
성녀는 용사의 주변에서 스스로 타오르기 시작한 광인의 샛노란 눈동자 같은 불꽃들이 내뿜는 열기 속에서 메말라 갈라지기 시작한 목소리로 의미 없는 질문들을 되풀이했다.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던 용사는 정의롭고 선의가 넘치며 항상 약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거리낌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다.
마왕을 토벌한다는 숭고하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짊어지려 하지 않은 일도, 용사는 두려움 없이 스스로 떠안으며 이 순간까지 갖은 고생을 해오며 여기까지 왔고 마침내 사악하고 강대한 마왕을 쓰러뜨려 그 목적도 달성했다.
그렇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만큼 배신에 대한 분노보다 용사의 행동에 대한 의문이 더 컸다.
한참 동안 성녀에게서 등을 돌린 자세를 동상처럼 흔들림 없이 유지하던 용사는 성녀의 물음에 반응하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용사는 원래 머리가 있던 자리에 인간의 얼굴이 아닌 그의 주변에서 타오르는 광인의 눈동자 같은 샛노란 불꽃 색의 작은 태양 같은 구체가 머리 대신 자리 잡은 채 성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바라본다.
그리고 성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왜냐고요? 정말...몰라서 묻는 겁니까?"
괴이한 형상과 다르게 목소리는 성녀가 알던 용사의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용사는 순순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신에게서 마왕을 토벌하라는 계시를 받았을 때도, 국왕이 저와 성녀님을 못 미더워하며 찬밥 취급을 해도, 성녀님이 몸담았던 교단의 주교가 마왕의 유혹에 넘어가 저희를 배신했을 때도...저는 모두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도 성녀님이 제 곁에 있었으니까요."
성녀는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밀려 들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용사의 말은 성녀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하지만...성녀님이 저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더군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눈이 먼 늙은 광인을 기억하세요? 그가 죽기 전에 저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용사의 차분한 음색에는 분노가 서리기 시작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왜 저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마왕을 죽여도 다시 부활하게 되고 그것을 막으려면 성녀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봉인을 해야 한다고...그마저도 고작 100년 밖에 유지 못한다는 사실을..."
"용사님...그건...저를 희생해서 용사님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행복해진다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저는...그 모든 고난과 고통을 감내했던 이유가 성녀님 때문이었습니다. 당신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지옥이든, 바다 깊은 곳의 심연이든, 보는 것으로도 정신이 무너지는 외계의 성지든...! 그런데...당신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이 세상이...존재할 이유도 없죠."
"용사님...제발...제가 바란 건...!"
"당신만 있으면 됩니다. 여신이든, 마왕이든, 이 세상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도 당신만 있으면...충분합니다."
용사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불길이 더 거세게 타오르며 이 세상 전체를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죽어야 유지되는 세상이라면 존재할 가치도 없습니다. 차라리 제 손으로 불태워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오직 저와 당신만이 존재하는 둘만의 낙원으로..."
그저 서로를 위한 마음이 커다란 재앙의 불씨가 되어 돌아와 역대 최강이자 최악의 마왕을 만들어버린 이 현실에, 성녀는 절망하고 말았다.
미친 불 엔딩 재밌게 봐서 그걸 기반으로 망상 싸질러봄ㅋㅋ
p.s : 생각해보니 엘든 링 스포라서 스포도 달아놓음
저러고 회귀각인가
또 인치나 파운드 아님 민초? 강제 부먹? 아님 기무치? 또 뭐때문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예요 왜 정상적으로 화내요...?
저러고 회귀각인가
또 인치나 파운드 아님 민초? 강제 부먹? 아님 기무치? 또 뭐때문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예요 왜 정상적으로 화내요...?
https://youtu.be/48cBHDzllmY?si=_5fnkkqesKIcWtfx
모든 것을 불태워 하나로 돌아간다ㅡ!
의도치 않게 용사는 정답을 찔렀다. 성녀만 몰랐을 뿐, 용사가 성녀를 사랑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왕국은 이제는 쓸모가 다한 용사를 죽이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