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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번개, 부산에 서다


[말딸,괴문서]하얀 번개, 부산에 서다_1.jpg






전편:

1화 2화 3화 4화







-나름 보람찬 학창시절이었다, 안 카나.
하얀 번개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벽촌 출신 우마무스메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였고, 룸메이트가 된 오구리 캡과 전심전력을 다한 터프에서의 경쟁은 즐거웠다. 뭐, 예정보다 조금 이르게 현역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그 이후 드림 트로피를 뛰면서 트레이너와 주거니 받거니 한 일상도 잊을 수 없겠지.
음, 생각하니 참으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걸 무사히 다 넘겼다고 생각하니 더욱 보람찰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장소, 이때 이런 걸 안 하고 싶을 쏘냐.
“우오오오오! 낸 세상의 왕이대이!”
“꼴랑 일 박짜리 페리에서 타이○닉 흉내 내고 자빠젼내 마!”
드림 트로피에서도 내려온 후, 졸업장을 받아 든 해.
타마모 크로스, 트레이너의 고향인 부산으로 향한다.
-⏲-
구태여 비행기를 안 타고 1박을 거치는 페리를 타고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향한 건 순전히 타마모의 고집이었다.
졸업 후 첫 여행인데 배 위에서도 좀 뒹굴뒹굴하고 싶다!
(전) 트레이너는 바로 오케이 한 후 티케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동생들은 조부에게 잠시 맡겨두고 시작된 해외여행은 배를 돌아다니며 바닷바람을 쐬고 기분 내보겠다고 자판기 타코야키를 사 먹는 걸로 시작했다. 뭐, 맛을 보니 ‘아이고 이런 거, 울 동네에서 팔다간 폭삭 망해뿌겠네’라고 평했지만.
다만 의외의 일도 분명히 있었다.
“일본 서 있을 때 테레비에서 본 거 같은데 그, 그 유명한 말딸 아이가?”
“에, 말딸? 한국에선 우마무스메를 그렇게 부릅니꺼?”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달고 있는 귀의 기다란 푸르고 붉은 장식, 그리고 특징적인 은색 머리칼을 보고 알아챈 귀국 중인 한국 사람들이 소수 있었다는 점.
정말 소수였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타마모 크로스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명했으니까. 아시게(은발) 우마무스메는 잘 뛰지 못한다는 속설을 오구리 캡하고 같이 깨버린 장본인 아닌가. 마지막 드림 트로피 출주를 선언하고 졸업이 다가오면서 부쩍 언론 출연 빈도가 높아졌었으니 아는 사람이 있을 법했다.
근데 그 입에서 나온 게 걸쭉한 부산말일 줄은 몰랐겠지.
“아이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데 완전 부산말이네. 대체 으디서 한국말을 그리 배워쓸꼬”
“고게, 또레나가 부산 놈이라서 말이지예.”
“고놈이 잘못했네, 잘못했어. 가르치려면 스울말을 가르치야지. 아하이고 얼굴은 반반한데.”
“헤헤, 개안슴더. 저도 일본에선 부산 같은 동네서 살던 놈이라서 말이지예.”
졸지에 잠시 자리를 비운 트레이너가 욕을 먹긴 했지만, 뭐 아무튼 대화는 잘 됐다.
“하따, 더운데도 바람은 잘 부네이.”
“지금 그 바람을 잘 느껴두거라.”
“엥, 표정이 무서운데 또 뭔 일이꼬.”
“지금 부산에 폭염경보 떨어졌다.”
“뭐라꼬.”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딱 맞는 재난급 소식에 ‘에헤이, 그래도 오사카보다 견딜 만하겠지…. 글체?’하고 애써 웃기도 했다.
하루 자고 일어나서 한국 영해에 들어와 있었기에 휴대폰에 번쩍거리는 재난 문자는 ‘오늘도 35도 이상의 고온이 예상되니 외부 활동 자제해라 새끼들아’라고 쓰여있었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근데 왜 하필 이 땡볕에 가는 기고, 가을이나 겨울이 좋지 않나?”
“전에 야구 보러 가기로 했잖아. 그럼 지금이지.”
“아 고건 그런데.”
드림 트로피 첫 해 나눈 말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타마모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트레이너는 골치가 아픈 듯 말했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지금이 장마 시즌이라서 이때로 잡은 거였거든?”
“장마라꼬 35도 오바가? 에헤이, 농담도 고마해라.”
“그게, 열돔이 트리플로 겹쳐뿌가꼬 장마전선 그 나약한 쉐끼가 오다가 뒤져뿔따더라.”
“아하, 트리플 열…. 아니, 뭐라꼬.”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태양은 ‘핫하 타 죽어라 나약한 먼지 같은 놈들’하고 아주 쨍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얀 번개는 무슨, 비가 와야 번개가 치지.
-⏲-
그리고 그 결과.
“하따 더워 디져뿔겠는데 이제 좀 살겠네, 이런 음식이 있었으면 좀 말해주지.”
부산에 발을 디딘 후, 첫 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밀면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맵고 자시고 상관없이 타마모는 시원하게 국물 한 방울까지 아주 싹싹 5그릇을 비워냈다. 그것도 ‘말딸용’이라 따로 분류된 아주 큼지막한 다라이에 나오는 양을.
오구리 캡이었다면 저기에서 곱하기 5를 해야 만족했겠지만, 뭐 타마치곤 많이 먹은 양이었다.
폭염은 소식가도 처음 보는 밀면을 흡입하게 한다. 대단해.
“이제 좀 시원해졌는데, 다음은 어디로 가는 기고, 또레나.”
“이 땡볕에 나가 다니면 뒤져뿔지 않긋나.”
“아, 그건 당연한 소리제. 난 일찍 죽기 싫다 안 카나.”
의자에 걸치듯이 앉은 채 손사래를 치는 (전) 담당의 얼굴에는 그녀답지 않게 질색팔색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입국 절차를 다 끝낸 후 부산항에 발을 디디며 ‘나, 타마모 크로스! 마침내 부산에 섰다!’하고 우렁차게 외치려 했지만 현실은 ‘크아아악! 태양이! 햇빛이이이이이!’하는 외침이었다.
오사카의 습윤한 더운 느낌하곤 전혀 다른 피부를 불태우는 땡볕은 ‘한반도에 어서 와라, 애송이’라는 신고식처럼 느껴졌으니까.
고로 답은?
“일단 해 좀 떨어질 때까지 실내에 짱 박혀있자. 이런 폭염은 나도 역대급이라 죽겠네.”
일단 태양을 피한다.
폭염경보 속에선 일단 살아남아야지, 암.
“또레나, 궁금한기 있는데, 부산이 설마 한국에서 제일 더운 동네가?”
그러던 중, 타마모가 문득 궁금해진 듯 물은 말에.
“그래 보이나?”
트레이너는 허탈한 듯 웃으며 되물었다. 그걸로 모든 걸 파악했다.
“허미, 더 지옥인 곳이 있는 거구마.”
“여기가 36도면 거긴 38도일기라.”
“쉬벌, 거기 사람 사는 동네 맞나?”
상상만 해도 두려운지 꼬리와 귀가 파르르 떠는 걸 보며 그는 손가락으로 벽에 걸린 무언가를 가리켰다.
“캐리어 선생님을 찬양하라, 에어컨이 있으면 모든 게 해결 가능하다.”
“캬. 현대문물 최고.”
실내로 갈 이유가 더 생겼다.
에어컨의 은총을 찾아 나서자.
어차피 3주 가량 한국에 있을 거니 말이다. 설마 그사이에 폭염경보가 해제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날 리가 있겠는가.
…이때는 몰랐지만, 이 해는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여름이었다.
폭염경보. 폭염주의보.
일상이 될 긴급재난문자를 매일 같이 듀오가 받게 될 3주의 시작이었다. 






갑자기 소재 떠올라서 써본 타마모 소재

이어짐

댓글
  • 린성신관알타 2025/07/21 07:38

    그저 캐리어갓...

    (bvnmBk)

  • 린성신관알타 2025/07/21 07:42

    그리고 푹푹 찌는 밤에 정전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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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Егор Летов 2025/07/21 08:52

    그래도 부산엔 뛰어들 바다라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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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200APC 2025/07/21 09:11

    달달허이 지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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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Егор Летов 2025/07/21 11:18

    아따 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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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니에타 2025/07/21 11:25

    마! 이열치열 모르나! 붓싼에 왔으면 얼크은한 대지국밥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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