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4784256

주변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말려주세요. 6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블루칩입니다.
굳이 이런 글을 유머 탭에 올리는 이유는, 적당한 게시판이 없는 것도 있지만 유머 탭은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즐겨 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시간이 난다면 이 탭에 제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입니다.


30대 후반 남성이 변을 볼 때 묻어나오는 항문 출혈로 가까운 항문 전문 병원에 방문하였습니다. 의사는 남성의 항문을 보고 항문 출혈이 치열(항문 질환 중에 하나입니다)로 인한 것이라 진단하였고, 치핵도 있어 치질 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치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환자는 회복하고 퇴원하였고, 이후 별문제 없이 지내다가, 3개월이 지났지만 지속되는 혈변으로 수술을 해준 병원을 재방문하였습니다.

의사는 수술 부위를 확인하였고, 수술 부위에 이상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분명 혈변을 봤고, 환자에게 질문을 합니다.

 

환자분, 혹시 대장내시경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환자는 대장내시경은 물론이고 건강검진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의사는 조금 큰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해보는 것을 권유하였고, 그렇게 환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병원에 대장내시경을 예약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대형병원은 외래를 보려면 아주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환자는 조금씩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외래 예약 시기가 됐고, 환자는 의사를 만납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내시경뿐만 아니라 CT 촬영까지 급하게 진행시킵니다.

 

환자는 대장암 말기였습니다. 이미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하여 간이 모두 망가진 상태였고, 젊기에 혈변과 황달을 제외한 증상이 없었으며, 아무도 그 나이에 대장암 4기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환자분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래도 봐줄 수 있는 병원을 찾다 저희 병원에 오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도 환자를 보고 나서 더 이상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알았고, 저희 혈액종양내과에 협진을 의뢰하여 해당 과에서 마지막으로 항암이라도 시도해보고자 전과하였습니다.

 

그렇게 환자분은 저희 병원에 입원 후 1달도 되지 않아 사망하셨습니다.

 

사실 30대 젊은 나이에 혈변을 본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은 치질일 것입니다. 또한 치질이 있던 젊은 환자에게 내시경을 해보자고 할 의사는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첫 진료를 본 의사는 직장 수지 검사와 같은 본인이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진행하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발견하지 못하는 대장암은 있습니다.

환자분을 탓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닙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30대 중반에 내시경 한 번만 해봤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사실 대장내시경은 40대에 권고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생활 패턴이 점차 변하여 30대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대 후반부터 내시경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저는 의대생 시절 대장내시경을 하고, 용종을 제거했던 사람으로 주기적으로 내시경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제 주변인에게도 내시경을 권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미국인이었다면 권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의료 접근성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어디서든 내시경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제가 근무하는 병원의 내시경은 대기가 길어 그냥 집 앞에 있는 작은 병원에서 내시경을 합니다. 1주일도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초기의 위암이나 대장암은 내시경으로 제거하고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같은 외과 의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루리웹 이용자들은 20, 30, 40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내시경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다음에는 제 첫 번째 내시경 이야기를 하며 내시경을 준비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3줄 요약

30대 후반 남성이 혈변으로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던이 남성은 치질 수술만 받고, 대장암을 놓쳤습니다.

저는 대장내시경을 30대에도 추천합니다.


5탄 링크는 아래입니다. 혹시 지난번에 못 보신 분은 아래에서 봐주세요.
주변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말려주세요 5탄

댓글
  • blue-chip 2025/07/16 12:21

    저도 건담이랑 닌텐도 좋아합니다 ㅎㅎ

  • 사슴애호가 2025/07/16 12:22

    보통 사람들이 검사 잘 안하려는 이유
    1. 자기는 그럴리 없다는 생각
    2.혹시나 본문같은 중병이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

  • 노드J애스를즐겨쓰는JK쨩 2025/07/16 12:20

    의사선생님이 왜 이런 똥통에 오세요!?

  • 욕망의항아리 2025/07/16 12:19

    아 나도 한번 해보긴 해봐야되는데...

    (u6v4aX)

  • 노드J애스를즐겨쓰는JK쨩 2025/07/16 12:20

    의사선생님이 왜 이런 똥통에 오세요!?

    (u6v4aX)

  • blue-chip 2025/07/16 12:21

    저도 건담이랑 닌텐도 좋아합니다 ㅎㅎ

    (u6v4aX)

  • 사슴애호가 2025/07/16 12:22

    보통 사람들이 검사 잘 안하려는 이유
    1. 자기는 그럴리 없다는 생각
    2.혹시나 본문같은 중병이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

    (u6v4aX)

  • 돈키눈나_싸랑해요 2025/07/16 12:23

    아이고...

    (u6v4aX)

  • 실버메탈 2025/07/16 12:23

    나도 슬슬 해봐야하려나

    (u6v4aX)

  • AKS11723 2025/07/16 12:23

    남과 노는 많은데 여와 소는 잘못찾아오셨숩니다 선생님

    (u6v4aX)

(u6v4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