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군생활 처음이자 마지막 혹한기가 잡혀있을때, 우리 대대장은 말년이었다.
진짜 개 끔찍하게도 FM을 사랑하던 대대장이었는데,
다른데로 발령나는거였는지 제대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냥 대대장이 말년이었던 것만 기억난다.
왜 말년인것만 기억나냐면,
FM을 그리도 사랑하고, 훈련이란 훈련은 버린 감자탕 뼈다귀 물어오는 강아지마냥 덥썩덥썩 물어오던 대대장이
혹한기가 잡히자 '응 X까 난 말년이야'를 시전하며 대대 연병장 내에 텐트를 치고 대대 내에서 모든 훈련을 진행하는 걸로 쇼부를 쳤기 때문.
모두가 대대장의 훈련방침에 환호하는 찰나, 대대장이 몇 가지 덧붙였는데,
1. 훈련 간 P.X 이용 밑 군것질 금지
2. 훈련 간 흡연 금지
3. 연병장에 텐트를 친다고 했지 막사를 이용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4. 장교고 부사관이고 다 통용되는 말이다.
5. 이거 안 지키면 대대장의 남은 군생활을 걸고 그 새낀 조져버릴 것.
이 되시겠다.
여기서 한 가지, 나는 군생활 초반 약 6개월 간 시설관리병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부대 내 시설 대부분을 꿰고있었는데, 짱박힐 곳이란 모든 짱박힐 곳을 다 알고있다는 소리다.
혹한기 이틀차, 분대원들 넷을 데리고 쪼르르 대대 정화조로 달려가서 짱박혔다.
대대 정화조 안에는 라디에이터가 있어서 따듯하고, 시설관리병 외에는 그게 무슨 건물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주임원사도 이 건물 용도를 잘 몰랐다.
여튼, 그렇게 아무도 안 오는 정화조에서 분대원들과 과자를 까먹고 담배를 원없이 피우며,
라디에이터의 따듯함에 기대 오손도손 앉아있는데,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우리 막내가 딱 봐도 사방팔방을 불안한 듯 카멜레온의 시선으로 노려보는 게 느껴졌다.
피식 웃으면서 '야, 여긴 아무도 안오니까 걱정 마라.' 라고 막내를 토닥였는데
'야, 여긴 아무도 안 온다니까. 걱정 마.' 라는 소리가 바로 밖에서 또 한번 들렸다.
그리고 아무도 안 와야 할 정화조 미닫이문이 열리며, 본부중대장과 통신소대장이 등장했다.
담배를 들고있던 선임,후임,나. 과자를 먹고있던 막내. 전원이 모두 그곳을 바라보며 시간이 정지해버렸고,
우리와 맞딱드린 본부중대장과 통신소대장도 정지해버렸다.
잠깐의 침묵 이후, 그들의 침묵의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니가 왜 여기있냐?" 라고 묻는 본부중대장의 손에 들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PX봉투였다.
그리고 우리는 '대대장에게 서로 안 꼰지른다.'는 계약 하에 정화조 안에서 2시간동안 냉동과 과자를 까먹으며 짱박혀 있었다.
한줄요약: 혹한기 중에 짱박혔는데 짱박힌곳에 본부중대장이랑 통신소대장이 냉동 들고 짱박히러 옴.
PX병이 착한 아이였으면 대대 폭발했겠네 ㅋㅋㅋ
착한아이 하니까 갑자기 PTSD오잖아
군대에선 무엇이든지 해도된다. 다만 걸리는 순간 모든 징계를 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서로 간쫄렸을듯 ㅋㅋ
뒷문도 있고
PX병이 착한 아이였으면 대대 폭발했겠네 ㅋㅋㅋ
착한아이 하니까 갑자기 PTSD오잖아
왜 대대장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x는 근데 어떻게 연걸까 ㅋㅋㅋㅋ
내가 시설관리병 할 때 잠깐 px부사수도 해봤는데
px안 여는 시간에도 간부들이 px병 찾아서 열게하더라
뒷문도 있고
군대에선 무엇이든지 해도된다. 다만 걸리는 순간 모든 징계를 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서로 간쫄렸을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