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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이런 환자가 있다면 말려주세요. 5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블루칩입니다.
굳이 이런 글을 유머 탭에 올리는 이유는, 적당한 게시판이 없는 것도 있지만 유머 탭은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즐겨 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시간이 난다면 이 탭에 제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입니다.
70대 여성 환자가 119를 통해 응급실로 왔습니다.
환자는 숨을 거의 쉬지 않는 상태였습니다(의학적으로는 호흡수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장암 말기로 과거 수술 및 항암을 하고, 더 이상의 항암치료에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환자의 동의를 구하여 집에서 요양하시던 분입니다.
환자는 자극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떨어져 있고, 숨은 거의 쉬지 않으며, 산소 포화도도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이 며칠 전에 외래에 방문하였고, 이 정도로 심한 상태가 아님을 외래 기록지를 보고 확인한 저희는 환자 보호자에게 문진을 시작했습니다. 환자는 최근 들어 통증 호소를 너무 심하게 했고, 보호자는 통증 호소를 할 때마다 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다른 징후가 없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처방된 약, 그 약은 바로 '펜타닐'이었습니다.
보호자 문진 결과, 며칠에 걸쳐 먹어야 할 펜타닐을 단 몇 시간 만에 다 먹어버렸고, 환자는 펜타닐로 인해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가 됐을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하였습니다(펜타닐에 의한 호흡 중추 마비).
저는 당장 해독제(날록손) 투약을 지시하였고, 간호사가 투약을 하는 순간 환자는
환자: (마치 물에 빠졌던 사람이 물 위로 나왔을 때 깊은 호흡을 몰아쉬듯) "흐어어어어억!! 으악!! 아파!! 나 진통제(정확히는 ㅁㅇ 이름을 말했습니다.) 당장!!"
그 장면을 한 번이라도 직접 보신다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겨우 약을 투여하기 5초 전만 해도 죽기 직전이었던 사람이, 해독주사를 놓는 순간 화를 내며 ㅁㅇ을 찾는 모습은 너무 기괴하여 마치 공포영화 속 좀비를 보는 듯했습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ㅁㅇ 중독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ㅁㅇ을 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겠다고 설득하는 사람, ㅁㅇ을 안 주면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람, ㅁㅇ을 주지 않으면 자살을 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람, 환청이 들리고 환시가 보인다고 하는 사람, ㅁㅇ 복용량을 의도적으로 속이는 사람, 여러 병원에서 ㅁㅇ을 처방받으려고 거짓말하는 사람 등 ㅁㅇ 중독자들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저희를 속이려 합니다.
물론 제가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 말기로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입니다(아닌 사람도 있지만요). 그렇다고 모든 말기의 사람들이 ㅁㅇ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정리하고, 떠나시는 그 직전까지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ㅁㅇ의 유혹에 지는 순간, 그 환자분들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도 힘들고 기괴해졌습니다.
여러분, ㅁㅇ은 절대 끊을 수 없습니다. 그 어떤 경로라도 ㅁㅇ에는 관심도 가지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마지막은 오직 지옥뿐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ㅁㅇ에 대한 경각심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최근 미국 FDA에서 20년 만에 승인한 진통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냥 승인이 아니라 '긴급 승인'입니다. 마치 코로나 시절 백신을 승인하던 미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지트리진'이라고 하는 약물입니다. 수지트리진은 무려 비ㅁㅇ성 진통제이고, 아직까지는 큰 부작용이 없습니다. 특히나 ㅁㅇ류가 가진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된 대표적인 두 가지 부작용인 호흡 중추 억제와 중독에서 자유롭다고 합니다.
미국이 긴급 승인을 한 이유가 대충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굳이 쓰지 않겠습니다. 글만 길어질 것 같아서요. 저랑은 일면식도 없는 유튜버지만, 화악하악이라는 분이 아주 자세한 영상을 만들어 두셨더라고요. 관심이 있다면 가서 보시기를 추천하겠습니다.



4탄 링크는 아래입니다. 혹시 지난번에 못 보신 분은 아래에서 봐주세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1159582

댓글
  • Le_Olis 2025/07/05 12:12

    고통때문에 펜타닐 처방받고 거기에 중독되버린건가.
    슬프네

  • blue-chip 2025/07/05 12:09

    ㅁㅇ 이라고 자동으로 변경되어 올라가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 헬라 2025/07/05 12:15

    보약 필터링은 어쩔 수 없지...

  • blue-chip 2025/07/05 12:09

    ㅁㅇ 이라고 자동으로 변경되어 올라가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XlDv0Q)

  • 헬라 2025/07/05 12:15

    보약 필터링은 어쩔 수 없지...

    (XlDv0Q)

  • blue-chip 2025/07/05 12:17

    ㅁㅇ 이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느끼셨으면 했는데... 아쉽습니다. 다들 그 단어의 무거움을 느껴주세요.

    (XlDv0Q)

  • Le_Olis 2025/07/05 12:12

    고통때문에 펜타닐 처방받고 거기에 중독되버린건가.
    슬프네

    (XlDv0Q)

  • 빅세스코맨김재규 2025/07/05 12:17

    ㅁㅇ에 쩔어버리면, 쾌락을 누리는 상태가 '기본값'이 되어버리니,
    (자발 호흡이 안될 정도의) 급성 중독에서 누가 해독해주면 '고통스럽다'고 느끼게 되버리는게 제일 무서움...

    (XlDv0Q)

  • 뭘더바라 2025/07/05 12:16

    요로결석 걸리면 한 번쯤은..

    (XlDv0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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