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마츄의 서사가 없다는 건

지쿠악스가 완결난 후 마츄의 서사가 없다는 감상평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인식오류임.

물론 인식오류를 일으키게 한건 애니의 비중, 분량 조절 실패 탓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츄의 모험&성장담으로 구성되어 있음.

마츄는 콜로니 출신으로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인조적이란 사실에 염증을 느끼고

일상을 매우 답답하게 여기고 있었음.

그러던 중 냐안, 슈우지와 만나면서

클랜배틀이란 일탈을 겪고 그걸 답답한 일상의 해방구로 여김.

이 클랜배틀이란 일탈은 그닥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데, 이는 마츄의 방황을 그리고 있기 때문임.

이 시기의 마츄는 “5화만에 샤아 추함을 턱 밑까지 추적한 여자” 라 불릴 정도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

이는 후의 마츄의 성장과 대비된 모습을 위한 빌드업 단계이기 때문에.

일탈의 끝이자 목적인 지구로 가게 됐지만 

마츄는 충격을 받음.

지구는 콜로니와 달리 자유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실상 콜로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지구의 다른 여자애들이 얼마나 부자유한 생활을 하는지 목격하게 됨.

마츄는 현실을 깨닫고 라라아를 탈출시켜서 자유롭게 해주고자 했지만 실패함.

그 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마츄는 다른 차원의 라라아를 구하게 됨.

방황 끝에 현실을 목격하고 성장하여

진정한 자유를 찾고 작중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냄.

근데, 솔직히 위 내용 와닿음?

아마 다들 쉽게 와닿지 않을거임.

앞서 말했듯이 분량과 비중 문제가 있는 애니라 빌드업도 약해서 전체적으로 설득이 되질 않음.

묘사를 안한건 아닌데, 그냥 뭐 살짝 맛만 보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느낌임.

하지만 마츄 서사가 없어보이는 또다른 큰 이유가 있음.

건담 뉴비 로제타 수녀님 반응

건덕후 아렌 반응

지쿠악스에 담긴 우주세기 떡밥이 

건덕후들에게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마츄 서사가 머리속에서 지워진 거임.

우주세기를 잘 알면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떡밥이 산재되어 있어서

마츄나 다른 이야기에 도무지 집중이 안됨.

대표적인게 11화의 마지막 장면.

11화에 많은 스토리가 있었지만 

이게 마지막 10초 가량에 인상이 다 묻혀버리는 경험 기억할거임.

24분간 스토리 열심히 진행하면 뭐함? 마지막 퍼건만 머리에 남는데.

다른 화에서도

키시리아가 ”붉은혜성이 가져다준 인연~“ 운운 한마디 했다고

일주일동안 샤아x키시리아 밈으로 불타고

라라아가 ”샤아가 뭘 해도 건담에게 죽어“ 한마디 했다고

라라아 이야기로 건덕후들은 계속 떠듬.

아는 만큼 보여서 즐거운 부분인데

이거 때문에 본편 내용이 심하게 가려져 버렸음.

그런데 우주세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수녀님같은 경우는

그런 떡밥은 패스하고 걍 마츄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던거임.

그래서 재밌게 볼 수 있던거고.

결국 이 평가대로임.

건덕후는 우주세기 지식이 많아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지만

되려 그게 방해되서 본편 감상을 해침.

마츄의 서사가 강렬한게 아니였던 탓도 있다보니 걍 잊혀진거임.

결국 못 만든거네?!

근데 결과적으로 건덕후들에게 건담축제 벌이게 해줬고

유입들에겐 호평과 퍼건유입을 시켜줬다는 점에선 

목적은 달성했다 볼 수도 있고…

일본 뉴스를 보니 이 작품을 두고

“전례가 없던 건담대축제” 라고 부르고 있었고

11화 이후에 hg건담이 엄청나게 팔려나간 모습도 목격되었음.

기존 우주세기 지식을 배경으로만 돌리고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완성도는 좀 높았을텐데

그랬다면… 건담대축제는 벌이지 못했겠지 싶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