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흙일이 좋아서 하면 행복한 일이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면 힘든 노가다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곳은 위쪽은 잡목이 우거진 적송 자생지이고
아래 쪽은 푹 꺼진 화전민 밭이었다.
마사를 지금까지 거의 100차 정도는 들여서 화원을 조성했다.
정원 공사업자의 전형적인 틀이 내가 생각하는 컨셉과 맞지 않아서
중장비와 작업자를 불러서 직접 공사했다.
장화 신고 작업자들과 함께 밥 먹고 대화하면서
몇 번에 걸쳐서 (이게 마음 먹은대로 한 번에 안됨) 토목공사를 했다.
서너 번의 토목공사로 기본 골격이 완성이 되자
맨 처음 한 일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중간 키의 관목류를 들이고 이어서 초본류를 들였다.
자연은 그대로 두면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산도 마찬가지로 관리를 해주어야 숲이 건강해진다.
정원은 그 집 주인의 성향과 안목에 따라 개성에 따라 꾸며지는 법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같은 설계디자인사에 설계를 했지만 집집마다 모두 다르다.
집 역시 주인을 닮는다.
나무수국(목수국).
나무수국은 잡목성으로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분화되어 나온다.
내 취향대로 처음부터 외목대로 키웠다.
곁가지들을 매년 쳐주고 주가지의 키를 매년 조금씩 올려 준다.
나무수국은 여름이 되면 가지 끝마다 수국과 비슷한 둥그런 꽃이 달린다.
나무수국을 외목대로 조성하면
여름 전까지는 막대사탕 모양이었다가 가지 끝마다 꽃이 피면 우산 모양을 이룬다.

삼색병꽃이다.
병꽃 역시 가지가 여러 개 분화되어 잡목더미가 되어 버린다.
주가지를 세 개만 남기고 다 쳐주었다.
아래 쪽 가지가 바람이 잘 통하니 나무 건강에도 좋다.
가분수로 꽃이 다발로 피는 모습이 나름 멋스럽다.

(1)
마당숲에 자생하고 있던 가막살나무.
이 녀석도 한 뿌리에서 가지가 여러 개 분화되어 나오는 잡목성을 가진다.
이 녀석은 나무수국에 비해서 외목대로 키우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유년기에 굵고 튼실한 목대만 남기고 제거해 주면 된다.
곁가지도 끈질기게 나오는 편이 아니라 관리하기가 용이하다.
덜꿩나무 꽃과 비슷한 하얀꽃이 피고 겨울까지 빨간 열매가 매달려 있다.
새들에게 이 빨간 열매는 겨울 비상식량이다.
빨간색의 작은 열매들 위로 하얀 눈이 올려진 모습도 아름답다.
(2)
꽃사과나무.
이래봬도 15년 이상 묵은 나이배기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화원 구석에서 양육했다.
낮은 가지 두 개를 벌려서 형태를 잡았는데 잘 따라 주었다.
집을 짓고 난 후 도로 쪽에 심을 나홀로 나무로 간택되었다.
남편은 도로 쪽에 예쁜 꽃이 피는 나무를 여러 그루 심자고 했지만
산철쭉도 모두 아래로 내리고 꽃사과나무 딱! 한 그루여야 한다고 설득했다.
우리 두 내외는 보는 방식과 안목이 서로 다른다.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다.
요즘에는 대체적으로 합의를 봤고 서로 잘하는 것에 충실하기로 했다.
나는 설계디자이너이고 당신은 시공사다.
당신은 훌륭한 시공사다.
그러나 시공사가 '설계디자인사에게 디자인을 왜 이렇게 했냐'고 따지면 안 된다. ㅋㅋㅋ
(3)
흰꽃 라일락이다.
라일락 역시 잡목성으로 여러 가지가 분화되어 나온다.
외목대로 키우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깔끔하게 외목대로 키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도로 쪽에 심은 붉은 장미에서 한 가지를 떼어 와 (두 번째 사진)
막대사탕 모양의 외목대로 키우는 중이다.
이 작업은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 작업이다.
가드닝 초기에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마당숲과 화원의 식물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아 손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
매년 같은 나무와 꽃을 대하면 지루해지기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장미 막대사탕을 만드는 작업도 늘 새로워지고 싶은 변화의 일환이다.

자생하고 있던 산벚나무.
아마도.. 어린 시절에 모진 풍파를 겪은 듯하다.
태풍에 주가지가 꺾였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세 번째 사진)
초기에는 S자형의 멋진 자태였는데 커가면서 살집이 늘어 결국엔 둥그렇게 변할 것 같다.

(1)
토목공사를 할 때 중장비가 다니던 길이다.
그 길의 폭을 그대로 살려 중앙로를 만들었다.
공사업자도 반대하고 남편도 반대했다.
정원에는 오솔길을 만들어야지 집 안에 이렇게 넓은 길을 만들 필요가 있냐고.
중앙로 폭이 넓으니 시야가 시원하고 여러 모로 괜찮은 디자인이다.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완충지대가 있어서 좋고 해가 진 후에 걸어도 날벌레가 없어서 좋다.
저녁 식사 후 빨리걷기를 하는 경로로 이용하고 있어서 더없이 좋다.
후일, 우리 둘 중에 잘 걷지 못하게 되면 사륜전동차도 다닐 수 있다.
저녁에 운동하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나 : 넓은 길로 한 거 어때?
남편 : 좋아. 당신이 잘했어.
산벚나무를 기울여서 식재했다.
늘어진 가지가 운치있다.
매년 균형을 잡기 위해 강전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2)
마르멜로 (유럽 모과).
이 녀석도 매년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한다.
해마다 하늘로 뻗는 도장지가 엄청 많이 나오는 반항아이다.
(3)
블루베리는 약을 치지 않아도 되는 유실수다.
대신 벌레가 꼬이지 못하게 아래 쪽을 훑어주어야 하고
주가지는 5개를 넘기지 않으려고 매년 가지치기를 해 주고 있다.

(1)
자두나무, 피자두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등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유실수는 키를 낮게 키우고 있다.
가지에 돌맹이를 매달기도 하고 줄로 유인해서 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햇빛도 잘 받고 통풍도 잘 되어 병충해도 적을 뿐만 아니라 수확하기도 좋다.
(2)
매실나무도 부주지는 2~3개로 만들어 가지가 늘어지게 벌려준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고 매실이 많이 달리는 것도 아니다.
(3)
화원에 위치한 2개의 정원등에 지지대를 만들고 인동을 식재했다.
10여 년 간 멋지게 올라 붙었다. (4번 사진)
밤에 정원등을 켜면 인동꽃 사이로 비치는 전등빛이 환상적이었다.
10년 넘게 탈없이 나이 들더니 어느 해인가부터 시름시름 맥을 놓았다.
노화로 인한 자연사인가?
화원 위쪽 전원등에 있던 인동은 모두 가셨고 아래쪽 전원등에는 겨우 한 줄기가 살아 남았다.
다시 예전의 전성시대가 올 지는 의문이다.

(1)
집터 닦는 공사를 하면서 소나무를 이식했다.
두 팔을 벌린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울 동네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만한 나무였다.
6W 기사님이 한 쪽 어깨를 부러뜨렸고 지난 습설에 몇 개의 중요한 가지가 부러졌다.
썰렁해진 소나무지만 턴버클로 다시 모양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2)
계곡가에 어린 소나무 두 그루가 싹을 틔었고
두 개의 어린 소나무는 유년기부터 계곡 쪽으로 향하게 양육 중이다.
아직 어린 나무라 말을 잘 듣는다.

(1)
관리하지 않아도 적소에 자리잡고 미소짓는 꽃양귀비.
집 짓기 전 마당에는 꽃양귀비 밭이 있었다.
집터 다지면서 마사 들이고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기 저기서 나타난다.
영어 이름은 콘플라워이다.
대개 'con'자가 붙은 식물은 잡초라고 보면 된다.
아마도 미국의 드넓은 옥수수 밭에서 환영 받지 못하고 잡초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나 어여쁜 꽃이지만 농작물 밭에서는 구박덩이일 수 밖에.
(2)
토종벌을 키우고 있어서 농약은 치지 않고 밤이면 전기살충기를 켜 놓는다.
특히 토종벌에게 해를 입히는 명나방을 잡기 위해서다.
(3)
계곡가는 산철쭉으로 마감했다.
산철쭉으로 도포된 곳은 딱히 관리가 필요없다.
잘 자라고 꽃도 잘 피워주고 잡초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키를 너무 크게 키우지 않으려면 꽃이 지자마자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시기가 늦으면 다음 해 봄에 꽃을 많이 볼 수 없다.
절단전정을 해주면 꽃가지가 많이 분화되어 꽃이 더 많이 핀다.

텃밭 울타리에 아치를 만들고 줄장미를 식재한 지 딱 3년 되었다.
흑장미색이나 흰색 줄장미로 하고 싶었는데 선택지가 없었다.
양평의 추운 겨울을 보낼 내한성, 약을 치지 않아도 되는 내병성, 수고 2미터 이상.
여기에 부합되는 품종은 안젤라 뿐이었다.
안젤라는 사계성 장미라 봄에 와장창 피고 여름에 이어 가을까지도 계속해서 조금씩 꽃을 피워 준다.

1등 ~
오랜만입니다. 청산님.
등산은 잘 하고 계시죠?
아직 마지막 남은 할미꽃 한분과 계속 사랑 중 입니다 ~ 그리고 요즘은 나비 나방과도 열애 중 입니다 ~ 계속 안보이셔서 어디 여행 중 인가 ~ ? 했습니다 ~ ㅎ 오랜만에 보니 무지 반갑습니다 ~ ㅎ
그냥 좀 에세랄에 시들했더랬습니다.
하는 일이 이것저것 처리해야 될 일도 있었구요.
그래도 에세랄에 오랜 친구 몇 분이 계셔서 들어오게 됩니다.
아.. 분명히 긴꼬리딱새 소리가 들리는데요. ㄷㄷㄷ
ㅎㅎㅎ 긴꼬리딱새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뻐꾸기가 엄청 울어댑니다.
저러다 목 쉴 것 같아요.
힘들으셔서 그렇지, 뭐든지 관리하는 만큼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 마디로, 대단하십니다,,
계속 더워지는 계절에 체력관리 잘 하셔서, 지금처럼 건강한 삶 누리시길~~~~
업로드하신 내용도 정성껏 깔끔하게 하셔서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우아 대단하십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