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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입니다. 지금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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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 차, 생후 150일 된 아기를 둔 남편입니다.
저는 39살, 아내는 42살입니다. 연애는 1년, 결혼한 지도 1년이 되었고, 지금은 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옷 장사를 하고 있으며, 월 수입은 약 400만 원 정도의 영세업자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매달 380만 원을 생활비로 아내에게 주고 있습니다.큰 돈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아내는 늘 380만원 밖에 못 준다며 무능력자, 인생 패배자로 저를 대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내와 아이를 위해 힘든 것을 참아내며 벌어온 돈인데,이런 말을 들으니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결혼 당시 저는 사업에 크게 실패를 한 이력이 있었기에 10년이 넘게 장사를 했지만
돈은 고작 6천만 원 정도를 가지고 있었고, 아내는 0원이었습니다.
아내는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끝내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6천만 원을 생활비로 써가며 버텨왔고, 현재 자산이라고는 집 보증금 3천만 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우리는 서로 돈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했습니다.
지금 사는 집도 운 좋게 구한 50만 원 월세의 30평 빌라입니다.
아내는 과거 직장에서 월 실수령 약 300만 원을 받았고, 지금은 출산과 육아로 휴직 중입니다.
저는 집 청소와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아이 목욕, 쌀 씻기 등 집안일의 상당 부분을 하고 있고,
육아는 7:3 정도로, 제가 30% 정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아내가 저에게 "투잡이라도 해서 돈을 더 벌어오라." 길래,
한 달짜리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낮엔 식당 일, 밤엔 제 본업, 그 이후엔 육아와 집안일까지 다 하며
하루 4~5시간 자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당시엔 내 가정을 위한 책임감이라는 생각에 힘들어도 불만없이 투잡을 뛰었고,
그렇게 생활비를 한 달에 500만원을 줄 수 있었죠.
그런데, 고생했다, 고맙다는 인사대신에 제 아내가 제게 했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넌 식당 일을 하니까 집안 일은 하나도 안 하는구나?"
슬프더군요. 분노의 감정보다 슬픔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올해 8월 말, 아내 직장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가야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서울에 집을 제 어머니가 사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처가 쪽에는 이미 서울에 18평짜리 빌라가 한 채 있음에도
"그 집은 절대 쓸 수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그 집을 우리보고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빠듯하게 살고 있으니
2년만 그 집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면,
2년 안에 경기 외곽에라도 15평대 빌라 하나는 대출끼고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서울 집은 저희 어머니가 사주길 바라고 있네요.
아내는 평소에 짜증을 잘 내는 성격이고, 공감을 잘 못 하는 타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공감을 하다가도
제 상황은 전혀 공감을 하지 못 하는 타입니다.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에 남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자꾸만 처제의 남자친구와 저를 비교하며 은근한 무시와 비아냥을 합니다.
처제의 직업은 연극배우인데, 제대로 된 경제활동은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친구이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있습니다.
처제는 늘 명품 가방에 욕심을 내는 사람이었고,
사고 싶은 가방이 있으면 언제나 남자친구가 척척 사주곤 했죠.
그 모습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처제는 "가방이 필요하면 남자에게 말하면 된다."고 아내에게 말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그 집안 자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장모님도 돈을 잘 쓰시거든요. 경제 활동은 해본 적이 없으시구요.
저는 술과 담배 둘 다 하지 않습니다.
술은 7년 전에 끊었고, 지금은 1년에 한두 번 마실까 말까입니다.
결혼 후 술 먹고 들어온 건 단 한 번뿐이고
그것도 아내가 처가에 가서 2주일 정도 머물고 오겠다고 했던 날, 지인들과 소주 두 병을 마신 게 전부입니다.
담배는 연애 시절 아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끊었고,
지금은 금연껌을 씹고 있지만 연초는 1년 6개월째 안 피우고 있습니다.
저는 가정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제게 어머니 한 분만 계신 상태에서 결혼했고,
이제는 아내와 아이가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지금까지 제 어머니를 명절에 한 번도 찾아뵌 적이 없습니다.
"나랑 결혼을 했으니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헌신을 해줘." 가 아내의 기본 인식입니다.
즉, 아내에게 가족이란 본인의 부모, 여동생까지가 전부이고,
저와 제 어머니는 제외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혼하고 행복한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아이는 지금도 제게 가장 큰 기쁨이고, 감사한 존재입니다.
아내가 그래도 제 취미(헬스)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줬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를 남편도, 가장도, 가족도 아닌 ‘돈은 버는데 무능력한 사람’으로만 대하는 태도에 지쳐갑니다.
남편으로서의 책임감만 요구하면서, 남편에 대한 존중은 없는 관계에서 과연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설에 이혼 얘기를 직접 꺼낸 적이 있었지만,
아내는 “이혼은 싫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달라진 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어머니 때문입니다.
손주를 매일 기다리시고, 너무나 좋아하시기에
이혼을 말하는 것 자체가 큰 상처가 될까봐 그게 두렵습니다.
생활비 380만 원을 밀리지 않고 지급
아내는 서울 집을 우리 쪽에서 사줘야 한다고 주장, 처가의 집은 절대 못 씀
감정 기복 심하고, 짜증 많고, 나를 가족으로 보지 않음
삼성에 다니는 처제의 예비신랑과 나를 비교, 은근히 무시
나는 집안일, 육아 모두 참여, 술담배도 안 함
아내는 내 어머니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음
서로 돈도 없이 결혼했는데, 내게만 모든 부담을 지우려는 구조
아이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고, 아내도 아이는 놓지 않으려 함
아내는 겉으로는 착한 척하지만, 본질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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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입장에서 정리한 이야기이지만, 단 하나도 과장 없이 전부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지금 진심으로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루리웹 여러분들께 냉정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정적인 말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어떤 말이든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