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보험수가의 원가 보전율이 70%대라는데
제가 소속된 병리과를 포함한 검사파트는 155%랍니다.
와우! 대단하죠? 아 누가 그랬냐구요?
보건복지부요 ㅎㅎㅎ
그래서 보건재정지출의 0.55%를 차지하는 병리과의 수가를
계속 해마다 2.5%씩 깎아가는 중이었대요.
타과에 비해 병리과의 보전율은 두배씩이나 되는데,
근데 왜 주위에 병리과가 있는 병원 찾기가 쉽지 않을까요?
보복부 말만 들이면 병리과는 완전 돈 잘버는 과일텐데 왜 항상 지원자는 미달일까요?
하이고 말이 안나옵니다ㅋㅋㅋ
병리과는 쉽게 설명하자면 조직검사를 해서 암인지 염증인지
진단을 내리는 일을 하는 과입니다. 돈 안되는 과 얘기하면서 병리과를 빼고 얘기하면 무지 섭합니다 ㅎㅎ. 병원 내에서는 적자과로 유명합니다. 적자를 매울 방법이 없거든요. 병리검사는 우선 임상의사의 처방으로 시행되고 수가가 발생하거든요 (추가처방은 병리과에서 처방가능한데 함부로 못내요. 여차하믄 삭감ㅋㅋ)
근데 병리 진단이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큰 병원에는 어쩔 수 없이 유지를 합니다. 그래서 중소형병원에는 병리과 있는 곳이 잘 없습니다. 그 말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거죠. 개원도 어렵습니다. 병리검사는 임상의사의 의뢰에 의해 시행되기 때문이죠.
이런 수가 문제는 병리과의 역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병리학은 기본적으로 질병의 발병기전을 연구하고 질병을 분류하는 기초의학입니다. 하지만 진료를 하다 보니 병리학적 진단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 진단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기초의학을 하시던 선생님들이 도와준다는 개념으로병원에서 진단을 해주고 한 게 병원병리의 시작입니다. 그러다 보니 병리검사 수가라는 게 적절하게 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에서는 병리검사를 더 많이 필요로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불합리한 수가제도에 대해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막 일을 시작했을 무렵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여러개의 조직 검사를 해도 수가를 하나 밖에 받지 못했거든요. 농담 삼아 했던 말이,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도 1개 사면 1개 값을, 2개 사면 2개 값을 내는데 우리는 슬라이드 여러 장 만들고 판독해도 왜 수가를 하나밖에 못받냐는 거였죠.
2010년쯤에 수가 개편이 한번 있었습니다. 6개월 후에 전체수가를 15% 삭감했죠. 왜냐구요? 수가 개편하고 나니 병리과가 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좀 커져버린 거에요. 우리 몫은 0.55%인데 그걸 넘어갔으니 전체 삭감이 떨어진 거죠. 기억하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으나, 그걸 계기로 병리전공의들이 파업을 했었습니다ㅎㅎ. 다들 놀랬죠. 검체 자르고 현미경만 보던 애들이 병원 밖으로 뛰쳐나올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니까요. 그래도 잠깐 세상의 관심을 끌고 뉴스 사진에 제 뒤통수도 나왔었죠ㅋㅋ 결론적으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을 어쩌고 저쩌고하는 말을 듣고 병원으로 복귀를 했었습니다.
올해는 전체 정원이 60명인가 그런데 19명 밖에 지원을 안했다네요. 지방쪽은 전공의 씨가 말랐고 서울의 메이저 병원들도 정원을 못채웠다고 합니다. 제가 전문의 땄을 때만 해도 그 해 새로 배출되는 병리전문의 수가 40명 초반정도 됐었습니다. 파업 사태 이후로 계속 줄었나 봅니다. 그나마 제가 전공의일 때는 정부에서 전공의 보조금도 줬었는데 (국립대만ㅋ) 얼마 전부터는 안준대요. 보조금 줘도 전공의가 안들어온다는 이유로ㅎㅎ.
그런데도 155%의 보전율 때문에 수가를 더 단계적으로 더 깎아갈 거랍니다. 진짜 말도 안되는 근거를 들고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형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ㅜㅜ
이번 수가 개편도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이전부터 보복부와 학회가 논의는 하고 있었지만, 학회에서 회원들에서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할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12원9일에 학회에 알리고 세부사항은 어제 밤에 왔다는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랍니다.ㅋㅋㅋ
이게 얼마나 어이 털리는 일이냐면 수가 코드를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전산에 다 반영해야하고, 검사 수가 처방을 넣는 임상과에 다 알려야 합니다. 물론 진단도하고 학교 수업도하고 논문도 써가면서 말이죠. 2주 후에 펼쳐질 혼돈의 카오스를 떠올리니 아찔합니다. 설명회에서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전통적으로 그쪽사람들 뱉은 말 바꾼적도 없고 협의없이 갑자기 던져버린 것들을 봐도 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문통을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공무원들은 그대로니까요. 그리고 아직까진 잘한게 더 많고요. 그래도 우리 목소리는 내야죠. 안그럼 뭐가 문제인지 모르거든요. 더 설명하고 더 알려서 우리편을 많이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요 며칠 의게 정성들여 장문의 설명을 해주신 선생님들 고맙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병리과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린다는 걸 핑계로 넋두리를 한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cohabe.com/sisa/4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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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다른 부분에서도 화가 났지만
‘수가 코드를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진짜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병리가 또 이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와 미친.... 코드를 새로 만들어야하는데 2주요?? 장난치나 지들에게 시켜도 2주만에 만들 수 있긴 하나 사람을 갈아내라는 뜻이네요
기초부터 임상까지 사이좋게 손잡고 망해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동네 의원 원장님 퇴원하시면 슈쳐라도 먼저 배워야지ㅋㅋㅋㅋㄱㅋㄱ
현실과 동떨어진 병리과 수가에 대한 투명성 강화 및 현업 종사자와의 소통이 절실하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참고로 병리가 망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면
암이 암이 아니게 되고 암이 아니었는데 암이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뿌리가 흔들리는거예요. 임상적 진단이 얼마나 정확했었는지는 병리조직검사결과만으로 확인되는데, 조직 절단면이 8면인데 심평원에서 시키는대로 한두개만 보고 괜찮다고 보조치료 약하게 했다가 재발하면? 잘못보고 과잉치료해서 합병증이 생기면? 원흉인 건보공단 심평원 아무도 책임 안집니다. 깽판은 지들이 치고 부담은 오롯이 환자와 담당의 몫이죠.
의료적폐 건보공단 심평원 뜯어고쳐야됩니다...
심평원은 심사과정의 신뢰 때문에 바꿔아하고
공단은 저수가 때문에 바꿔야하고
에휴
이러다 환자가 슬라이드랑 시약 사와야 검체 봐주는 거 아닌가 싶네요...근데 공무원 분들이랑 일하기 사실 힘듦... 그 세계가 똑똑한 분들이 위계 질서를 중시하면서 일해서 그런지 몰라도 탁상 행정이랄까... 뭔가 문제점이 있다! 이런 생각하고 지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해시다~ 이러면 엄청 기분 나빠하고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하고 교화 시키려고 하는 느낌...지당하신 말씀인데 저희가 부족해서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해 좀 해주세요. 이래야 차라리 잘 풀리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의사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현장 근로자 느낌인데 공무원 분들 만날 때면 수십 년간 책만 파온 백면서생이 현장 근로자 가르치는 느낌인데...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현장은 그게 아닌데 말해주면 어디 시건방지게 기어올라? 하고 괘씸죄 추가되는 기분임. 환자는 케이스마다 내가 보는데 환자 눈썹도 못 본 사람이 그 환자는 이렇게 했어야 한다고 하면 진짜... 심평원 직원 좀 병원마다 한 명씩 나가게 해주세요. 수술실에서 심평원 직원 분께 이거 급여 기준 아닌데 지금 이거 안 쓰면 큰 일 나는데 어떡할지 물어보고 쓰고 싶어요. 현장 심사해서 심평원 기준대로만 하게.
임상시험약 원내처방코드 생성에도 1,2주 걸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수가코드를 2주요? 하, 내년초 암관련 검사예약하고 온 입장이라 더 처절하게 어이털리는 현실이군요.
이쪽 전산일 하는데 1월1일 시행보고 저도 멘탈 나갔습니다 .배포 생각 하면 울고 싶습니다 병리과 부가 시설 장비유지등도 후덜덜하니 중소 병원에서는 꿈도 못꿈
망할심평원 하는거 보면 수가변경 3일전 자료주고 시행하세요??? 그럼 병원 및 관련 전산 업체 맨붕옵니다
암이 아닌데 함부러 암인지 아닌지 판독을 하려고 하면 큰일나요 암도 아닌데 검사하는거 보니까 이거 과잉진료 아니냐 하고 검사비가 삭감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 여러분은 이거 빼박 암이라서 보험금 타먹어야할 때나 보험사 증빙제출용으로 검사를 돌리세요 이 나라에서 검사란 미리 발견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빼박인걸 확인하는 용도로 존재하니까요.
병리과가 중상외과던가? 거기랑 같이 지원률 미달 탑2에 드는데가 아니던가???
좌우지간 심평원 개쓰레기들...
있는지 없는지 검사하는건데 있으면 돈줄게 없으면 돈 못줘.
실제로 심평원에서 하고 있는 말입니다 여러분.
이러한 상황때문에 임상병리학과 졸업생 애들 조차도 병리사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더리구여.. 일은 고된데 박봉이라 ㅠㅠ
심평원평가하는걸 손봐야할거같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