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용돈받으면 거의 대부분 오락실을 갔었다
그 당시의 나는 또래 애들 중에서는
그래도 "게임시스템"을 본능이 아닌 머리로 이해했던 몇 안되는 꼬마였어서
동네에선 꽤 두각을 드러냈었던 아케이드키드였다
자부심은 자만심이 되었고 무섭게 생긴 형들이 아니고 좀 만만해 보이면
반대편에 앉아서 용돈을 전부 부어 만든 실력으로 상대방에게 최대한 굴욕감을 주곤했다
그게 내 재미였고
오락실에서 의외로 제법 인기있었던 "키카이오" 라는 게임을 주로 했었는데
나는 아무도 고르질 않던 캐릭터
이 녀석을 주로 사용했다
생긴건 저래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 캐릭터는 굉장한 개캐인데
이 캐릭터로 10연승 20연승도 거뜬 했었다
최종보스를 깨기까지 20분이 안걸렸으니
도전자가 많은 날에는 100원만 써서 뽕을 뽑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야상을 걸치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던 굉장히 추레한 아저씨가
오락실에 출몰하기 시작했는데
이 아저씨가 내가 게임만 했다하면 무조건 도전해와서 나를 개박살을 내는것이 아닌가?
킹오브 96도 97도
스파2도
철권도
아랑전설도
심지어
나의 가장 큰 자부심이었던 키카이오마저
처발리고 말았다..
어른한테 지는거야 크게 분하지 않지만
이 아저씨는 팔이 한쪽이 없는 외팔이 아저씨였다....
한쪽팔이 없는 사람이 스틱이랑 버튼만 번갈아 누르면서
나름 고수였던 나를 쳐발라버리니
오락실에서 게임만 잡았다하면 구경꾼이 모이기 시작했던 나의 명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어느날은 키카이오에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10판 10패로 떡발린 나는 조이스틱에 얼굴을 처박고 울기 시작했는데
그 아저씨가 말없이 2천원을 건네주시면서
"그래두 니가 제일 잘허드랑께 울지말어야"
하시곤 웃으셨다
그 뒤로 몇번 또 승부를 겨뤘지만 이기지 못했고 그 아저씨도 안보이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오락실에 추억이다..
늘 있는 은둔고수
한손으로 스틱이랑 버튼을 어떻게 조작하신거지 ㄷㄷㄷ
반대편에서 들리던 소리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득트득 타닥 득트득 탁타닥"
하는 소리였음 아마 엄청난 속도로 버튼과 스틱을 오간게 아닌가 싶음../
늘 있는 은둔고수
한손으로 스틱이랑 버튼을 어떻게 조작하신거지 ㄷㄷㄷ
반대편에서 들리던 소리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득트득 타닥 득트득 탁타닥"
하는 소리였음 아마 엄청난 속도로 버튼과 스틱을 오간게 아닌가 싶음../
우리동네에서 저 로봇 픽률 0%였음ㅋㅋㅋㅋ
난 얘로 다 갖고 놀았었는데ㅋㅋ
글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