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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


'가난한 이들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_1.jpg


한국에서는 서프라이즈로 많이 접하셨을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어제(13일)별세했다는 소식입니다.


올해 1월부터 암이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는데 6개월의 투병끝에 결국 생을 마감했습니다.
5e25df80-302c-11f0-bac1-455003a02fad.jpg.webp.ren.jpg \'가난한 이들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
호세 무히카는 1960년대 우루과이 군사독재정권에 맞서는 마르크스주의 혁명조직의 공동 창립자이자 지도자였습니다.

게릴라 지도자로서 수도 몬테비데오와 인근을 장악하며 승리로 끝날듯했던 혁명은 군사정권의 진압으로 3년만에 패배로 끝납니다.

(그냥 좋은 할아버지인줄 알았는데 과거 이력이 무시무시하던...)

한번도 사상을 포기한 적이 없는 호세 무히카이지만, 이미 이 시기부터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비민주성과 권위주의를 비판했다고 하니, 그가 보여줄 행보를 예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JQQ6IOOAKJEDVC7JFJLBOXLKVA.jpg \'가난한 이들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
무히카는 1972년 혁명이 실패하고 13년간의 수감 생활이 끝난 뒤, 사회주의 정당 '광역전선'의 첫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였고, 우루과이 제4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많은 극좌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 부패한 독재자로 타락하는 길을 걸었지만, 호세 무히카는 그들과 달랐습니다.


대통령의 편의시설을 극빈층 보호소와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대통령궁의 사치품을 팔아 국고에 환원한 그는 낡은 자택에서 출퇴근하며 검소한 행동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20180331_AMC191.png \'가난한 이들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

단순히 소탈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복지를 확대하고 문맹, 카르텔 퇴치, 기반시설확충 등 우루과이에 부족했던 인프라와 치안유지에 힘썼고, 극빈층, 교육에서 소외된 인구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켰습니다.

한평생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보수 야당의 경제, 외교정책또한 경청하고 일부 수용하며 온건한 노선을 이어간 덕에, 공산주의자 대통령이 극좌적 행보를 보여줄까 걱정하던 야당 세력의 우려 또한 종식시킬수 있었습니다.

경제, 복지의 성공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자, 지지자들은 헌법 개정을 통한 연임으로 사실상의 독재를(우루과이는 '2선'까지 가능하지만 한번 텀을 두고 나가야 해서 연임은 불가능) 주장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덕목이다' 라는 명언을 남기며 스스로 거부했습니다.



20250514500991.webp.ren.jpg \'가난한 이들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 별세
퇴임 후에도 2020년까지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던 무히카는, 2024년 말 식도암이 몸 전체로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른 유언을 남겼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전사로서 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이지만,  오늘날 우리는 행복이 아니라 자본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직 무언가를 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인생이 지나가 버립니다."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필연이 찾아오기 전, 소금같은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그게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영웅으로 죽거나, 오래 살아남아 악당이 된 자신을 마주하는 것'

제3세계의 혁명가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히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검소함과 유연한 통합의 자세, 그리고 끝내 꺾이지 않은 신념이라는 묘비명을 남긴 호세 무히카의 삶이 우리에게 더욱 큰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요.



조야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세 무히카 : 1935.5.20 ~ 2025.5.13

댓글
  • 익명-TI4ODIw 2025/05/15 12:38

    전사로서 쉬고싶다
    발할라의 문을 두드리는 왕년의 베테랑 같은 느낌이야 😭

  • 그런거보니 2025/05/15 12:40

    정치는 혁명가로, 인생은 전사로, 국민들에게는 리더로, 그리고 사람으로써는 좋은 사람으로 살다 가셨군

  • KC인증의 수행사제 2025/05/15 12:39

    진짜 양복입은 초인이잖아;;;

  • 누왁 2025/05/15 12:40

    세상 그 어떤 지도자 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궁전에서 사신 인물
    고이 잠드소서

  • 익명-TI4ODIw 2025/05/15 12:38

    전사로서 쉬고싶다
    발할라의 문을 두드리는 왕년의 베테랑 같은 느낌이야 😭

    (JhCUOg)

  • KC인증의 수행사제 2025/05/15 12:39

    진짜 양복입은 초인이잖아;;;

    (JhCUOg)

  • 나15 2025/05/15 12:40

    정치가에게 중요한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결과를 내었느냐지. 극좌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든 뭐든 결과를 내었으면 정치가로서 성과를 낸 사람임. 정치가는 본질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대리인'이지, 사상가나 지도자가 아니니까.

    (JhCUOg)

  • 주땡1 2025/05/15 12:40

    엄청난 사람이었네 ㄷㄷ

    (JhCUOg)

  • 숏더바이더빔 2025/05/15 12:40

    은퇴 방식도 그렇고 고향에선 워싱턴급으로 존경받겠네

    (JhCUOg)

  • 유동닉사학도 2025/05/15 12:41

    퇴임지지율이 70%대라서 지지자들이 그냥 독재해달라했는데 본인이 거절하고, 지금도 여야 정권교체 잘 되고있음.

    (JhCUOg)

  • 익명-jQ0MDI5 2025/05/15 12:40

    읽으면서 소름돋았네 현대에서 저런 지도자가 있었냐 ㅋㅋ

    (JhCUOg)

  • 커리마왕 2025/05/15 12:40

    Rest in Peace..

    (JhCUOg)

  • 누왁 2025/05/15 12:40

    세상 그 어떤 지도자 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궁전에서 사신 인물
    고이 잠드소서

    (JhCUOg)

  • 그런거보니 2025/05/15 12:40

    정치는 혁명가로, 인생은 전사로, 국민들에게는 리더로, 그리고 사람으로써는 좋은 사람으로 살다 가셨군

    (JhCUOg)

  • 오스트리아-헝가리 2025/05/15 12:40

    혁명가는 뛰어난 통치자와 다른 말인데 저 사람은 대단했네

    (JhCUOg)

  • 설빙빙수 만만세 2025/05/15 12:41

    엄청 대단한 사람이네

    (JhCUOg)

  • 샤레이나 2025/05/15 12:42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JhCUOg)

(JhCU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