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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처음 본 그날을 기억한다.
생의 어느 순간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충격이었다.
작고 하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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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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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게 ‘사랑’이라는 말을 처음 가르쳐준 아이였다.
사랑은 두근거림보다 책임에 가까운 말이라는 걸,
너를 보며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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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서툴렀다.
기저귀 갈기도,
적당한 온도의 물에 널 씻기는 일도,
새벽에 깬 너를 안고 뒤척이는
밤을 건너는 일조차
나에겐 매번 시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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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는 울다가도, 자다가도
어느 순간 내 눈을 마주보며 웃어주곤 했다.
그럴 때면 이 사랑을,
내가 주고 있는 건지, 받고 있는 건지 헷갈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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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빨랐다.
너는 금세 말을 배웠고, 걷기 시작했고,
내 품에 안겨있던 넌
언젠가부터 조금씩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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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세상에
‘아빠’라는 이름 하나로 존재했지만
너의 관심은 점점
엄마의 말투, 친구들의 웃음, 예쁜 캐릭터..
그리고 나는 점점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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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더이상 너는 사진 찍는것을
즐겨하지 않는다는걸 느끼게되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고개를 돌렸고,
자연스럽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그리고 난 문득 깨달았다.
내 사랑은 점점 일방이 되어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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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좋아한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얼굴로 울던 아기 시절도,
유치원 버스를 타고 해맑게 웃으며 인사하던 모습도,
이제는 퇴근후 집에 오는 날
가끔 외면한채 혼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네 모습도
모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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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안다.
이 사랑은 언젠가 더 먼 자리로 물러나야 한다는 걸.
네가 자라 어른이 될 때쯤
나는 아마 한참 뒤에서
널 보며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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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를 조용히 짝사랑한 시간들이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날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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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듯 이어진 이 짝사랑은
시작처럼 조용히,
아빠라는 이름 안에 오래도록 머물 거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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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전에 둘째에게 남기는 글을 적었는데,
첫째에게 먼저 글을 적지 않음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더라구요.
뭐...아무 의미 없는 글이였지만,
그래도 부모로써 이런 사소한 것마저
늘 마음에 걸리나봅니다.
요즘은 저와 함께하는 시간 조차 잘 허락되지 않는
-예전에 비해서요-
다희이지만, 그래도 가끔 단둘이
늦은밤 군것질을 하거나
엄마와 둘째가 자릴 비우면
신나게 놀곤 합니다.
이시간 또한 지나가겠지요.
그리곤 먼 훗날엔,
지금의 이시간 마저 소중하겠죠.
오늘도 소중한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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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다희가 어른이 되어서 보면 참 좋아할 거 같습니다!
앨범을 얼른 만들어줘야하는데, 이넘의 귀찮음에 계속 사진만 쌓여가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비슷한 또래 딸키우는 입장에서 부끄러워집니다.
글과 사진 잘봤습니다~
저도 늘 아이에게 잘해주지 못하고 모자람만 가득한 아빠입니다.
아이에게 좀 더 잘 해보려 노력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저도 독립적이라 그런 지 애들이 크고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끔 무심한가 싶지만 제 온전한 관심은 옆에 함께 걸어갈 와이프라서 애들의 독립만 바라고 있네요.
키움에 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물고기를 갖다주는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고싶은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온전한 관심은 옆에 함께 걸어갈 와이프라...
맞습니다. 엘카포토님께 잊고있던 소중함을 배우고 갑니다.
추천 추천
감사합니다.
순간 하나하나와 글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