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모음)
어느 날, 여우 학생 한 명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허나, 밤 사이에 내린 폭우 때문에...
야트막한 개울이 있어야 할 자리엔 강이 생겨 버렸습니다.
범람으로 인해 물이 넘쳐 개울이 강이 되버렸죠.
다리는 당연히 잠겨 버렸습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하류를 따라 내려가면 다리가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물론 그 강을 그대로 강행돌파 한다는 선택지도 존재합니다.
범람했다고 하나, 종아리까지 찼던 물이 고작 허리까지 차올랐을 뿐 이거든요.
물론 실제로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건너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니 따라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그 때, 늙은 대머리가 소리쳤습니다.
자, 선생님. 여기서부터 읽어주세요.
내가 대머리야?
사소한건 넘어가시죠.
"거기 귀 큰 놈아! 강이 범람했잖느냐?"
"그게 제 잘못입니까...? 그리고 귀 큰 놈은 제 얘기입니까?"
"여기 귀 큰 놈이 너 말고 누가 있겠느냐?"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강이 넘쳤으니 날 업고 가줘야겠구나!"
여우 학생은 잔뜩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노인공경 차원에서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반 쯤 건넜을 무렵, 대머리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귀 큰 놈아! 내 봇짐을 두고 날 업으면 어찌하느냐?"
"뭐, 그러면 건너편에 내려놓고 가져다 드릴까요?"
"내가 어디다 뒀는지는 알고? 돌아가자."
여우 학생은 '죽여버릴까?' 같은 생각을 했지만
꾹 참고 대머리가 하자는대로 다 해준 다음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다 건너고 나니, 대머리는 세상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여우 학생에게 질문했습니다.
"학생이 내 무례한 질문에 거절한다는 선택지도 존재했을텐데 왜 나를 업어주었는가?"
"무례해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어서 도왔습니다."
"강 중턱에서 다시 돌아가자고 했을 때 더는 도울 이유가 없는데 왜 같이 돌아갔는가?"
"이왕 시작한 선행을 끝까지 행하지 않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보기 드문 훌륭한 젊은이구만, 강은 왜 건너려 했는가?"
"제가 다니던 학교가 없어졌기에 새로운 배움의 터를 찾기 위해서 강을 건너려 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고목이 내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품삯이라네. 삯을 받아갈 수 있는지는 자네에게 달렸고."
노인이 알려준 고목의 외관은 매우 크고 아름다웠지만 이미 죽어버렸습니다.
죽은 고목의 가지에는 죽지 않은 잎이 간간히 돋아나긴 했지만 더는 양분을 받을 수 없는 외로운 상황입니다.
뿌리로 시선을 돌리니, 뿌리에선 새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여우 학생은 폭싹 젖어버린 옷이 다 마를 만큼 한참동안 나무를 훑어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고...
......
생각을 마친 여우 학생은 미소를 지으며 지원서류를 갈기갈기 찢은 다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시는지 아시겠습니까?
이 이야기에 담긴 철학을 아시겠어요?
예전의 저는 몰랐었지만, 지금은 알았습니다.
네가 유비더냐
유비는 귀가 크다던데... 역시...????
??
선생: (아...씨... 또 새끼여우 만들기 이야기인가..)
"이 씨1발놈의 영감탱이가 죽으려구"(총 가지러 집에 돌아감)
아하 유키노야 죽은 고목과도 같은 샬레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학원을 새우겠다는 큰 뜻을 품었구나
아니에요!!
예전의 너는 죽었고 새로운 유키노가 태어나기 위해 아이를 만들자고? 싫다 나는 선생 너는 학생
정답은 아니지만 괜찮은 해석이군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가볍게 손잡고 데이트부터?
아! 유키노가 꿈을 못 이루고 죽으라는 소리를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