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노예의 마지막 일기

코로나 때 처음 친구 통해서 접한 이후 대학생활 내내 방학마다 신세졌던 쿠팡이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인듯

올해 초 졸업하고 취준생으로 지내면서 낮에 이력서하고 포트폴리오 다듬으며 구직사이트에서 조건맞는 회사들에 이력서 뿌리거나 간혹가다가 연락오면 면접일정 잡고, 밤에는 쿠팡뛰던 생활을 거의 3개월 했었는데 오늘부로 일단은 마무리를 짓게 됨

코피라는 걸 쿠팡뛰면서 처음 흘려봤고, 다크서클이라는 걸 쿠팡뛰면서 처음 생겨봄. 노동환경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져야 하는 법인데 쿠팡은 역행을 하더라. 최소한 고양쿠팡은 그럼.

코로나때는 그래도 밥이라도 잘 나왔는데 이젠 밥은 더 이상 얘기해봐야 입만 아플 정도로 쓰레기가 됨. 뭐, 인당 식대가 4천원? 그 쯤 한다는 소문도 있더라.

쿠팡이 그래도 다른 알바들보다 낫다는 소리 들었던 이유가 급여 따박따박 챙겨주고 접근성 좋고 업무가 체계화가 잘 되어 있어서 업무난이도도 낮은 편이라는 점에 있었는데, 요즘은 사람을 적게 쓰는 대신 일단 뽑아놓은 사람들이 최대한 여러 업무를 커버할 수 있게 작업환경을 짜다보니 점점 체계성도 망가진 지 오래임.

30분. 오늘 기어코 연장근무 30분을 찍어버림 이 새끼들이. 몇 주 전에는 5분 10분 간보고 며칠 전부터 20분 간보더니 기어코 30분 연장근무를 시켜버리더라. 어차피 셔틀버스 발차시간도 연장된 시간에 맞춰서 같이 뒤로 밀려나는지라 도망도 못 침 ㅋㅋㅋ

포장도 보통 라인마다 인원 채워서 퇴근까지 쭉 그 자리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 작년인가부터 자꾸 이 라인 저 라인 지원이동하면서 한정된 인원을 그때그때 물량 터지는 라인에 땜빵치는 식으로 고아스러운 인력배치를 보여주더니 이젠 아예 하루에 6번 지원이동시키는 기적의 최적화 실력을 보여주더라 얘네들. 우리도 한 4번쯤 되니 어이없어서 불평도 못했음.

남자한테 쌀같은 중량물 몰아주는거야 뭐 이미 유명하니 패스.

진짜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사람을 ㅈ같이 쥐여짜내는 경험을 하는 게 맞나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취직하고 나서도 주말마다 짬짬히 부업하려던 내 플랜을 보고 신이 이런 고아같은 곳에 다시 기웃거릴 생각 말고 지금 구한 직장에서 열과 성의를 다하라고 충격요법을 해준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부모상실력을 보여준 것 같음 오늘 쿠팡은.

그래도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한테 본업으로는 좀 그렇고 부업으로는 괜찮은 편이라고 말해주긴 했는데, 이젠 부업으로도 추천을 못하겠네.

같이 일하던 내 어머니 나이뻘의 아조씨 아줌마들 일감 줄어들거라 쿠팡 이용하지 말자는 소리도 하기 참 뭣하고 ㅋㅋㅋ ㅅㅂ 진짜 아마존한테서 좋은 거 잘 배워왔다 ㄱㅅㄲ들

고양쿠팡이 작년 여름때 이동식 에어컨 전기세 아낀다고 센터장이 직접 돌아다니며 에어컨 끄고 다녔다는 괴소문도 돌았던 센터인지라 유달리 모친리스했던 것도 있었을거임. 

뭔가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쓰긴 했는데 3줄요약

1. 마참내 취준생 생활 끝

2. 쿠팡노예짓도 일단은 끝

3. 고양쿠팡 오지마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