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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 좀 더 붙인 썰.
조금 긴데 자작으로 하긴 뭐해서 게임탭.
히마리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초천재 미소녀인 자신과 당신을 쏙 빼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예쁘겠냐며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애를 위해
아기 용품을 검색하고, 육아법을 연습할 정도로.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검사 결과 이유는 히마리의 몸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합리적인 해결책도 못 찾고
변변한 위로조차 못 하는 스스로를 자책했지만,
히마리는 기죽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입양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였다.
그렇게 데려온 애들이 아리스랑 케이.
히마리는 두 딸을 친자식 못지 않게 사랑으로 키웠지만,
리오는 애들을 대하는 인식이 결정적으로 달랐다.
리오에게 피가 섞이지 않은 딸들은
히마리를 위해 준비한 반려동물 정도의 위치.
동물을 아무리 아껴봤자 사람과 동등하게 대우할 수 없듯이
마음 깊은 곳에서 가족으로 여기지 못 하고 있었다.
리오에게 진짜 가족은 히마리 하나 뿐이었고,
그래서 히마리에게 더 안락한 삶을 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히마리는 이런 리오의 태도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바쁘다며 며칠씩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도 싫었고,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자기를 위해 다 희생하는 것처럼 구는 것도 싫었고,
무엇보다 리오가 그리는 자신과의 미래에
아리스와 케이는 없다는 것이 은연 중에 느껴져서 싫었다.
둘 사이에는 갈수록 다툼이 늘어만 갔다.
리오는 자기가 다 미안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도
그럼 아리스와 케이를 나보다 소중히 여겨달라는 말에는
"친자식도 아닌 애들을 너보다 우선으로 여길 수는 없어"
라고 대답해서 결국 히마리가 환멸하게 만들었다.
히마리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리오도 점점 딸들이 곱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맨날 게임만 한다고 잔소리 하고,
아예 애들을 어디 멀리 보내서 히마리랑 둘이 남으면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몰래 유학까지 계획하였으나... 들키고 말았다.
리오의 선을 넘은 행동에
단단히 화가 난 히마리의 선택은 이혼 소송.
지금껏 모아놓은 증거들은 정서적 학대를 인정받기에 충분했고
히마리는 딸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버린다.
그제서야 리오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소송 기간 내내 몇 번이나 히마리의 마음을 돌려보려 애썼지만
히마리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리오가 주는 양육비마저 필요없다고 거절하였다.
히마리 역시 원래부터 잘 나가는 개발자였던 만큼
능력있는 동기랑 후배들을(베리타스) 모아서
스타트업 회사를 하나 차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부모 자격조차 없는 당신이 주는 양육비 따위 받지 않겠어요."
그게 히마리가 집을 나가면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히마리가 차린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싱글맘이라 애들을 돌보기는 좀 힘들었지만
동료들이 다 자기 자식처럼 아리스랑 케이를 돌봐줘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리오랑은 종종 부딪치고는 했다.
대기업이랑 경쟁하느라 고생한 적도 여러 번인데
리오는 '우리 회사로 와', '지금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줄게',
이런 말들로 회유하면서 미련을 보였고
그때마다 히마리는 폭언으로 거절했다.
이제는 슬슬 다 잊고 살고 싶으니까 확 망해버리라지.
라고 생각할 때 쯤 뉴스에서 엄청난 소식이 흘러나왔다.
리오가 횡령죄로 고발당하고 사장 자리에서도 쫓겨났다는 소식.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해도 찌라시만 들리는 와중에
리오가 새로 구했던 비서인 토키가 찾아와 사정을 말해주었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반대에 부딪치자
리오가 이사회 동의 없이 자금 운용을 하다 걸렸다는 것이다.
원래라면 측근인 토키까지 같이 엮였어야 하지만
리오가 들키기 전에 토키를 먼저 손절했기 때문에
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토키는 사실 리오를 사모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 분을 모실 수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진 적도 있었으나...
함께하면 할수록 리오는 자신이 아닌
히마리만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
그래서 토키는 히마리를 찾아온 거라고 말했다.
지금 리오 님에게는 아무도 없으니까
부디 당신만이라도 그 분을 다시 돌아봐달라고.
자초지종을 들은 히마리는 혼자 속으로 화를 삭힌다.
구정물 같은 여자... 자기 혼자 다 해먹어야 직성이 풀리지...
사람 마음 갖고 놀더니, 책임도 안 지고 버리는 나쁜 인간...
자기 싫다고 떠난 사람 뭐가 좋다고
그걸 잊지 못해서 끝까지 귀찮게 질척거리기나 하냐고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화가 나는 건 맞는데, 리오가 싫은데
그렇다고 증오스럽지는 않고
마치 오래 전 잊어버렸던 애틋함이 다시 피어오르는 듯한...
그래서 리오를 걱정하면서도 먼저 만나러 가지는 못하겠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 일이나 하면서 잊으려는데
그때 잠에서 깬 아리스가
리오한테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아리스는 원래부터 이랬다.
조숙해서 부모의 이혼 사실을 다 알고 있던 케이와 달리
왜 리오랑 따로 살아야 하냐,
이제 못 보는 거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던 아이.
지금도 자기한테 나쁘게 굴었던 기억보다는
조금이라도 잘 해주려고 노력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안 좋은 일이 생긴 거 같은데 밥은 먹고 있는지 걱정하였다.
그 말을 들으며 히마리도 떠올렸다.
냉철해 보이지만 혼자서는 밥도 못 지어먹는 사람.
매번 내가 하는 폭언에도 그저 시선만 피하던 사람.
아닌 척 하면서도 아방가르드한 로봇을 좋아하던 사람.
그렇게 다시 그 집으로 가서 리오를 살피는 히마리.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리오는 눈물을 흘리고,
히마리는 당신이 싫지만 혐오하는 건 아니라며
일어설 생각이 있다면 도와주겠다
그리고 아리스랑 케이를 보러가자고 말해주었다.
그 후 여러 법적인 문제나 책임을 진 뒤에
리오는 새 회사를 차려서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빚이 많긴 하지만 다행히 지금껏 쌓아놓은 실적이 있고
히마리가 도와주기로 한 만큼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아리스랑 케이를 다시 만나고, 사과하고
달마다 한 번씩은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는 관계.
어느 날은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애들을 보던 중
히마리가 문득 그런 말을 하였다.
"새 회사가 좀 안정이 되면 양육비를 보내주세요."
라고.
리오는 살짝 놀라지만 다른 말 없이 알았다고만 대답했다.
그대로 같이 푸른 하늘에서 노는 애들을 바라보았다.
다시 재결합을 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런 서류상의 관계보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와 시바 선생님
와 시바 선생님
맛있는데?
아주 그냥 첫 줄부터 미식인데?
아니 선생님 대체 왜...
근데 먹다 보니 좀 맛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