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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등남교사가 느끼는 역차별

 요새 남녀평등 이슈가 핫하지요? 저는 유아인의 sns를 비롯한 논란의 내용들을 조금 늦게 보았는데 제가 일하는 공간과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 같아서 신기하더군요. 제 직장에서 저는 남자가 우위인 문화를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남녀평등을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초등학교에서 제가 느끼는 불평등은 정말 큽니다. 저는 지방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대도시에서 근무하는 5년차 남교사입니다. 대도시라는 것을 밝힌 것은 지방은 그래도 도심 지역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라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을까봐입니다.

 

초등학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초등학교는 정말 완전한 여초집단입니다. 지역마다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중규모 이상의 학교에서 교직원 수십 명 중 남교사 숫자는 많아봐야 5~7명입니다. 이는 주무관, 관리자(교장, 교감)까지 합한 숫자입니다. 또, 초등교사는 공무원으로서 어떤 업무를 맡던지 간에 자기 경력에 해당하는 만큼의 연봉을 받습니다.

 

초등교사는 크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관리하는 일 + 학교에서 맡은 업무 2가지의 일을 합니다. 쉽게 말해서 3학년 담임 + 학생동아리 관리 / 5학년 담임 + 방과후학교 관리 등으로 보면 됩니다. 일단 불평등은 여기서 가장 크게 벌어집니다. A+B 라고 명칭하겠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교사도 사람인지라 "아.. 올해는 조금 더 쉬운 학년, 쉬운 업무를 맡고 싶다" 하는 생각이 있기에 학년도 선호 학년과 비선호 학년이 있습니다. 대체로 2~4학년이 최고로 치고 1,5학년은 보통, 6학년을 힘들게 인식합니다.

그외에 교과만 가르치는 전담 과목이 있는데 체육전담, 영어전담, 과학전담 등이 있습니다. 전담은 보통 담임을 겸하지 않아서 인기가 좋지만 체육전담은 위에 적어놓은 6학년보다도 인기가 없습니다. 체육관이 있어서 실내에서 체육을 진행하는 학교를 제외하면 체육전담은 정말 힘들거든요. 한여름에는 하루종일 땡볕에서 한겨울에는 하루종일 추위속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군대에서의 생활환경과 비슷하다고 보셔도 되요.

(물론 체육관 있는 학교에서는 여교사들이 체육전담 지원을 많이 합니다. 아이러니하지요?)

 

저는 남자라는 이유로 제가 원하지 않음에도 5년차 경력에 담임은 1년밖에 못해봤습니다. 나머지는?? 전부다 체육전담만 했습니다. 저도 진짜 교실에서 아이들 잘 가르칠 수 있는데.. 남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남자가 없으니까, 할 사람이 없으니까 좀 맡아달랍니다. 교장은 학교 내에서 보직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정말 할 사람 없으면 담임들이 각자 알아서 가르치면 될 것 같은데 교육청이 개떡같이 모든 학교에 체육 전담을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놔서 체육전담 없앨 수도 없습니다.

 

젊은 남자교사들 중에 체육전담 한번도 안거친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반면 여자교사들은?? 경력 내내 체육 수업을 거의 안할 수도 있겠습니다. 왠만하면 남교사가 체육전담을 맡아서 하니까요. 제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서 체육전담을 맡아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 자체가 없습니다. 정말 이사람이 힘들겠구나.. 고생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따른 말과 행동이 나오기 마련인데 제 체감상 소수의 여교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합니다.얼마나 힘든지 안해봤거든요. 또 본인이 하게 될 일도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체육전담하고 돈이라도 잘 받느냐? 담임수당이 없어서 오히려 돈을 덜받으며 성과금이라고 해서 학교에서의 공로를 인정하여 보너스를 차등지급하는 제도가 있는데 힘든 학년을 맡으면 점수가 큽니다. 체육전담은 당연히 6학년과 함께 최고점수를 받아야함이 당연하나 영어전담, 과학전담 등과 같이 묶여 최저점입니다. 일부 남교사만이 떠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으며 체육전담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맡을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체육전담에 대해서만 적어놓았는데 이뿐 아니라 대체로 학교에서의 경향성은 남교사는 고학년, 체육전담 등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머지 선호학년은 대체로 여교사에게  돌아갑니다. 여기서 저는 의문과 불만이 생깁니다.

 

 

 

학교 업무에 관해서입니다. 위와 비슷하기에 짧게 서술하겠습니다. 업무도 선호업무, 비선호업무가 있겠지요? 비선호업무(즉 힘든 것, 복잡한것, 학교행사(운동회 등))는 대체로 거의 다 남교사가 합니다. 제가 보기엔 학교 업무의 50%이상을 남교사들이 책임지는 것 같습니다. 학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최소한 제가 겪었던 학교들은 다 그랬습니다. 50%도 낮게 잡은겁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을 하시겠지요??

"응?? 학교에 남교사 5~7명 뿐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것도 관리자, 주무관 빼면 3~4명 남을텐데 남교사들이 다 한다구요? 나머지 수십명의 여교사들은요?"

 

저도 그게 의문이고 불만입니다. 그런데 이미 학교 문화가 그렇게 정착되어 있습니다. 남교사들이 대체로 힘든 업무를 맡아오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버렸고 여기서 불만을 가지거나 제대로 일을 안하면 약간 남자 구실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심하면 뒤에서 험담합니다.

제 또래는 27~33살 정도의 여교사들인데 솔직히 부럽습니다. 나랑 경력은 비슷한데 너무 편해보입니다. 학년도, 업무도 정말 배려받습니다. 결혼하시고 경력 좀 되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나도 저 배려 반만 받고싶다..  솔직히 똑같이 교대나오고 임용고시 쳐서 교직 들어왔는데 왜 남자라는 이유로 나만?? 이런 억울한 생각에 업무 능률도 많이 떨어지고 회의감이 많이 듭니다.

 

요새 남녀평등 이슈 보고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써봤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으나  지인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제가 기술한 대로 학교 문화가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남녀 평등을 교육할 학교 현장부터 남녀 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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