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촬영하면서 항상 염두해두는 부분.

유튜브 음악 재생을 원치 않으시는 분은 정지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D

with Sony A7R and DZOptics Kerlee 35mm f1.2
제 사진에는 사람이 잘 없습니다. 가끔씩 담기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 정도뿐이죠. 특히 카페나 길거리 스냅을 담을때는 초상권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최대한 안 담기게 찍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가끔 광각으로 찍을 때 사람들이 담기거나 본의 아니게 뒷 모습, 옆 모습이 담기는 경우도 있긴 한데 이때도 사실 좀 찜찜하긴 해요. 레이어 마스킹 보정이나 합성을 잘하면 슥삭슥삭 잘 지울텐데 또 포토샵 보정 스킬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oTZL
구도 구성에 있어서 사람을 넣으면 확실히 사진이 확 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거리에서 스냅을 담을 때 사람을 주 피사체로 넣고 구성해보고 싶단 욕심을 느낄 때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기에 올린 마지막 사진도 바로 우측에 작은 사다리에 올라 돌벽 전지 작업을 하고 계시는 분이 계셨는데 뒷모습이라도 함께 담았으면 사진이 더 좋았으리란 아쉬움이 보정하는 내내 들더군요. 뒤로 좀만 빠져서 그 분을 같이 담았으면 좋았겠지만 촬영하면서는 당연히 그분은 구도에서 빼버렸습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누가 담는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가서 사진을 담아도 되냐고 질문하기도 그랬거든요.) 사람이 없는 길거리 스냅 사진들은 어딘가 공허하고 결핍되어 있단 느낌을 항상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허락을 구하지 않고는 절대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 피사체로 강조하여 담지 않겠다이기 때문에 좀 더 사진에 자신이 붙고 스스로 더 당당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지금처럼 작업할 생각입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나 명함이라도 있으면 좀 더 자신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취미로 찍는 일반인이라는 지점에선 그러한 질문조차 상대를 불쾌하게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초상권으로 까다로운 국내와 달리 해외에 나가서는 나름 마음껏 인물 사진을 담고 허락을 구하시는 분들도 많아보이지만 저는 해외에 나가서도 그런 부분이 잘 안되더군요.ㅠㅜ
사실 사진이란 취미를 처음으로 시작하게 할 수 있게 해준 오래전 모로코 여행 때, 아무런 개념도 없는 용감한 핵초보였던지라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담곤 했던 부끄러운 기억도 떠오릅니다. 모로코 사람들은 남의 사진기에 담기면 영혼을 뺏긴다는 개념도 있다고 해서 사진 찍히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 정보를 듣고도 참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며 툴툴거렸던 기억도 나네요. 부끄럽지만 치기어린 핵초보 시절의 과정도 현재의 관점에선 중요한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본 여행에 동행하셨던 어머니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별 생각없이 담으시는 모습을 보고 예전의 제 생각이 나서 차분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모르는 누군가가 어머니를 사진으로 담고 전혀 모르는 어떤 온오프라인 공간에 사진이 올라가거나 걸린다고 했을때 기분이 어떠하시겠냐고? 상대의 초상권은 나의 촬영권보다 먼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고개를 끄덕이시긴 했는데 제 뜻을 완전히 이해하셨는지는 좀 의문이긴 합니다:)
좀 더 많은 스냅 사진들을 담아보고 제 스스로의 주관 혹은 철학이 확고히 서게 되면 그땐 한번 모르는 사람들도 허락을 구하고 담아봐야겠습니다. 시행착오가 있다고 해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영영 경험해볼 수 없을테니까요. 물론 국내에선 좀 힘들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