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산초는 생각했다.
이게 현실이 아니였으면 좋겠다고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저들이 범한 죄가 단순히 명을 어기고 난동을 부린 것을 넘어
그동안 패륜이라 생각하고 있던 것을 한참을 넘어버린
절망을 마주해야만 하니까.
'그저 어버이로서 자식을 품을 뿐이란다.'
돈키호테는 이를 악다무며 같은 권속이였던 이들을 노려보자
그동안 원치 않았던 고통 속을 해메이던 돈키호테가 저들을 두둔했다.
자랑이라고 하기에는 뼈에 사무치는 짓이였다고 진절머리 난다 말하는 이발사.
...하지만 애초에 그런 금기를 범해야만 했던 저들의 죄가 있음은 생각하지 않은걸까?
이발사가 얼토당토 않는 말을 할때
신부는 그때의 암흑 속 라만차랜드에서 살포시 내려왔던 빛을 언급했다.
그래, 구 로보토미 지부의 황금가지.
그는 그것을 말했다.
폐쇄 되었던 라만차랜드 위에 지어졌던 로토토미 지부에 깃든 황금가지에 대한 이야기
그 황금가지가 어버이의 가슴팍에 깃들어 있는 모습을 보자
여기까지 인도했다고 볼 수 있을 푸른색의 혈귀
산손이 문득 생각난 산초였다.
모종의 계기는 결국 그 혈귀가 열어줬다.
어떻게 황금가지를 알고 그것을 활용할 방법과 어버이께서 손수 닫았던 라만차랜드의 문을 열 수 있었는지
모든 것이 의문인 혈귀 산손
어떤 의도가 되었던, 놈은 적어도 로보토미라는 날개가 몰락하고 난 뒤에 남은 유실물인 황금가지를 라만차랜드를 이용하기 위해 써먹었다는 뜻이다.
마치 구원자라도 되는 것 마냥.
추악한 괴물들을 내보내지 않기 위해 희생을 자처했던 어느 위대한 몽상가의 마지막 의지마저 짓밟고서.
이 피에 굶주린 혈귀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허나 혈귀의 정신력도 결국은 한계가 오기 마련이였을까?
200년이나 고통받으면서도 공존을 외치던 어느 한 혈귀에게도 결국은 찾아온 한계점
결국 한 혈귀의 농간이 만들어낸 빈틈이 그의 마음 속을 파고들고 파고들어 결국은
그 위대한 의지도 꺽이고 말았다.
고귀한 꿈은 그저 한때의 찰나에서 꿈꾸었던 미몽에 불가 했다고 말하는 돈키호테
공존의 기치를 저버린 그가 택한 것은 결국 피에 목말라 절규하던 자식들이였다.
가슴에 못을 박고 뜻을 저버린 못난 이들이지만...
가슴으로 품고 따스하게 안아줘야 했던 자식들이기에
한때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꺽어버린
어버이
죽지도 살지도 못한체 꺽인체로 그저 자식만 품에 안으며 살아가는 인생으로 만족할 뿐이냐 묻는 산초
이것이 정녕 어버이가 꿈꾸던 꿈의 결말이라면...
너무나 비참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꺼 같은 결말이라.
차라리 미몽 속에서 영원히 꿈을 꾸도록 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산초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