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때 했던 단기 알바들

아까 곰방 얘기가 나와서 추억이 새록새록해서 써봄

언제 취업이 될지 몰라서
백수 때 단기 알바만 했었음

밥벌레가 될 수는 없어서 밥값만 벌자는 생각으로 시작함
1. 상하차
알바를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일들을 하는지도 모르고 겁이 나서
알바 지원을 못하고 있는데
상하차 광고는 맨날 올라왔음
악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갈 용기가 안 나는데
친구들 만날 때 돈없이 나가려니
가오가 안 살아서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지원
첫날은 ㅈㄴ 힘들었는데 두번째부턴 할만했음
(랩핑 담당 걸린 날은 허리 부러질 뻔)
근데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다른 일들 구한 뒤로는
정 할 거 없는 날만 한번씩 나가서 했음
2. 곰방
알바 사이트에 걍 포대 나르면 된다길래
이게 곰방이라는 건지도 모르고 지원해서 갔음
친구랑 둘이 갔는데 둘 다 개초짜에 멸치였는데
지시하는 사람이 시간은 얼마 걸려도 상관 없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2층 3층까지 다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함 그래서
"그럼 빨리 끝내면 빨리 가요?? 돈은 다 주고요???"
"ㅇㅇ"
ㅅㅂ 이런 개꿀이 있나 하고 ㅈㄴ 날랐음 상하차는 암만 바빠도 같은 시간에 돈 똑같이 받는데...
친구놈이랑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하면서 들어서 나르다 대여섯개 정도 나르니까 자연스럽게 요령 생김
다 나르고 디질 거 같았는데 부른 양반이 담에 어디서 또 하는데 올 생각 있냐 해서 ㅇㅋ 딱대라 하고 한번 더 뜀 뒤질 거 같긴 했는데 두번 해보니까 그 담부턴 겁도 안 나고 할만했음
그 아저씨랑은 거기서 끝났는데 인터넷에 비슷한 거 올라올 때마다 ㅈㄴ 뛰어감 달에 열탕 정도 나갔는데 몇번 해보니까 현장 상황 보고 이거 얼마 더 줘야돼요, 사람 하나 더 있어야 돼요 등 협상도 되기 시작해서 편했음

여기저기 다니면서 벽돌, 포대, 장비, 가구, 전자제품, 페인트 등등 온갖 것을 다 날라봄

그러다 보니까 이거 한달에 열흘 정도만 나가도 내 기준에선 충분히 먹고 살만한데??? 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내 몸이 이 짓을 몇년이나 버티겠나 싶어서 취업할 때까지 한달에 10탕 이상은 안 뛰었음
그래도 이거 하는 동안은 백수 주제에 집에 용돈도 드리고 친구들 소고기도 사먹이고 이미 대기업 취업한 사람 부럽지 않게 생활했음 이거 시작하고서 상하차는 안 감
3. 뷔페 설겆이
뷔페형 패밀리 레스토랑 설겆이 땜빵 구하길래
갔는데 쉴 시간은 5분도 없었지만
상하차와 곰방을 뛰다 온 나에겐
일이 ㅈㄴ 쉬웠음
그릇 닦아서 빠레뜨에 올리고
세척 기계에 밀어넣으면 됐음 끝
밥도 요리사들이 해주거나
뷔페에 있는 음식들 퍼서 먹어서 맛있었음
첫날 일하고서 매니저였나 파트장이었나가
일 할만하셨냐 해서 ㅈㄴ 쉽다고 했더니
담에도 땜빵 연락드려도 되냐길래
급여가 짜서 안되겟다 했더니 시급 올려줌
땜빵 있을 때마다 한번씩 감
4. 공조실 필터 교체
이것도 인터넷에서 보고 지원해서 감
새벽에 거대한 쇼핑몰이나 회사 건물 가서
층마다 있는 공조실 필터 교체하는 거였는데
사람 많을 때만 가던 건물에
불 다 꺼진 곳에서 돌아다니니까 뭔가 새로웠음
날라야 되는 물건도 많고
공조실에서 마스크 쓰고
배트맨 어싸일럼 찍으면서 돌아다니니까
허리가 ㅈㄴ 아팠음
곰방으로 다져진 이 몸이 집에 와서
서있질 못해서 주저 앉아서 샤워함
야리끼리 쌉가능이라
시간 대비 페이는 나쁘지 않았고
업체에서 한두번 더 불러줬는데 두번만 더 나가고 너무 먼 곳들에서 작업해서 안 갔음 가까운데서 했으면 

스피드런하러 자주 갔을 듯
5. 옷감 원단 나르기
내일부터 닷새 일할 2명 구한다는 공고 보자마자 원단 나르기는 무슨 ㅆㅂ 개조빱이야 ㅋㅋㅋ 곰방으로 다져진 이 몸에게 천떼기 따위 개죠빱이지 ㅋㅋㅋㅋㅋ 하고 전화 때림
"개당 몇키로고 몇개에여? 몇층이에여?"
"키로는 모르겟는데 무거워요 보통 한명이 한손에 하나씩 두개 쥐고 계단 올라가요 지하1층에서 지상1층이요"
"올릴게 몇개에여?"
"하루에 120개요"
"그럼 저 말고 한명 구했나요?"
"아뇨 같이 올 사람 있나요?"
"저 혼자 2시간 안에 끝낼테니까 돈 저 다 주세요"
"그건 안돼요 안 올 수도 있고"
"물건 지금 있으면 지금 바로 갑니다 그럼 가능?"
"ㅇㅋ"
지하에서 1층으로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곰방 기준 2층따리 앙 개꿀띠 하고 갔는데
원단이 김밥처럼 돌돌 말려서 랩으로 싸져 있는데 달아보진 못했는데 개당 20kg 넘는 듯한 느낌이었음
등에 멜 수도 없어서 김밥 대가리 잡듯이 악력으로 잡아서 끌고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한번 왕복하자마자 아 ㅅㅂ 이거 내가 객기 부렸구나 싶었이거ㅋㅋㅋ이거 5일만 뛰고 3주 놀 생각이었는데 엌ㅋㅋ
손가락이랑 허벅지 터질 뻔 하고 120개 2시간 컷하긴 했는데 내일부터 나올 사람 한명 더 구해달라고 함; ㅎㅎ
6. 문서 디지털화 및 엑셀 정리
대학 선배 소개로 주3일씩 2주 근무
당시엔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서
문서로 옮겨주는 이런게 없어서
사람이 일일이 타이핑으로 옮겨야 했는데
문서 타이핑해서 옮기고 검수 받고 파쇄하고
액셀 파일 함수 몇가지 써서 정리하는 거였음
맨날 덥고 추운 데서 일하다가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하는데다
컴활 자격증과 퀴즈퀴즈 타자로 다져진
나에겐 개조빱 업무엿음
최저시급보다 조금 많이 주는데다
시간은 또 ㅈㄴ 안 갔음
그래서 비슷한 일 들어오면 다 패스함
7. 회사 운동회 알바
대기업에서 운동회 할 때
운동회 행사 진행해주는 업체 알바였음
두 번 했는데 둘 다 아주 재밌었음
전날 차타고 가서 설비 설치하고
종목들 준비해두고 다음날은 npc 하는 거였음
일은 편하고 재밌었는데
최저 시급보단 많이 주는데
투입하는 시간대비 급여가 너무 적었음
시간만 맞았으면 자주 했을 듯
단기만 찾아서 하느라 하루하루 해본 것들 많은데 적어보려니 기억에 남는 것들은 저런 것들 정도네
취업하고도 몸이 근질근질해서 1~2년 차엔 약속없을 때 한두번씩 짐 나르러 다니고 그래서 쏠쏠했었당

옛날 생각나고 재밌네

다들 내일 출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