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73)

그 동안
그 별장 외각 지역에
비밀리에 배치해둔
코가 닌자 쪽에서 제공받은
아수라 기계닌자들을 상대하고 난 뒤
현관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닌자 복장의
카가 토키사다와
그와 같이 온
키세가와 키레이, 스즈노네 료코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들었고,
다른 두 사람과 다르게
카가 토키사다는
경험적으로 산탄총 소리라는 것을 파악했다.
실내에서 산탄총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발사된 산탄은
좁은 복도에서
그 어느 탄약보다 효과적인 피해를 입혔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카가 토키사다와
키세카와 키레이, 스즈노네 료코는
계속 현관문을 지키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그 는…… 괜찮을 거야.
그렇게
스스로들에게 말하면서
당장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찍어 눌렀다.
구출은 세 사람의 임무였다.
카가 토키사다에게는
다른 임무가 있었다.
당장 뛰어 올라가려는 충동을 억지로 참아 내고 있는 감각에
무언가가 잡혔다.
소리.
저택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저택 외부에서,
정확히는
보덴호가 있는 북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카가 토키사다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에 집중했다.
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 형태도 점점 선명해졌다.
카가 토키사다와
다른 두 사람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헬리콥터의 로터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키세카와 키레이, 스즈노네 료코와는 틀리게
카가 토키사다는 놀라지 않았다.
헬리콥터를 호출한 당사자가
바로 본인이었으니까.
미국을 떠나기 직전에
CIA의 밀러 국장은
카가 토키사다에게 노트북을 건네주었다.
휴랫팩커드가
CIA의 의뢰를 받아 특수 제작한 노트북에는
열네 종류의 보안 기술,
CIA가 직접 제작하고 커스터마이징한 운영체제와
위성 통신용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노트북의 용도는 하나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국유럽사령부(United States European Command)와 통신을 하기 위한 용도였다.
몇 시간 전,
성당에서 작전 계획이 수립되었다.
구출은
사쿠라바 잇토키와 앤 챔버
그리고 미에 코세츠,
세 사람이 담당한다.
카가 토키사다와
키세카와 키레이, 스즈노네 료코는
지원 요청을 하고,
베드로 신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육상 탈출 수단을 준비하고 저택 밖에서 대기한다.
그런 단순한 계획이었다.
계획이 수립된 후,
카가 토키사다는
건네받은 지 반년 만에
처음으로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부팅을 끝낸 노트북은
자동으로
미국유럽사령부 상황실과 연결되었고,
카가 토키사다는
키보드를 두드려 위치 좌표와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22시 10분,
수송용 헬리콥터,
응급 구조 요원.
처리반, 복구반 요망.
밀러 국장은
노트북에 입력된 공중 수송 지원 요청은
바로 미국유럽사령부 상황실에 전달되고,
곧바로,
미국유럽사령부 산하 미공군기지인
람슈타인 기지(Ramstein Air Base)에서 헬리콥터가 날아올 것이라고 했다.
카가 토키사다는
그런 밀러 국장의 말에 따라 지원 요청을 보냈지만,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기대하지 않겠다는 방어기재가 작용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미국이라고 해도,
타국의 영공에서
함부로 군용기를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카가 토키사다는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도 아닌
독일,
스위스에서.
평생을
정보 세계급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닌자 세계에서 살아온
카가 토키사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반신반의했던
그의 귀에
헬리콥터 로터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카가 토키사다는
북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미친…… 양키 놈들.
진짜로 왔네…….”
그러고는
등에 지고 있던 배낭에서
길쭉한 막대를 꺼내 들고는
저택 앞마당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
카가 토키사다는
손에 들고 있던 막대의 뚜껑을 열고
달려 있는 끈을 잡아당겼다.
흔히
홍염(紅焰)이라고 불리는,
Ikaros社에서 제작한 신호용 연막탄이
빨갛다 못해
하얗게 빛나는
1만 5천 칸델라(cd)의 불꽃을 힘차게 뿜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