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4336828

모르기 쉬운 현대수학 45화: 저격?) 직사각형의 대각선과 피타고라스 정리

44화 : 0!, 0^0, "아무것도 하지 않기" 하기


어제 저녁 즈음에 베스트에 올라온 글 중에 오랜만에 수학 내용이 있었음. 그 댓글에서 꽤 흥미로운 주장이 있었는데


"직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가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피타고라스 정리가 필요하다"


라는 주장의 댓글이었음.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한 얘기.




우선, 저 댓글의 주장대로, 직사각형의 대각선 길이가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있어서 피타고라스 정리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편한 도구인 것은 맞음. 그렇지만 "필요하다"라는 주장은 이에 비해서 굉장히 과격한 주장임.


일단,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에 입각하면, 저 주장은 틀린 주장임. 왜냐하면 직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은 삼각형의 합동을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기 때문.


img/25/02/13/194ff6020fa4d3426.png

1. 우선 직사각형은 마주보는 변이 서로 평행한 평행사변형임. 이는 동측내각의 합이 90+90=180도이기 때문

2. 이로부터 각ABD와 각 CDB가 같고, 각 ADB와 각 CBD도 같음. 따라서 삼각형 ABD와 CDB는 ASA 합동임.

3. 따라서 AD와 CB의 길이가 같음.

4. 따라서 삼각형 DAB와 CBA는 SAS 합동임

5. 이로부터 AC와 BD의 길이는 같음


이 증명은 명백하게 피타고라스 정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초등학교 수준의 증명임.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 과정에 따르면 "피타고라스 정리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은 거짓이 됨.



여기서 끝! 이면 내가 그냥 저 댓글에 설명을 달고 말 문제지만, 사실 여기에는 할 얘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


우선, 초등학교 수학에서 사용하는 SSS, SAS, ASA 합동 조건은 정작 증명되지 않음. 물론 이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내려오던 사실이기도 하고, 작도에 기반한 사고방식에 기반하면, SSS, SAS, ASA 조건은 결국 삼각형을 유일하게 작도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이로부터 합동일 것이라는 내용은 쉽게 유추할 수 있음.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하학에 기반을 둔 근대 이전의 수학에서 통용되는 얘기고, 근대 이후로 오면 다소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음. 데카르트 이래로 전해오는 직교좌표계에 기반한 기하학을 하면, 우선 합동을 직교 변환과 평행 이동의 합성으로 정의하고, 삼각형의 합동 조건을 엄밀하게 대수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을 것임. 


그럼 자연스레 이 직교좌표계에서 길이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생김. 물론, "선분의 길이가 같다"는 선분의 길이를 정의하지 않고도 저 합동 개념을 통해서 정의할 수 있음. 그런데 SSS, SAS등의 조건이 합동을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직선의 길이를 어떻게 정의하는 지가 중요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임.


그리고 직교좌표계에서 선분의 길이는 결국 두 점 사이의 거리로 정의될 것이고, 이 두 점 사이의 거리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피타고라스 정리에 기반하고 있음.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피타고라스 정리가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이 유효해 보이기도 함.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제 추상화와 비유클리드 기하학, 그리고 위상수학의 시대가 찾아오게 되는데, 이 관점에 다다르면 이제 좌표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정의하는 방법은 유일하지 않고, 꼭 피타고라스 정리에 기반할 필요가 없으며, 애초에 피타고라스 정리는 더이상 정리가 아니라 정의에 가까운 개념이 될 것임.


즉, 피타고라스 정리가 정리인가? 라는 질문조차 명확하게 "예"라고 답하기 곤란하다고도 할 수 있음. 실제로 피타고라스 정리는 평행선 공준과 동치라는 얘기도 논의된 바 있기도 하고.



여기까지 얘기하면 슬슬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하는데 조금 더 얘기를 하자면, "어떤 정리를 증명하는데 이 사실이 필요하다"라는 사실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도 얘기를 할 수 있음.


일반적으로, 가정과 결론이 있다면 가정은 결론을 증명하는 데 필요하다고 할 수 있기는 할 것임. 특히 가정이 항상 성립하는 것이 아니면 이 문장은 충분히 의미가 있음. 그러나 "이 정리를 증명하는 데 피타고라스 정리가 필요하다" 같은 문장은 꼭 그렇지도 않음. 왜냐하면 피타고라스 정리는 정리이기 때문임.


즉 이것 또한 이미 공리에서 증명된, 항상 성립한다는 것이 보여진 사실임. 따라서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을 애초에 완전히 풀어서 전체 증명에 녹여버리면 이 증명은 과연 "피타고라스 정리를 사용"한 것일까? 이 경우에는 "피타고라스 정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더 나아가면


애초에 "피타고라스 정리가 필요하다"라는 문장 자체가 성립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임. 물론 실제로 이런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수학 논문에는 이러한 문장은 어지간해서는 등장하지 않음. "이 정리를 사용하면 증명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가능한 주장이지만 "이 정리를 사용해야 증명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까다로운 주장인 셈


물론 실제로 "이 내용을 사용해야만 증명할 수 있다"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일 수도 있기는 한데, 바로 "그 내용을 부정하면 성립하지 않음을 보이는" 방법이 그것임. 그리고 이제 이 얘기를 하면 "어떤 명제를 증명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이제 괴델의 완전성 정리와 불완전성 정리 얘기로 이어지게 될텐데 여기까지 가면 너무 간 것 같으니 이쯤에서 끊기로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 정리를 사용해서 증명하는 방법"은 수학 교육적으로는 또 추가적인 의미를 가지는 방법이기도 함. 실제로 수학과로서 전공 수학을 할 때도 종종 시험문제로 "A 정리를 사용해서 B 정리를 증명하시오" 같은 문제가 나왔을 때, 사실 진짜 원론적으로 따지고 보자면 A가 정리인 이상, 위에서 말했듯 A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B를 증명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함.


그렇다면 이 경우에 채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들어갈 수 있고, 결국 수학이라고 해도 궁극적으로 시험이 된다면 "출제자의 의도"라는 관점을 어느 정도는 가질 수밖에 없는 셈.



1. 초등학교 수학 기하 은근히 어렵고 많이들 까먹는다
2. 수학 시험도 출제자의 의도 중요하다

3. 


img/25/02/13/194ff863ade4d3426.jpg


댓글
  • 스마일캐시 2025/02/14 16:59

    아 완벽하게 이해했어

    (Zij9mX)

(Zij9mX)

  • 림버스) 의체가지고 불만이 많은 놈들은 [4]
  • | 2025/02/13 22:22 | 751
  • 우러전 보면서 우크라이나 항복하라고 하는 사람들 보면 물어볼게 있는데 [18]
  • | 2025/02/14 00:30 | 1481
  • 붕어싸만코/빵또아/기타 15개+15개 골라담기 (25389원/무배) [20]
  • | 2025/02/13 17:11 | 501
  • D850과 D750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12]
  • | 2025/02/13 15:18 | 576
  • MCU) 주인공 되자마자 주인공 보정 오지게 받음 [10]
  • | 2025/02/13 13:31 | 1384
  • 제롬 파월 연준의장 : 연준이 관세에 대응해서 반대로 금리 인상 가능성 있다. [5]
  • | 2025/02/13 06:43 | 373
  • 중국의 위험한 절굿공이 [3]
  • | 2025/02/13 01:55 | 277
  • 젠레스] 간만에 빨간약 거하게 드링킹 하는 기분이네 [10]
  • | 2025/02/12 22:07 | 1189
  • 블루아카)갸루유우카 [6]
  • | 2025/02/12 21:00 | 1248
  • (블루아카) 토키(토끼) 대탈주 번외편 리오 만화 [3]
  • | 2025/02/12 19:29 | 1144
  • 내한오는 일본성우가 알아야 할 것.jpg [23]
  • | 2025/02/12 17:25 | 1541
  • 버튜버)그 먹튀 작가 한마디 더 하자면 루리웹 [25]
  • | 2025/02/12 16:35 |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