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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48)


보덴호 남쪽 지역인
스위스 장크트갈렌(Kanton Sankt Gallen)도
부호들에게 사랑받는 지역 중 하나였다.
북쪽 독일 지역의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이나
서부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콘스탄츠(Konstanz)와 비교하면
편의 시설이나 접근성은 불편했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외부인이 잘 찾아오지 않았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낮은 구릉지대에
부호들이 겨울 별장으로 사용하는 저택들이 지어져 있었고,
그중 하나의 저택에
완이 있었다.
완은
3층에 있는 자신의 침실에서
창문을 통해
보덴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먼지 하나 없는
푸른 하늘을 담고 있는
잔잔한 수면,
그리고
수면 위로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은
마치 거장이 온 힘을 기울여 그린 마지막 걸작처럼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 내고 있었다.
하지만
창밖을 바라보는 완의 얼굴에는
그런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 같은 감정은 없었다.
그저 무감정한 시선으로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무감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달 가까이
같은 창문을 통해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자의로 이곳에 온 것도 아니었다.
마치,
새장 속에서
창살 너머를 바라보는 새처럼,
거장이 그려 낸 명작 같은 풍경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녀를 구속하는
또 다른 족쇄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시선을 움직였다.
답답했다.
이렇게
계속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가는
영혼까지
답답함에 잠식되어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은
침대 옆 작은 탁자에 올려놓은 종을
가볍게 흔들었다.
크지 않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르셨습니까?”
문이 열리고
하얀 셔츠와
검은색의 폼이 넓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은
중년 여성이 모습을 보였다.
아이힝거 부인(Frau Eichinger).
완이 알고 있는
그녀의 이름이었다.
“산책하러 나가도 괜찮을까요?”
완이 말했다.
“산책 말씀이십니까?”
아이힝거 부인이 되물었다.
“안 되나요?”
“주인님께서 5시에 도착하실 예정입니다.”
아이힝거 부인이 말했다.
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침은
4라는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완이
다시 아이힝거 부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주인’이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어요.
완의 눈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힝거 부인은
작게 고개를 숙인 후, 문을 닫고 나갔다.
그렇게 닫힌 문을
완은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댓글

  • 사이보그 탐색자
    2025/02/13 06:07

    마지막이 무섭습니다.

    (eQF0A3)

(eQF0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