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딱 들어가니깐 사면이 다 스티로폼이에요. 책상 모서리가 다 고무로 둘려 쌓여있어요. 쪄죽지 말라고. 갔더니 "옷 벗어" 빨개 벗겨놓고 한참을 뚜들겨 패더라구요.
"너 같은 놈을 휴전선에 걸쳐놓고 죽여도 월북하다 죽은 걸로 만들면 돼" 계속 두드려 패고.. 그 때 정말 한 달 만에 철저하게 패배를 했어요. 폭력에 의해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오늘 팩트티비에서 처음 이야기 하는 거에요. 친구들 이름 셋을 불었어요. 그 친구들이 날 용서해줄 거 같아 불었어요. 그 때 내가 졌던건... 친구들 이름을 불어서 진 것이 아니라. 며칠을 맞았더니 소변을 보는 데 오줌이 시뻘겠어요. 그때.. 죽음의 공포보다는.. 허..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놈들이 교대로 와서 질문을 하는데 "그래 네가 혁명을 해서 권력을 잡았다고 치자. 그럼 네가 농업정책은 어떻게 할건데? 외교문제는?"
국가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질문을 던져대는데 나는 그 질문에 대해서 답이 없더라구요. 내가 가지고 있는 답은 전두환 파쇼 반미 라는 답밖에 없더라구요.
그러니깐 사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더라구요. 그래서.. 무너졌어요.. 나 같은 사람이 집권하면 안 되는구나. 저 놈 하나를 설득을 못 하는 수준을 가지고 무슨 혁명을 하자고 했을까..
부끄럽더라구요. 그래서.. 물론 저 아니어도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잡혀버려서 조직이 다 깨져있었어요. 저 혼자만 잡혀갔으면 달랐을 거에요. 내가 죽더라도 버텼을 거에요.
조직이 다 깨져버렸는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죽자하니 너무 허망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나왔어요. 감옥에 있는 1년 동안 너무 부끄럽고 쪽팔린 거에요.
사람들이 저한테 전대협의 대부래요. 전대협 1 2기 이인영이나 오영식이 있을 때 간부들은 제가 다 교육을 시켰거든요. 그래 그 교육시켰다는 놈이 거기 가서 그 질문 앞에 무너져 버린거에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어요. 난 앞으로 사회 나가면 남 앞에 서지 않겠다. 그래도 내가 이 대열을 떠날 수는 없으니깐 돕기만 하련다. 그렇게 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게 되었고..
김어준총수는 안희정지사가 이 때 철이 들었다고 하던군요. '철든 운동권출신' 처절하게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30여 년동안 민주주의 국가운영을 준비해왔습니다. 스스로를 '직업정치인'이라 칭하고, 국민들에게 그 정치의 신뢰감을 회복하기 위해 긴 시간 국가운영의 큰 그림을 그려온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성찰이 필요하겠네요. 왜 저 사람인가..부끄럽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세상인데,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 만으로도 지도자 자격이 충분하네요.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뒀는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