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관점의 대립은 단순한 선호 차이를 넘어 예술 감상의 방식, 시장 논리, 창작자의 철학, 대중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이는 영화, 게임, 소설, 만화, 음악 등 모든 예술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어 왔으며, 시대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그 힘의 균형이 달라져 왔다.
"끝까지 보고 판단해라" – 예술의 본질을 중시하는 접근
예술은 본래 과정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며, 감정의 흐름과 서사의 전개를 따라가면서 점진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시작이 지루하다고 해서 작품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논리. 관객(혹은 청중, 독자, 플레이어)이 창작자의 의도를 끝까지 따라가야만 그 작품의 온전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 특정한 장르(느린 템포의 예술영화, 심오한 철학적 서사, 서서히 몰입되는 게임 등)는 감상자의 인내심을 요구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 태런스 맬릭, 스탠리 큐브릭,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다크 소울 시리즈 같은 게임, 재즈나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시작하자마자 재밌게 못하면 이미 OUT" – 현대 대중문화의 현실적 접근
대중은 더 이상 한 작품에 시간을 오래 투자할 인내심이 부족하며,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서는 첫인상에서 바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 "재미를 주는 것"도 예술의 중요한 요소이며, 관객이 처음부터 몰입하지 못하면 끝까지 따라올 이유가 없다. OTT, 유튜브, 숏폼 콘텐츠 등 빠른 소비가 가능해진 시대에 맞춰, 창작자도 빠르게 주목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작품을 설계해야 한다. 작품의 퀄리티가 뛰어나더라도 대중이 접근하기 어렵다면 실패한 작품일 수도 있다는 현실적 논리. 대표적인 사례: OTT 드라마의 빠른 전개, 모바일 게임의 즉각적인 보상 구조, 유튜브 영상의 3초 내 강렬한 도입부, 팝 음악의 10초 내 후크 도입. 2.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대립"끝까지 봐야 진짜 평가 가능"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벨라 타르의 사탄탱고처럼 초장편 러닝타임을 가지며, 감정과 철학적 깊이를 극대화하는 영화는 느리게 진행되지만 끝까지 본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처음 20분 동안 대사가 없지만, 끝까지 본다면 SF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처럼 서사가 절제되어 있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터뜨리지 않는 영화도 끝까지 봐야 의미가 전달된다.
"첫 5분이 핵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존 윅, 마블 영화처럼 초반부터 강렬한 액션과 스토리 전개를 통해 관객을 잡아두는 방식이 현대 영화의 기본이 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첫 5분 내에 시청자의 이탈률을 최대한 줄이는 구조"를 필수적으로 고려하여 빠른 전개를 선호한다. 공포영화에서 스크림, 겟 아웃 같은 작품들은 오프닝부터 충격적인 사건을 배치해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3. 게임에서의 대립
"느리지만 끝까지 해야 명작" 다크 소울, 블러드본 같은 소울라이크 게임들은 처음 몇 시간 동안 불친절하고 어려운 플레이를 요구하지만, 극복한 플레이어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초반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서서히 몰입하면서 거대한 서부극 서사에 빠져든다. 페르소나 시리즈 같은 JRPG는 초반이 긴 튜토리얼과 서사적 설정으로 가득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깊이를 이해하게 된다.
"첫 10분 안에 재미없으면 망한 게임" 모바일 게임에서는 튜토리얼에서 재미를 못 느끼면 바로 삭제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즉각적인 보상이 필수적이다.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같은 FPS는 처음부터 강렬한 액션 시퀀스를 제공하며, 플레이어가 빠르게 전투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오프닝부터 바로 탐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바로 게임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4. 소설과 만화에서의 대립
"처음은 천천히, 하지만 끝까지 가야 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초반이 설정 설명으로 가득 차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압도적인 세계관과 감정적 몰입을 선사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나 데스노트 같은 작품도 점진적으로 캐릭터와 사건이 확장되며 서사에 몰입하게 만든다. 슬램덩크는 초반이 가벼운 스포츠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적 깊이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대표적인 만화다.
"첫 장에서 못 잡으면 끝이다"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서는 "첫 화가 재미없으면 끝"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 재벌집 막내아들,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인기 웹소설은 첫 화부터 강렬한 사건 전개와 몰입 요소를 배치해 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만든다. 만화 진격의 거인은 오프닝에서 거인의 침공 장면을 강렬하게 배치하여, 독자가 바로 세계관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5. 음악에서의 대립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프로그레시브 록, 재즈, 클래식 음악은 구조적으로 곡이 길고,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같은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초반이 느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곡이다.
"10초 안에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끝" 현대 팝 음악에서는 "첫 10초 안에 후크를 들려줘야 한다"는 법칙이 존재한다. 빌리 아일리시, 두아 리파, BTS 같은 아티스트들은 첫 몇 초 안에 강렬한 멜로디나 비트를 배치해 청취자의 이탈을 막는다. 유튜브 시대의 숏폼 콘텐츠에서, 음악도 점점 더 짧고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론: 시대와 매체에 따라 변화하는 균형
이 두 입장의 대립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각 매체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어왔다.
OTT 시대와 모바일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점점 "즉각적인 몰입"이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느리지만 깊이 있는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이 어떤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가이며, 모든 작품이 같은 법칙을 따를 필요는 없다.
근데 초장부터 잡아야 하는 건 맞음
왜 소설 쓸때 첫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러는데
자고로 첫줄은 책을 사게 만들고 마지막 줄은 다음책을 사게 만든다 그랬음
다봄
2025/02/04 16:41
근데 초장부터 잡아야 하는 건 맞음
왜 소설 쓸때 첫문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러는데
자고로 첫줄은 책을 사게 만들고 마지막 줄은 다음책을 사게 만든다 그랬음
noom
2025/02/04 16:42
님의 댓글 마지막줄이 다른 님 댓글을 더 읽고싶게 하네요
したのこしこしここしぱんぱん
2025/02/04 16:42
꼭서를 초반만보고 재미없는만화라고 한다면 그냥 내친구 안하면됨
noom
2025/02/04 16:43
(슬금슬금...........)
루리웹-7093922919
2025/02/04 16:42
요즘에는 초반에 강렬할 인상을 주는게 더 중요해지긴 것 같음
컨텐츠가 너무 많다 보니까 나도 초반에 재미없으면 넘기게 되더라
레인저세쿼이아
2025/02/04 16:43
요즘시대에서 5시간 10시간 붙들고 있어야 재미가 올라오는 작품은 좀 힘들지.
DDOG+
2025/02/04 16:43
근데 '어떤 작품이 더 상업적/대중적으로 좋느냐'가 아니라 '어떤 작품이 품질의 면에서 좋느냐' 란 평가의 영역에선,
'끝까지 보지 않는다면 게임/영화/매체의 전부가 아닌 첫인상만 볼 수 있다' 이게 커서.
결국 첫인상의 중요성은 작품 퀄 이전에 '그게 팔린다'로 가는 편이라 평가와 좀 떨어진 논의라고 생각함.
noom
2025/02/04 16:44
(대충 아바타2는 미친듯이 재밌지만 거기서 끝이고
블레이드러너 2049는 고문수준으로 재미없지만 두고두고 기억할 작품이라는 부기영화 어쩌고)
Crabshit
2025/02/04 16:44
답: 타겟 고객층이 다르므로 비교는 의미가 없다.
Crabshit
2025/02/04 16:44
오락용 작품인데 초반 흡인력이 없다 = 고자임
진지한 작품인데 끝까지 봐도 뭐가 남는게 없다 = 고자임
noom
2025/02/04 16:46
문제는 그 다른 타깃층이 서로 얽혀서 "가장 훌륭한 작품은 무엇인가" 하고 갈드컵을 벌인다는 것이다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9412075?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6271
Crabshit
2025/02/04 16:47
갈드컵을 벌이는 사용자층 : 사실 양쪽 다 별로 원하는 고객층이 아님.
2596
2025/02/04 16:45
다크소울은 애초에 전투 자체의 재미를 먹고 들어가는 겜이라 '깼을 때의 재미'로 비유하기엔 좀 대상이 잘못된 듯.
암튼 중후반부에 포텐 터지는 작품의 경우 첨부터 이 작품은 그런 작품입니다. 라고 깔고 가는 거면 다들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지만
그런거 없이 첨에 노잼인데 후반에 재밌는 경우엔 걍 창작자가 초반에 ㅈ박은 거 노선 바꾸다보니 갑자기 포텐이 터진거지. 만화의 예로는 꼭두각시 서커스, 유희왕 같은 거?
noom
2025/02/04 16:47
이런 피드백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왜냐면 이 글은 진짜 '딸깍'이거든요 (토픽은 제가 넣었지만)
2596
2025/02/04 16:47
뭐, 결국 초반에 재미없는데 후반에 재밌다. 이건 결국 사람들의 입소문을 오가야 홍보가 되는거고 '초반에 재미없구나' 를 감안하고 사람들이 플레이 하게 되는 구조니까. 할놈은 하고 안 할놈은 안 한다가 맞는 듯.
IRyStocrats💎
2025/02/04 16:46
같은말 이면서 전혀 다른말 아님?
게임이던 영화던 스토리나 OST 같은 전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알아야 하는거고
초반에 흥미를 못느끼면 마지막까지 끌고가지 못하게 한거고 흥행의 유무를 좌우하는거니까 초반이 중요한거고
근데 초반 10분 해보고 그 게임 전체를 평가하는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함
막말로 라오어2에서 조엘이 죽기 전까지만 해보고 갓겜이라고 하는거같음
루리웹-224898349
2025/02/04 16:47
검증된 창작자는 초반 늘어져도 상관없지만
개뿔도 없는 초짜는 초반이 엄청 중요
izuminoa
2025/02/04 16:47
난 다크 소울 시리즈 같은 게임 좋아하는 사람은
M 이라고 봄
굳이 게임하면서 자학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