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킹 20분 전.』
파일럿의 목소리에
키리토를 돕던
카이토와 사구루가 우주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조하던 오스카 또한
우주복을 착용했는데,
그의 첫 번째 임무가
바로
천궁 1호에 진입해 샘플을 채취해
자신에게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기 상태로 20분이 흘렀다.
상황은
시뮬레이션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보입니다.』
잭슨의 음성에
최대한 빠른 실험동선을 고려하고 있던
키리토의 시선이
정면으로 돌아갔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천궁 1호’가
비행실 유리창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와 꼬리에
긴 태양광 패널을 단 원통형의 우주기지.
중국 항공우주기술의 결정체였던 그것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키리토의 심장이 다시 쿵쿵 뛰었다.
『실험실 모듈에 흉측한 구멍이 뚫려있다.
보이는가 휴스턴?』
잭슨의 보고에
지구 쪽에서도 탄식 섞인 무전이 돌아왔다.
-이 정도일 줄은.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나갔잖아.
-도킹 장치를 수동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미치겠군.
오스카 대원.
브릿지툴도 준비하십시오.
키리토는
천궁 1호의 표면에 보이는 흔적을
직관적으로 분석해보았다.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난동을 피웠어.’
어떤 화합물은
미상물질 X처럼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다 재앙을 일으키는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만,
저것은
그 궤가 전혀 달랐다.
중국의 수준 높은 화학자들이
수년간 머리를 맞대고
정교하게 제어해온 고밀도의 화합물은
'토끼발' 이 투입되면서
통제력을 상실한 순간
천궁 1호의 실험 모듈을 죄다 집어삼켰다.
지구상의 어떤 물질보다
대단히 위험한 반발성을 보인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토끼발' 자체도
완전히 업그레이드 된 꼴이기까지 했으니........
당장은
공략할 약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도킹 개시.』
첸이 조종기를 붙잡았다.
천궁 1호가 먹통이 된 까닭에
자동유도는 불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레스호의 선체가 이리저리 요동쳤다.
『다들 흔들림에 주의하십시오.』
허공에 떠 있던 키리토는
고막에 공기의 압박만 느꼈을 뿐,
정작 선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외부사출 모듈로 이동해있던
카이토와 사구루가
감압이 끝난 직후
두꺼운 손잡이를 돌렸다.
치이익―!
우주 밖으로 이동한
두 사람이 추진장치를 가동해
천궁 1호의 도킹구역에 달라붙었다.
선을 연결하고,
배터리를 붙이고,
도킹 장치를 가동하기까지 30여분이 흘렀다.
-수동 인도 준비 완료.
바깥의 무전에
첸과 잭슨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수평 조향장치와 수직 조향장치를
동시에 조작해
10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천궁 1호와 아레스호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쿠궁!
『도킹 성공.』
두 우주 구조물의 관성이
서로에게 얼마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키리토는
그제야 분자 세계에서 벗어나 밖을 인지했다.
천궁 1호와 연결된 문으로
오스카가 이동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선외 작업을 훌륭히 마친
카이토, 사구루
두 사람도
다시 감압실로 들어와 오스카의 뒤를 따랐다.
-안쪽은 어둡다.
계기판 대부분이 파괴된 상황.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부는 그 어떤 조작도 불가능해 보인다.
-관측 모듈에서
우슈보 대원을 발견했다.
오스카의 음성에
휴스턴에서 무거운 회신이 돌아왔다.
-살아 있나?
-편안히 잠든 것처럼 보인다.
이미 20일 전에 생사 두절이라 판명된 대원이었기에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침묵이 이어졌다.
-오스카다.
실험 모듈 앞에 도착했다.
키리토는
이 무전에 바로 회신했다.
『안쪽은 절대 가지 마세요.
아마 외부에 녹슨 듯한 흔적이 보일 거예요.
일단 그걸 채취해요.』
-알았다.
[추락궤도 돌입 -03:23 Left]
천궁 1호와의 도킹에 성공한 이후
2시간이 흘렀다.
키리토는
무아지경 속에서 조합작업을 하다
스포이트에서 흘러나온 액체방울이 허공에 맺힌 것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영롱하게 빛나는 구슬.
왼손으로 옆을 더듬어
오스카가 채취해온 샘플을 찾아
손에 쥐었다.
천천히 샘플을 가져가
병 투입구에 액체구슬을 들이댔다.
휙, 빨려 들어간 구슬이 샘플과 닿았다.
불그스름한 분진이
회오리처럼 샘플에 몰려들어
이내 젤 상태로 변했다.
집중하는 키리토의 이마에서 난 땀이
무중력 공간으로
방울방울 흘러나왔다.
『제발, 제발……
어? 됐어!
안정화 됐어요.
이 조합이면 되겠어요.』
환호하며 고개를 돌린 키리토는
조합을 실패한
밀폐 용기 수백 개가 혼란스럽게 떠다니는
실험 모듈을 정리 중인
다른 대원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해요.
지구에선 보통 실험대에 내려놓고 한 번에 쓸어 담거든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장.』
언제나 자신에게 깍듯이 대장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잭슨이
빙빙 도는 용기를 붙잡아
정리함에 넣으며 물었다.
『해체 작업은 언제쯤 가능한 겁니까?』
『대량 생산만 하면 돼요.
30분.
아니, 20분이면 되겠어요.』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치이이익―!
키리토는
우주복을 입은 채로
감압 시스템이 작동 중인 모듈 안에 섰다.
어깨에 걸고 있는 대형상자를 툭툭 친
키리토는
휴스턴에 임무 시작을 알렸다.
『해체 미션 개시합니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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