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4289895

소전2) 서클원이 이직준비하는걸 봐 버렸다

"후 이번 흙먼지도 간신히 5% 턱걸이네.. 그래도 클원삐가 세 번씩 쳐줘서 다행이야"

"이번에는 무슨 속옷을 입고 가면 좋아하려나"

2회차 흙먼지 전선에서 5%에 들고 기분 좋은 상태로 클원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클원삐, 방에 있어? 들어갈게?"


흙먼지 전선에서 세 번이나 힘겨운 전투를 치러서일까, 클원삐는 아직 샤워 중이었던 것 같다. 물소리가 들린다.


"나 참, 클원삐도 너무 덤벙거린다니까.. 문도 안잠궈놓고 나 기다렸던 거야? 응큼하네~"


나는 그가 나오면 이번엔 파딱을 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방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 무언가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평소에 책상에 아무것도 없던 클원이 책상 위에 저렇게 많은 서류를 둔 것은 처음이기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얼른 책상으로 달려가서 무슨 서류인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잘못이었다.

나는 그의 책상을 봐선 안됐다.


"이게 뭐야? ...이력서?"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이력서에는 In 1%를 지향한다는 서문과 함께

그 뒷장엔 보스전 기록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해 클장.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나 이번에 서클을 나가게 되었어. 미리 말 못 해줘서 미안해"


뒤에는 어느새 샤워를 마친 클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째서?"

"내가 펠라가 서툴러서 나가는 거야? 그런 거라면 앞으로 더 연습할게.."

"내가 앞으로 더 잘할게.. 나 버리면 안 돼.. 응?"


나는 이미 그를 잡지 못할 걸 알고 있었지만

그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를 붙잡아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 사실 나 이미 이적 준비를 마친 상태야. In 50 서클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어."

그는 차가운 말투와 표정으로 잡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더 할 말 없으면.. 나 이제 가볼게 잘 지내 클장 나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나와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그는 탈퇴 버튼을 누르고 서클을 떠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항상 그가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11200점도 안 나오는 노루들을 참고 넘어 가 줬던것이 화근이었을까?


그렇게 수 백 번 머릿속을 헤집어 보면서 내가 찾은 답은 하나였다.

"그래.. 내가 노루들도 잡고 펠라 연습도 더 해오면 클원삐도 다시 돌아 와 줄거야"

평소 서클원들을 친구추가 해두었던 나는 그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온 거라곤 그가 남긴 한 마디 메시지 뿐이었다.


"그럴 거면 진작 잘해주지 그랬어"

 하염없이 눈물만 떨어졌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름이었다.



img/25/01/25/1949915832d577680.png?icon=4213

댓글
  • 흔들리는것은감동이있다 2025/01/27 17:15

    오 내가 갈께 서클이름좀


  • 실버메탈
    2025/01/27 17:14

    뒷보지 대줬어야지 ㅉㅉ

    (JcA46O)


  • 흔들리는것은감동이있다
    2025/01/27 17:15

    오 내가 갈께 서클이름좀

    (JcA46O)


  • 무난한닉네임
    2025/01/27 17:17

    배뿌리, 클장삐의 비참함을 기념하기위해 춤출께☆

    (JcA46O)

(JcA4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