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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2)최중요 보급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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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거 좀 급하게 쓰느라 엉망진창인 부분 없잖아 있어서 다시 한번 다듬어봄


굳이 인형을 특정하지 않고 a,b로 한 이유는 내가 1을 안해봐서 애들을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적당히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대입해서 읽었으면 싶어서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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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협약


한때 그리폰의 지휘관이었던, 지금은 거대기지차량 엘모호의 함주인 자에게는 그동안 이 메피스토 협약이란 이름의 족쇄가 걸려있었다.

이 협약에 의해 지휘관은 본인의 휘하 인형들과 타의로 같이 행동할 수 없게 되었고 거의 모든 인형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각자도생을 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너무나 각박했다. 인간의 목숨조차도 하찮은 무언가 취급받는 세상은 인형에게 더더욱 잔혹했으며 자신들에게 온정을 베풀어주던 지휘관은 별종이었고, 그런 지휘관이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한 존재였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인형들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보내져 왔다. 현재 지휘관이 탑승하여 지휘하고 있는 엘모호의 위치 및 목적지, 그동안 지휘관이 어떠한 일을 겪었다는 간략한 요약,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지휘관과 인형들을 강제로 떼어놓았던 잔혹한 조약이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는 가장 중요한 정보와 함께.


상황이 전부 다른 만큼 모든 인형들이 이 메시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메시지를 받은 인형들의 행동은 대체로 일치했다. 10년 동안 힘들게 정착하고 일구어낸 모든 것을 다 처분하고, 지휘관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엘모호에는 소식을 들은 인형들이 하나둘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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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새로운 내 방이구나'


a는 자신이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커다란 짐가방을 대충 문 옆에 잠시 놔둔 후 방 내부를 침대에 걸터앉아 둘러보았다. 과거에도 타본 적이 있는 기지 차량 내부였기 때문에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자의로 지휘관을 쫓아 올라탔기 때문일까,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객관적으로 보면 넓다고 하긴 어려운 방이다. 개인 물건까지 풀어놓고 나면 한층 더 공간이 좁게 변하겠지만 10년 만에 지휘관과 만나 다시금 그와 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a의 마인드맵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사항 정도로 취급되고 있었다.


사실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당장이라도 모든 걸 내팽게치고 지휘관의 곁으로 달려가고 싶은 a였지만 이동에 드는 비용의 문제도 그렇고 당장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해 무책임하게 버려두고 오는 것은 찜찜했던 a는 직장 관계자에게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주변을 정리하면서 여비를 충당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메시지를 받은 지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간신히 지휘관을 향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속적으로 전송되어오는 엘모호의 현 위치 및 목적지 덕분에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어렵지 않게 엘모호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리고 이미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인지 엘모호에 승선하자 오랜만에 보는 전 직장 동료의 얼굴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개중에는 처음 보는 인형도 간간히 섞여있었긴 했지만.


함교에 올라 10년만에 지휘관의 얼굴을 봤을 땐 그 자리에서 끌어안고 싶기도 했지만 주변에 보는 눈도 있고 지휘관에게 방정맞아졌다던가 그런 식으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는지라 자제심을 발휘하여 최대한 얌전히 인사한 a였다. 별개로 10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듣긴 했지만, 지휘관이 상상 이상으로 핼쑥한 모습이긴 했던 건 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아무렴 어떻겠는가, 그는 변함없이 a가 알던 그 지휘관이 맞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다.

앞으로 지휘관과 어떤 작전을 펼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로 가득 찬 채 짧은 상상을 즐기고 있던 a였지만 그 상상을 방해하듯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러고 보면 지휘관이 앞으로의 엘모호에서 생활에 대한 안내 사항이 있을 거라고 했지... 라고 생각하며 a는 일어서 문 쪽으로 향했다.


"오랜만이야 a, 좀 더 일찍 올 줄 알았는데."

"엥? b잖아? 엘모호에 타고 있던 거야? 언제부터?"

"한 3주 전쯤? 그리고 오늘 내가 안내 당번이라 온 거야. 잠깐 들어가도 될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와 같은 잠깐의 사담 후 b는 안내 사항에 대해 말해주기 시작했다. b가 안내해 준 사항은 일반적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어디 시설은 이용하기 힘들다던가, 어디를 이용할 때는 뭔가 하는 건 자제해달라는 것과 같은 다 같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거주할 때 지켜야 할 유의 사항 위주였다.


"알려줄 만한 건 다 말했고, 추가로 이게 최중요 보급품이야. 받아"

라고 말하며 b는 들고 있던 상자 하나를 건넸다. 가로 30cm, 새로 및 높이 10센티 남짓의 상자.

"뭐길래 최중요 보급품이야?"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봐."

최중요 보급품이란 말은 a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바로 상자를 열어보기로 결심했다. 상자는 테이프 등으로 따로 접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손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 열어볼 수 있는 상태였다.


a는 손쉽게 상자를 열었고 열린 상자의 틈새로 완충제에 감싸인 남성기 모양의 무언가가 보이자마자 황급하게 상자를 다시 닫고 소리를 빽 지르고 말았다.

"야!! 뭘 주는 거야!!"

"최중요 보급품."

당혹감에 얼굴이 시뻘게져 소리를 지르는 a와 달리 b는 이미 이런 반응은 익숙하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아니아니아니 그러니까 뭐 특수한 장비나 그런 것도 아니고 왜 그.... 그러니까 그.... 성인용 장난감이 최중요 보급품인거냐고!?"

"그거, 지휘관 물건의 모양을 본뜬 거야."

"뭐?"

b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한마디에 a는 다시 한번 당혹스러움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휘관이 지독할 정도로 일을 달고 사는 사람인건 너도 잘 알고있지?"

"그... 렇긴 하지?"

"너도 좀전에 봐서 알겠지만 지휘관이 그렇게 죽어가는 해골상인건 단순 업무 때문이 아니야."


a는 얼굴 가득 궁금함을 띄우며 말없이 b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반송장스러운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것인가?


"우리 인형들의 욕구 해소에도 어울려주고 있거든."

"....세상에... 10년 동안 지휘관 보고 싶어 했던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그걸 일일이 어울려주고 있다고?"

"친절한 우리 지휘관님 답다면 답지, 아무튼 엘모호에 찾아오는 인형이 점점 늘어나서 한 20명쯤 되니깐 그때부턴 지휘관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해지더라고, 기다리는 인형 순번도 점점 길어지고. 그래서 우리도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대책을 세웠거든. 비록 지휘관은 처음엔 수치스러워서 죽으려고 했지만 본인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다는 점이나 기다리는 인형들이 많다는 건 인정했는지 그걸 만드는데 동의하고 협조해줬어.


상자의 내용물은 남사스러운 외관과는 정 반대로 지휘관의 수치심과 배려가 담긴 참으로 복잡 미묘한 사정을 가진 물건 그 자체였던 것이라는걸 알게 되자 상자를 바라보는 a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무튼 그거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설명서도 들어있으니깐, 잘 읽어보고 써보면 만족스러울 거야."

"다양한 기능이라니... 잠깐 만족? 그럼 너 이미..."

상자를 쳐다보던 a는 날카롭게 b의 마지막 단어를 포착해냈고 이에 '아차'스러운 듯 b는 얼굴을 확 붉히며 옆으로 돌리고 살짝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나...나도 지금 순서가 밀려있어서 한참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당연히 이제 막 온 너는 순서가 가장 맨 끝일 테고..."


좀전까지의 무덤덤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b는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말끝을 흐렸고 그 말에 a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구강모듈에서 분비된 액체를 목구멍으로 밀어넣으며 작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 그럼 사양 않고 고맙게 잘 받도록 할게."

a 본인은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고있었고, 티가 안나고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시선은 상자에 고정되어 있었고 입꼬리는 씰룩씰룩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흠... 난 다른 일도 있어서 가볼게. 짐 풀고 나면 다른 애들이랑 인사하러 나가봐."

조금씩 표정이 망가지는 a의 얼굴을 뒤로 한 채 b는 한번의 헛기침을 하고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지휘관은 다시금 전 휘하 인형들이라는 힘을 충실히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이 커질 수록 지휘관의 어깨와 하반신에 걸린 책임 역시 속도를 붙여가며 무거워지고 있었다. 부디 그 하반신에 걸린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존엄성을 버리고 수치심을 품어가며 만들어낸 '최중요 보급품'이 인형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지휘관은 조용히 혼자 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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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엘모호텔에서 시달리는 시키칸 보고싶다아아

댓글

  • 하늬도지
    2025/01/22 12:25

    스릴러가 따로 없네 ㅋㅋ

    (pz1N56)


  • 제임스 모리어티
    2025/01/22 12:33

    협약이 실은 지휘관이 요구해서 만든게 아닐까

    (pz1N56)

(pz1N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