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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체험을 했네요

저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병원에서 일하시는 치료사 분이신데 한달에 두세번 정도 그분께 치료를 받고 있죠. 
이런식으로 알고 지낸지가 대충 반년 쯤 된것 같아요.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건 이름 뿐이에요. 그 외엔 아무것도 몰라요.
나누는 대화가 주로 제 몸 상태가 어떤지에 관한 것들 뿐이다 보니 딱히 사적인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거 같아요.

그런데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아무리 그분과 가까워지고 싶다고 해도 만약 애인이 있다면 깔끔히 마음을 접어야 하니까,
우선은 그분한테 현재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 만큼은 확실히 알아야겠다는..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도 뭐하고 주변에 물어 볼만한 사람도 없어서 어쩔수없이 인스타에 이름을 검색해봤어요.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성만 빼고 이름으로만 검색해 봤어요.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그런지 10명 이내로 좁혀져서 나오더군요.
그중에 한분을 클릭했는데..남친과 같이 찍은 사진이.........
뭐 애초에 애인여부를 확인하려고 검색한거니까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더 충격적인건 스크롤을 내려보니까 사랑스러운 아기사진들이 쫙...전형적인 OO맘 블로그 같은 풍경들이...

그걸 봤을때 정말 죽고싶었어요.. 많아야 20대 후반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젊은 분이시라 결혼은 안하셨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미 애까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정말 살면서 처음으로 그 자리에서 창문 열고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사람한테 이미 애인이 있다는 사실이 슬퍼서가 아니라, 내가 인간쓰레기 같아서요...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그동안 애 딸린 유부녀를 좋아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사람한테 죄지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자신의 아내가 사실은 자기 친엄마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두 눈을 뽑아버린 오이디푸스의 번뇌처럼,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가 물밀듯이 올라와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워낙 소심한 인간이라 현재까지는 그분한테 적극적으로 대쉬를 한적이 전혀 없다는거죠
그분은 제가 그분 좋아하는거 전혀 모를거에요 그냥 말 잘 듣고 인사 힘 있게 하는거 외엔 뭐 한게 없으니까..
하지만 언젠간 용기를 내서 뭐라도 좀 더 가까워질수 있는 말을 건네야겠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것만으로도 내가 너무 쓰레기 같은거에요 애까지 있으신 분한테..

그렇게 한 30분 정도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가 다시 그분 SNS의 다른 사진들을 더 내려봤어요.
그런데 응?? 다른 각도의 사진들을 보니까 뭔가 미묘하게 제가 아는 얼굴과 좀 다른거에요
사실 저도 처음 사진을 봤을때 실물과 좀 차이가 있는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
그건 제가 주어진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인지부조화가 와서 착각을 하는거라 생각했어요
상식적으로 그렇잖아요 이름도 같은데, 그렇다고 흔한 이름도 아니고, 더군다나 얼굴까지 닮았다?? 
그럼 당연히 내가 아는 그사람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제 의문을 확실하게 풀어주게 된 한장의 사진을 보게 됬는데..
사진에 커플 이름을 적어놨던데 이름은 제가 아는 그 이름과 같은데 성이 다른거에요..
(아까 제가 성빼고 이름으로만 검색했다고 말했었죠)
그리고 몇장의 사진을 더 보면서 완전 잘못 짚었다는걸 확신하게 됐죠.
더 강하게 확신한건 이번엔 인스타 말고 페북으로 검색해보니까 성까지 딱 맞는 이름이 나왔고 사진도 그사람이 100% 맞았어요.
이번엔 남친이나 애기 사진 같은거 전혀없고 그냥 혼자 여행가서 찍은 사진만 몇장 있더군요..최근인거 봐선..적어도 결혼은 안한듯 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무슨 안도의 한숨같은게 쉬어지는 기분도 아니고 뭐랄까 그냥 지금 쪽팔려 죽을거 같아요 내가..
혼자서 폰 만지작거리면서 2시간동안 아주 쌩쑈개지랄을 다 떨어쑥나 내가...아..

정말 성인이 되고 난 이후로 이상하게 누굴 좋아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거의 10년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런가 제가 제정신이 아닌것같아요 지금..
이분 덕분에 내가 적어도 게이는 아니었구나 라는걸 알게 됬는데 아.. 뭔소리지 아무튼...

뻘소리해서 죄송합니다..그냥 지금 기분이 뭐랄까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걍 싱숭생숭한데 뭐라도 적어보고 싶었어요..







댓글
  • 투블럭현준이 2017/10/31 20:01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한건가요?? 후기얼른요
    현기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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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자역난자역 2017/10/31 20:22

    ㅋㅋㅋㅋㅋ왤케 귀엽죠 많이 놀라셨겠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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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안호랑이 2017/11/01 00:26

    말꺼내고 거절당해서 이불한번 차는게 낫지, 말못하고 나면 평생 가슴에 남게 될겁니다.
    그때 말이라도 붙여볼걸.....하고요..
    잘되든 못되든 말이라도 꺼내야 잘될 확률이라도 생기는거예요.
    말을 안꺼내면 확률은 무조건 제로입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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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04ii 2017/11/03 23:00

    2시간동안 쌩쑈개지랄ㅋㅋㅋ귀여우시네요ㅋㅋ고백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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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상어 2017/11/06 15:12

    아이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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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곰탱이 2017/11/06 15:14

    ㅋㅋㅋ 짝사랑도 경험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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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겔라.치글러 2017/11/06 15:23

    작성자님 필력이...ㅋㅋㅋㅋㅋㅋㅋ
    절망했던 그 순간의 기분이 저한테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에요. 그 분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ㅠㅠㅋㅋㅋㅋ
    용기를 한번 내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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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song 2017/11/06 15:25

    진짜 사랑에 빠지신 거 같네요.
    그 감정이 부럽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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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사나♥ 2017/11/06 15:29


    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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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달열이틀 2017/11/06 16:14

    그냥 대놓고 물어보시지 누가 그런식으로 저를 찾아보려 했다고 생각하면 소름돋을꺼 같아요 전에 만나던 친구도 제 전화번호로 구글링해서 너언제 어디 예약했었더라? 전여친이랑 갔었나봐? 이런적있는데 정말싫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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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igma 2017/11/06 16:16

    음 잘 모르는 상태에서 품은 연심을 어찌 책망할수 있겠습니까만
    유부녀가 아니라 하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후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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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커밍진 2017/11/06 19:13

    모양왜내가설레냥ㅋㅋ 저런감정느껴본지가언젠지
    후기올려주시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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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레옹 2017/11/07 11:36

    제발 이 죽창을 쓸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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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려 2017/11/07 11:39

    대뜸 좋아한다 하지말고 작은거 먹을거 하나 사다드리는 식으로 ㄱㄱ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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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영원히 2017/11/07 11:40

    그정도로 사람을 못 알아볼 수 있나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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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이엄마 2017/11/07 11:42

    말이라도해봐요 짝사랑 이년했는데 암것도못했는데 유학갑디다ㅎㅎ가는 순간까지도 말못한게 후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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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끄얼러러러 2017/11/07 11:57

    아 내가 글 잘못봤구나
    애엄만줄알고 애엄마한테 고백해보라니 제정신인가 싶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 애인있어요? 라고 넌지시 물어보세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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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xT)a 2017/11/07 12:02

    죄송한데 차일때 차이시더라도 차라리 직접적으로 관심표현하는게 훨씬나을거 같아요
    나는 생각조차 안한 제가 모르는 누군가가 저를 마음에 두고 제이름가지고 SNS 검색해보고 애인은 있는지 뭐하고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상상만해도 소름이;;;
    순수한 의도셨다고 해도 당사자가 나라고 생각하면 절대 좋게 받아들일수 있는 행동이 아닌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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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이형 2017/11/07 12:19

    아 이건 죽창을 들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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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찮은흠냐리 2017/11/07 12:31

    고백은 좀 그렇고요.
    맛있는 집 안다고 밥 먹자고 해보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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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이언.티 2017/11/07 12:52

    근데 치료하시는쪽(병원같은거)에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을거같아요
    사실 직업적 가면쓰고 환자 대하는거에 그사람 진짜 성격인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좋아하시는 분이 그런 가면일거라는건 아닙니다만
    비슷한 경우로 대기업인사팀에 친구가 있는데 여자면접자들이 그렇게 번호를 물어본다네요..
    본인 말로는 그냥 본인이 면접진행에 관련되어있어보이니 그러는걸거라고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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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안함 2017/11/07 13:06

    글에서 느껴지는 작성자님은 참 매력이 있네요. 오프라인에서 이런 분 만난다면 친해지고 싶어요 ㅎㅎ 용기 내서 고백해 보시길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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