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를 다녀왔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먼곳부터 가라는 여행자의 격언을 받들어
더 나이 들면 내 체력으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아서 감행했습니다.
국영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의 직항노선으로
우리는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 향했다.
비행시간은 12시간 30분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국내선 비행기를 5회 이용한다.
에티오피아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원거리는 국내선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1) 아디스아바바 → 메켈레
(2) 메켈레 → 아디스아바바
(3) 아디스아바바 → 곤다르
(4) 곤다르 → 랄리벨라
(5) 랄리벨라 → 아디스아바바 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해서도 목표 지점까지는 지프차로 보통 6시간 남짓 오프로드를 달려야 한다.
아침에 국내선 탑승에 이어서 저녁까지 지프차로 오프로드를 달린 날도 있었다.
달롤 화산지대의 에르타 알레 활화산
다나킬 소금사막
랄리벨라의 암굴교회에서 치뤄진 정교회 종교의식
실은 4일 전에 귀국했습니다.
배탈이 나서 오늘에야 겨우 몸을 추스릴 수 있었지요.
인도나 아프리카는 물을 조심해야 합니다.
반드시 본인이 '딸깍' 소리를 확인하고 딴 생수만 마셔야 합니다.
마지막 날, 인솔자께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 우리를 데려갔지요.
여사장님이 인상이 후덕하고 손맛도 좋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집에 가는 날이라 긴장이 풀어졌을까요..?
테이블 가운데에 반 병 쯤 남은 1L 생수병이 있었고 유리잔에 물이 담겨 있었지요.
마침 목이 말라 아무 생각없이 유리잔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시간상으로 짐작해봐도 이 물이 탈이 난 것 같습니다.
점심을 한식으로 맛있게 먹었기에 민속쇼를 보여주는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는 입에도 대지 않았거든요.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세 시간 쯤 휴식하다가 우리는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뱃 속에서는 내전이 일어났고 화장실이 급해서 일어나니
승무원이 지금은 앉아 있어야 한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정된 후까지.. 그 괴로움은 굳이 설명 안해도 짐작하시겠지요.
전 일정 비행기는 추가요금 지불하고 비상구 자리를 선택했었습니다.
배탈은 광탈 수준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위 아래로 깔끔하게 털리는 이렇게 광란에 가까운 토사곽란은 처음 겪어 봤네요.
식은땀이 흐르고 허리는 꺾이고 오슬오슬 춥고.. 마치 몸이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핏기라곤 한 점도 없는 유령 같았습니다.
에티오피아 여승무원이 비상구 자리 뒷자리 3개를 비우고 눕게 하고 담요를 4개나 덮어 주었습니다.
승무원이 일행이 있냐고 묻길래 없다고 답했습니다.
에티오피아 10일 여행 상품이 일 년 동안 단 두 명만 모객이 되었고
우리 두 명은 에티오피아+마다가스카르 14일 여행 상품에 합쳐지게 되었지요.
우리 두 명은 아디스아바바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19명은 인솔자와 함께 마다가스카르로 떠났습니다.
함께 비행기를 탔던 분은 비즈니스 클래스였고 연세도 있으신 분이라 불편하게 해드리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일행이 없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비상구 자리로 자리바꿈한 한의대생(?)이 정말 극진하게 보살펴 주었습니다.
영어도 유창하여 에티오피아 승무원과 중간 역할까지 능숙하게.
진맥도 하고 겔형 지사제도 주고 생수에 설탕과 소금을 타서 간간히 마시도록 해주었구요.
3회의 식사는 패스하고 설탕과 소금 탄 물만 조금씩 마셨습니다.
(아.. 정말 창피한데..) 승무원에게 기저귀가 있냐고 물어봐 달라고 했더니 선뜻 자기 팬티를 건네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팬티에 휴지를 잔뜩 깔아서 기저귀 형태로 만들어 입었습니다.
허리도 펴지 못할 정도의 몸으로 화장실을 드나들면서도
혹시라도 내가 어질렀다고 여길까봐 매번 나올 때마다
휴지로 세면대와 변기시트를 닦고 바닥까지 깨끗히 닦고 손 씻고 나왔습니다.
손발이 달달달 떨리는 그 와중에 청소라니.. 이것도 일종의 강박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착륙 후, 한의대생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휘청휘청 짐 챙기느라 연락처도 받지 못했네요.
God bless You!
에티오피아 여승무원에게도 정말 고마웠다고 했더니
엄청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에티오피아인으로서 자기가 도리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입국장 검역소에 가서 자진 신고했습니다.
호텔식만 먹었고 마지막 날 한식당의 물이 의심된다고 말했고.
열 체크하니 열은 없었고 몇 가지 질문 후에 사인 받고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가도 된답니다.
병원 방문 시 에티오피아 여행 사실을 말하고 진료 받으라고.
희한한게요.
12시간 30분 간의 비행시간 동안 장 청소는 말끔하게 된 상태이고
24시간 동안 섭취한 음식도 없으니 응급실 갈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동네 병원은 이미 늦은 시간이라
귀가해서 늘 마시던 따뜻한 차를 마시고 미음 → 죽으로 진행하니 이내 잦아들었습니다.
저의 체력과 에너지 그릇이 워낙 소량이라 그런지 3일 쯤 제대로 먹지 못하니 3Kg이나 빠졌습니다. ㅜㅜ
빠져나간 체중 회복하려면 두세 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배탈은 다 나았는데 아직도 걸을 때 호달달달.. 입니다. ㅎㅎ
여행지에서는 "딸깍' 생수를 잊지 마세요~!
https://cohabe.com/sisa/411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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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으셨습니다. 보디가드 데리고 가셨어야 하는데,,,,,
저도 아프리카 다녀올 때, 환승지인 두바이에서 먹은게 잘못되어 내내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나네요^^조리 잘 하세요^^^
감사합니다. ^^
이제는 정상식 먹고 있습니다.
큰 교훈을 깨달았지요.
여행지에서는 무조건 '딸깍 생수'입니다. ㅎ
우와.. 사진... 하다가.
먼곳에 다녀오시면서 힘든고생. 잊혀지지않겠어요.
네. ㅎㅎㅎ
이번 여행은 끝이 아주 잊혀지지 않을 만큼 찐하네요. ^^
너무 부럽습니다. 앞으로 사진이 기대되네요!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ㅜㅠ
오빵맨님도 감행해 보세요.
저같은 약골도 가는 걸요~~~ ㅎㅎ
진심어린 염려 정말 감사합니다. ^^
우와 ~ 멀리 다녀 오셨네요
다음에는 남극도 다녀오실 것 같습니다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