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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4~5달정도 키워보고 느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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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6개월짜리 키우고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개 키우는게 거의 평생소원처럼 생각될 정도로 동물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여건이 안된다고 생각해서(개는 무조건 마당있는 집에서 키워야 된다고 생각) 그동안 전혀 개를 키울 생각을 못했습니다.
분명한건, 지금은 개빠다 어쩐다 하지만 최시원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세나개 열풍으로 세상에 나쁜 개는 없으며, 자기 맘에 안들어서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건 어쨌건 간에 개를 심하게 훈육하는 놈은 시대에 뒤떨어진 상등신 취급을 받는게 사회 분위기였죠.
그래서 저도 호기심에 세나개 프로그램을 수십화에 걸쳐 vod로 시청한 결과 방송이라 어느정도 포장된 것도 있겠지만 강형욱씨가 가이드하는 내용이 산책 자주 시키고 교육 올바르게 시키면 된다, 레파토리가 몇가지 없더군요. 심지어 개를 마당에 묶어두면 문제견이 되고 예민해지고 공격적이게 변하니 집안에서 키우라고 합니다.
그런 내용을 수십화를 보게되니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덜컥 충청도까지 달려가 보더콜리 암컷 새끼를 데려왔습니다.
처음에 데려오니 진짜 말썽꾸러기가 따로 없더군요.
이것저것 다 물어대는데 특히 발목을 집중 공격당하고, 손으로 만지면 손도 다 물어버리고 바짓자락도 물고 하여튼 다 물더군요.
이런 내용은 세나개에 나온적이 없었는데..
주변에 물어봐도 좀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 뿐..
알고보니 이건 입질이라는 행동이고, 원래는 형제견들이나 부모를 물었을 때 상대방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가게되는데 이때 물면 안된다는 점을 배운다고 하더군요. 구글링까지 해서 정보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놈을 생후 30일에 데려오느라 그런 교육이 전혀 안돼있었던 겁니다. 보통 2달을 채우고 데려오는게 좋다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이걸 부모나 형제견 대신 가르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재밌는게, 부모 혹은 형제견과 동일하게 행동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강아지가 물면, 아아악!!! 하면서 비명을 지르고 외면해버리는 겁니다. 한마디로 삐진척을 하는거죠.
신기하게 한달을 내리 물던 놈이, 이 교육 단 세번만에 입질이 완전히 끊기더군요.
그 뒤로 가끔 장난치면서 입을 벌린 적은 있지만, 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마 최시원네 개가 자주 사람을 물었다는데, 이 훈련이 안돼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개는 손도 없고 말도 못하기 때문에 코와 입으로 하는 행동이 두뇌에 가장 큰 자극이 되는거죠. 이건 선천적인 행동이므로 교육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배변은 집에 오자마자 완벽하게 가렸고
앉아 엎드려 기다려 손 돌아 하우스 같은 기본적인 훈련은 두어번 하면 다 익히더군요.
심지어 화장실로 가서 기다려 같은 자연어 처리 능력도 갖췄습니다.
개를 키우기 전에는 개가 본능적으로 지 멋대로만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인간 친화적이더군요.
집에 오면 사람한테 앵겨서 쓰다듬어달라고 손에다 지 머리를 들이밀고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거의 뭐 사람 없이는 살 수가 없을듯이 말이죠.
개를 키워보니 무개념 견주들도 있지만 개념 견주들도 많이 만납니다.
개도 생물인데 집안에만 가둬두면 세상물정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개들이 덩치가 커지면 길에서 다른 개나 사람에게 겁을 먹고 그게 방어본능으로 표출이 돼 공격적으로 변하게 되죠.
따라서 강아지때 사회화 과정이 중요한데, 개념 견주분들은 길에서 산책중인 아기 강아지들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 개와 시간을 잠깐이라도 보내도록 해 줍니다.
저희 개도 그런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사회화를 많이 시켜주긴 했는데 원체 겁이 많아서 다른 개들한테는 잘 가지 않고 보더콜리 특성상 다른 개에게는 대체로 무관심하다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사람은 아주 미친듯이 좋아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꼬리빠지게 흔들면서 달려드는게 너무 싫어서 강아지때부터 거의 죽일듯이 혼을 내서 이제는 절대 달려들지는 않는데, 혹여 누가 와서 만져주기라도 하면 마치 졸도할듯이 좋아서 뒹굴뒹굴 난리도 아닙니다.
집에 친척이나 다른사람이 놀러오면 거의 뭐 클럽 파티가 따로 없습니다 ㄷㄷ
동네 산책로가 좁아서 사람이 몇명 지나가면 거리가 지척인데 한번은 어떤 40대 부부가 지나가니 저희 개가(아직 어린 강아지였지만) 너무 좋아서 흥분한 나머지 막 달려들려는 걸 황급하게 깨갱거릴 정도로 발로 차서 막은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게 두어달 전인데 되려 그분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동물학대범 보듯..ㅠㅠ 와이프도 옆에서 글썽거리고요.
근데 전 해야 할 행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 지금은 함부로 사람이나 자전거에 뛰어들지 않는거죠.
아무튼 개를 제가 직접 키워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간 친화적인 동물이란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교육으로 충분히 더 나은 공존이 가능합니다.
개를 키우려면 정말 큰 각오를 해야하고
책임도 많이 따르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더군요.
개는 야생동물이 아니고 인류와 함께 발전한 종이기 때문에 야생성은 약하지만, 그 견종이 탄생한 배경 등으로 인한 타고난 특성이 분명히 있겠죠. 핏불이나 도사견을 아무렇게나 키운다면 아마 큰일이 날 겁니다.
최시원 사건이 있기 한참 전에도 스르륵에 댓글을 달았던 내용이,
개는 개지 사람이 아닙니다. 일부 애견인들은 사랑과 정성으로 개를 무한사랑하면 그게 잘하는거라고 생각하던데 그런경우가 오히려 문제견을 만들더군요.
사람새끼도 오냐오냐만 하면 엇나가기 십상인데 개를 그렇게 키우면 백퍼 문제견이 된다고 봅니다.
부모견들이 자녀견을 혼낼때 피지컬로 제압하듯이 애견들도 어느정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한테 말로만 안돼 하지마 하는건 어느정도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로만 하는건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겁니다.
어떤 애견 사이트에도 개를 패서 교육시키라고 가르치는 곳은 없습니다. 근데 과연 진짜 정 안될때는 그냥 놔두는게 최선일까요? 예를들어 집에서 밥주는데 밥그릇 근처에 가니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이걸 그냥 냅두는건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저는 빗자루질을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그러던 놈이 밥그릇 근처에 가니 으르렁거리더군요.
빗자루로 툭툭 건드렸습니다. 빗자루를 공격하더군요. 한대 정말 아프게 팼습니다. 오줌 지릴 정도로요.
이걸 그냥 두면 사태가 심각해지거든요. 빗자루를 물었더니 피하네? 사람도 물어야지 하겠죠. 패는게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이게 제가 이놈과 우리 가족과 쭉 함께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는 정석대로 밥먹을때 가까이 가서 살짝 긴장했을때 오히려 간식을 던져주는 방법으로 교육을 반복했습니다.
+로 튀면 -로 밟아주고 -로 삐대면 +로 당근책을 주는 거죠.
폰으로 쓰다보니 무슨소리를 하고있는건지 저도 정리가 안되는데
어쨌든 개가 교육이 전혀 안된다는 댓글들도 있고
증오와 경멸로 게시판이 카오스인것 같아
조금이나마 개를 키우는 상황이 어떤거구나
초보견주로서, 그리고 어떻게 하다보니 지금까지는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견주로서
후기 아닌 후기를 남겨 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개를 매일 1회 산책시키고 있으며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있는 경우 탑승하지 않고 보냅니다.
배변봉투와 간식주머니는 항상 지참하고
개한테는 가슴줄이 좋다는데 직접 해보니 개한테 좋은게 정답은 아니더라구요. 지 가고싶은데로만 가고싶어해서 목줄로 바꿔 아주 터프하게 길거리 예절 교육시키며 다닙니다. 개가 좀 아프더라도, 사람이 불편하면 공존 자체가 힘들어지니 어쩔 수 없습니다.
보행자 걷는 길로는 되도록 못다니게 하고 풀숲으로만 걸으며 자전거나 보행자가 오면 자동으로 엎드려 기다립니다.
저희집 보더콜리가 다른 개체들보다 상당히 작아서 비글정도 크기라 입마개는 안하고 다녔는데, 어차피 사람들 있는곳엔 거의 가지도 않지만, 이제는 입마개도 할려고 합니다.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개를 안키우시는 분들보다 무개념 견주들이 더 미워지는 요즘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개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건 사회화교육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인데
지자체에서 개운동장같은걸 충분히 만들어줬음 합니다.
댓글
  • 게랑게랑 2017/10/25 20:08

    세금으로요? 농담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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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15

    님은 좀 그냥 지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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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랑게랑 2017/10/25 20:16

    싫어요 우리개는 안그런다는 글 보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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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도르2 2017/10/25 20:09

    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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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핏차퐁 2017/10/25 20:10

    강아지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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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먹는호랭이 2017/10/25 20:10

    우리 아이들 뛰어놀 공간도 부족한게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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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15

    애들 뛰어놀 공간도 부족하지만 개들 뛰어놀 공간은 아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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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ii 2017/10/25 20:11

    사람 복지도 제대로 안되는데 뭔 지자체 운운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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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14

    뉴욕 맨해튼에는 개운동장이 29개 뉴욕주에 100개 이상입니다.
    반려동물 문화도 복지의 일종입니다.
    흡연구역 없이 전면 금연구역 지정하고 길빵한다고 뭐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저도 며칠 전까지 동탄에 개공원 생기는데 반발이 심하다길래 저같아도 반대할거라고 얘기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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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ii 2017/10/25 20:17

    여긴 뉴욕이 아닙니다
    그만큼 부자나라도 아니구요
    우리나라 복지 수준도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 애완동물까지 챙기면서 진행요??
    현실에 맞는 말씀을 하셔야지
    지금 625유공자분들 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함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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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랑게랑 2017/10/25 20:17

    거긴 한국 하고는 반대로 개 주인들이 개매너 잘 지키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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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18

    625 유공자분들 문제 심각하죠
    근데 그렇게따지면 제일 중요한거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다 필요 없는게 되나요?
    그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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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19

    네 누구든 님보다는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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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랑게랑 2017/10/25 20:19

    그럼요 전 아예 개를 키우질 않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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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체적난국 2017/10/25 20:20

    애견협회의 입지가 커지고,
    그들이 권리와 의무를 다 한다면,
    정당한 주장이라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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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20

    문장 이해력이..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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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ii 2017/10/25 20:20

    언젠간 되겠져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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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21

    네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람마다 생각은 다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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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랑게랑 2017/10/25 20:22

    어차피 자게에서 뭘 기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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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체적난국 2017/10/25 20:23

    사실 지자체 별로 제대로 관리도 안되고,
    사용하는 사람들 얼마 있지도 않는 게이트 볼장,체육관
    동네 공원들 비일비재하지만,
    수백만 애견인을 위한 애견 공원이 없는것도 신기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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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23

    뭘 기대하든 그 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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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랑게랑 2017/10/25 20:24

    그러게요 개 주인들 마인드도 늘 기대 그 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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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26

    위에 시리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우리나라가 아주 뭐 미국만큼 잘사는 나라도 아니고 복에 겨운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제가 불과 며칠만에 개공원이 꼭 필요할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게
    이렇게 개 자체를 경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착화된다면 부작용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하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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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27

    뭐 아주 호화롭게 애견인들을 위한 뭘 만들어달라고한다면 웃긴 생각이겠지만요.
    동탄신도시에 애견공원? 저도 듣고 의아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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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필 2017/10/25 20:12

    3줄요약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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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hexa 2017/10/25 20:12

    님 깉은 분들이 평균이면 아무일 안 일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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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험프리박 2017/10/25 20:13

    참 좋은 글인데...
    길어서 안 보는 듯..
    어쨌든...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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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MW 2017/10/25 20:1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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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우 2017/10/25 20:15

    자기 환경에 맞추어서 반려동물을 선택해야지 안그러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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