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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마개는 사실 '견주'를 위한거 같아요.

 

1. 저는 약 40키로 저먼셰퍼드 믹스 녀석을 키웁니다.
 
보호소에 오래 있던 녀석인데 봉사하면서 눈여겨보다가 심사숙고 끝에 데려온지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덩치도 매우 크고 털도 까매서 저한텐 순하고 착한 녀석이지만 남들에겐 위협적으로 보인다는걸 압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양자가 9개월 넘도록 나타나지 않아 곧 안락사 될 개들 리스트에 올라있던 녀석이기도 했죠.
 
 

2. 처음엔 입마개를 채우지 않았습니다. 아주 작은 소형견이랑 같이 사는데 입질 한번 없이 잘 지냈으니까요.
 
그런데 데려온지 얼마지나지 않아 잠시 방문한 남자 어른에게 으르렁거리는 걸 본 후 주저없이 입마개를 샀습니다.
 
그 후론 밖에 아주 잠깐 오줌 산책 하러 나갈때도 꼭 착용합니다.
 
 

3. 영향이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입마개 착용 후 산책이 좀 편해졌습니다.
 
보호소 케이지에 갇혀있던 기간이 길어 밖에 나가면 줄을 당기고 저를 앞서 나가려는 버릇이 좀 있었는데
 
입마개를 착용하니 눈에 띄게 '얌전'하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4. 벼룩이 들끓어 얼마전 병원엘 데려갔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시던 의사샘이 왜 입마개를 했느냐 물으시더라구요.
 
주인인 우리에겐 얌전하니 상관없지만 혹시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늘 착용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진료 보실때 편하게 보셨으면 해서 착용하고 왔다고 하니
 
친절하게 웃음기를 띄던 의사샘께서 갑자기 되게 진지한 의사 표정(?)으로 급 변하더니 음..하고 고개를 깊게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개를 진찰대에 올리지도 않고 직접 무릎을 꿇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저희 개를 거의 끌어 안다시피 하며 구석구석 살펴주셨어요.
 
간호 보조님께서도 편하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모습이 굉장히 고맙고 인상 깊었습니다.
 
 

5. 사실 입마개 한 후로는 견주인 제가 너무나 마음이 편합니다.
 
물론 여전히 행인이나 다른 개의 곁을 지나칠 때는 줄도 짧게 잡고 많이 신경쓰긴 하지만 없을 때와는 뭐, 비교불가입니다.
 
개가 가장 치명적으로 해를 가하는 방법을 '입마개'로 '원천 차단'하니 걱정이 없고 정말 편해요.
 
막말로 지가 다른 개에게 달겨들어 싸워봤자 그냥 뒹굴거나 발길질이나 할 것이고
 
사람에게 달겨들어봤자 물지도 못하는게 오히려 매만 얻어맞고 깨갱하겠죠.^^;

 
 
6. 입마개도 거부감이 덜한 디자인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개는 앞이 터져있고 입도 어느 정도 벌릴 수 있게 되어있는 걸 씁니다.
 
그래서 착용한 상태에서 바로 물도 마실 수 있고, 더울때 혀 쭉 빼고 체온 조절도 할 수 있어요.
 
입 크게 벌려 무는 것만 빼고는 다 할 수 있으니 전혀 거부감 없어 합니다.
 
물론 집에 오면 떼어달라고 난리지만ㅋㅋ 적어도 밖에서는 장시간 하고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네요.
 
또 이런 디자인은 보는 사람들도 덜 위압감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길가면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정말 많아요. 편하고 좋아보인다고.
 
 
입마개를 하니 남들도 편하지만 제가 오히려 더 편하더란 이야기 다시한번 드리면서
 
저희집 몽몽이 입마개한 사진 올리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뿅!
 
 
 
DSC04127.jpg

 
댓글
  • 권삼득 2017/10/24 10:34

    오 !!! 저 입마개 뭐라고 치면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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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블리가츠 2017/10/24 11:44

    사람과 개를 소중히 하시는 님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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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다렌 2017/10/24 12:08

    도구는 언제나 사람이 필요에 의해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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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살빼는즁 2017/10/24 12:13

    맞는말이에요
    저는 강아지 세마리째 키우고있는 애견인임에도 불구하고
    남의개가 작건 크건 입마개없이 밖에서 내가족을 위협하면 배를 발로차버릴거거든요.
    실제로 십년전쯤 한 아이에게 좋다고뛰어가는 개 +아이는 겁에질려부들부들 떨며도망+ 주인은 방치
    상황에서 그 개 코를 손으로후려치고 발로 머리통을 밀어서 떨궈버린적이 있었구요(주인장이 발악을했으나 주변모두 제편이되주심)
    내 소중한 개를 보호하기위해 씌운다고생각하시면 좋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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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모나 2017/10/24 12:16

    허이고 녀석 자알~ 생겼다! 입마개가 미모를 못 감추네요.
    지금 추천이 안돼서 댓글로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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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대에니킥 2017/10/24 12:33

    와 진짜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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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노루 2017/10/24 12:39

    개 무서워하는 사람 입장으로서 넘 감사합니다. 개가 참 잘생겼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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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부몽 2017/10/24 12:40

    개님 주인님 모두가 너무 젠틀하네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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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cat없어 2017/10/24 12:41

    검정마스크 같네요.
    보기에도 불편해보이지 않고 좋습니다.
    견주분의 이런 인식 격하게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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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빤냔나 2017/10/24 12:42

    넘나 잘생겼네요~
    나일론 입마개
    나중에 개키울 저를 위해서 기억해놔야겎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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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밥통 2017/10/24 12:50

    오 멋쟁이~!
    개도 멋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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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과육십원 2017/10/24 12:52

    와 무슨 패션 마스크 한 모델같은 느낌이냐.. 멋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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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잼아님 2017/10/24 12:5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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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우버드 2017/10/24 13:24

    기저귀도 채웠으면 해요.
    여기 저기 개똥에 오줌에.
    아 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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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기적전치 2017/10/24 13:28

    우왕!! 넘넘 멋지게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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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밍대댕 2017/10/24 13:31

    너무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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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ngip 2017/10/24 13:34

    이런 글에도 원초적으로 비난하는 비난종자들이 보이네요 ㅋㅋ
    사람 근본 어디 안가나 봅니다. 뭐 이럴때 쓰라고 신고기능이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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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빛그늘 2017/10/24 13:35

    산책견 패션의 완성은 입마개군요. 보기에도 안전해 보이고 개에게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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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뉘셔유 2017/10/24 13:35

    개를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입장(물린 트라우마 + 심한 알러지 + 천변 산책로 조깅중 공격당한 기억들 (+ 안물어요 등등))에서, 저상태로 목줄이면, 저처럼 개 보면 빙 둘러 피해다니는 사람도 안심하고 무심히 지나다닐만 하네요.
    멋지십니다. 그리고, 비애견인으로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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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뭬야? 2017/10/24 13:36

    멍멍이 개멋있음!!!!!!
    글쓴님 글에 엄청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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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보봉 2017/10/24 13:42

    오오! 입마개라고해서 철로된걸 생각하다가
    마지막 사진보고 감탄했습니다!
    예전에 오리입처럼 생긴 입마개를 본적있는데 훨씬 답답하지도 않고 안전해보이고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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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문세자릿수 2017/10/24 13:43

    이런 견주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입마개 디자인이 거부감도 안들고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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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silience 2017/10/24 13:45

    멋지네요 디자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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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사 2017/10/24 13:46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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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crimosa 2017/10/24 14:05

    그와중에 개잘생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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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종이땡벌 2017/10/24 14:12

    강아지가 하품할땐 불편하겠지만 냄새맡거나 타동물의 체취를 핧거나 맡을때는 크게 불편할거 같아보이진 않네요 다크나이트 라이징에서 나오는 베인이 쓰는 입마개 같은것만 봐서 그런종류만 있는줄 알았는데 저렇게 앞이 트인 입마개도 있군요 . 강형욱 훈련사 말대로 1.사회화가 안된 난폭한 강아지 2. 누가봐도 많이큰 대형견 견주 입장에선 작정자 말씀대로 저런 입마개 하게되면 견주입장에서도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겠네요 ..............................ㅁㅁㅁㅁㅁㅁ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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