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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두개, 물 두병 그리고 타르트 두개

주말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입니다. 
두시쯤 여리여리한 숙녀분이 왔습니다.
"군구고마 두개 주세요. 큰걸로요"
"오늘 아무 것도 못 먹었어요"
"오늘 시작한 지 두시간 밖에 안됐어요~^^"
썰렁한 얘길 해놓고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아차 싶었습니다. 정말 힘든 표정이었습니다'
많이 미안했습니다.    
지친 표정의 그녀가 말했습니다.
"이번 달에 바리스타 교육 끝나면 나아질거예요"
접혀진 천원짜리 세장을 받으면서 기억이 났습니다.
지난 주에도 새벽에 군고구마 2개를 사갔었던 사람이
그녀였었다는 것을. 
 
"군고구마 하나에 레몬 음료 하나 서비스 됩니다" 
"생수로 주시면 안되나요?"
"그럼 음료를 제가 마시고 생수로 두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대신에 제가 타르트 두개 드릴게요.
오늘 만든거예요. 렌지에 15초 정도 데워드시면
맛있을거예요"
"하나만 주세요"
"아녜요 두개 드세요. 맛있어요"
"고마워요. 잘먹을게요. 그리고 화이팅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생수 값을 채워넣고
타르트 한개를 데워서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목이 메였습니다.
또 하나를 데워 먹었습니다.
간신히 눈물을 참았습니다.
그냥 눈물이 나려고 하더군요,
내 딸아이 보다 어려보였던 여리여리한 숙녀분!    
이미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대에게
또 화이팅 하라고 했던 거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냥 행복하세요. 

댓글
  • 도도한고양이 2017/10/23 00:57

    휴.. 커플 생기는 줄 알고 조마조마 했네요
    근데 타르트 사진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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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쟈스민7♥7 2017/10/23 23:50

    그 타르트만큼 따뜻해요. 그린라이틉니다 라고 하려던 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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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들엄마 2017/10/23 23:52

    진짜세상에 열심히 사시는분들 너무많다
    글쓴님도 행복하시고
    손님분도 행복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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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를푼♪별 2017/10/23 23:54

    새벽을 온전히 편의점에서 보내는 그대 역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매한가지인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누군가가 또 치열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그 마음이 따뜻해서 저 역시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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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이작은아이 2017/10/24 00:04

    '이번 일만 끝나면', '이번 달만 지나면', '내년부터는' 나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버티던 사람으로서 울컥하네요.
    근데 안 나아지더라고요. 미친 척 칼물고 널뛰기를 하든 깨춤을 추든 무슨 지랄을 떨어서라도 업무분장 똑바로 금 긋고 일 떠넘기는거 쳐내야지 잡무는 절대 끝이 안 나요. 애초에 추가 고용을 해야하는데 비용 절감이랍시고 기존 인력 쥐어짜서 굴리는 구조라서, 절대 해결 안 납니다. 얼마 안 되는 직원들 월급 봉투를 절감해야할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개새들일수록 지 월급은 두둑하게 챙기더라는게 유머. (feat.보고있나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 고용해라)
    일을 통해 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업무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니라고 자각하는 순간, 그동안의 열정과 노력만큼 허탈해질텐데 참.. 야근 현자타임 와서 주저리 주저리 했네요 엉뚱한 푸념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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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듀룃체리 2017/10/24 00:19

    난무슨말인지 이해가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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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ulGuardian 2017/10/24 00:29

    사회초년생에겐 어설픈 교훈보다
    따스한 말한마디가 큰도움이되고 힘이되죠.
    멋진 어른의모습 저도 배우게되네요.
    20대청춘들. 모두 힘내시길..
    이 세상은 그대들이 있어 밝고 푸른거라는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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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hnNocker 2017/10/24 00:42

    여리여리한 손님이 바리스타 교육받느라 새벽 2시에 퇴근해서 작성자님 일하시는 편의점에서 고구마 샀고 고구마 사면 덤으로 주는 음료수를 작성자님이 마시고 대신 생수를 사줬더니 고맙다고 타르트를 여리여리한 딸같은 손님이 줘서 그걸 드시고 고생한다고 생각하셨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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