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역 작품은 소설이었습니다.
'아오키 미도로' 작가님의 '비와 동거와 여대생 아코'
우연히 픽시브에서 판매하는 걸 발견하고, 표지에 끌려서 구매해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서 확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서 트위터로 작가님께 감상 문자도 보내고,
조금 고민하다가 혹시 한국어 번역판을 제가 만들어도 괜찮을지 여쭤봤었죠.
다행히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너무나도 기뻤고
며칠 동안 표현 하나하나 고민해가면서 읽기 쉬운 글을 써나갔습니다.
이후에도 아오키 작가님의 작품 혹은 다른 소설들을 몇 번 작업했습니다.
원래 아이마스를 파던 프로듀서라 일본어 소식들을 알고
스토리를 보기 위해 더듬더듬 번역을 하고,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긴 했습니다.
그렇다쳐도 저때 홀린 듯이 작업에 몰두했던 이유는
이야기 속에서 실의에 빠져 있던 아마우 아코의 모습과 당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제 모습이 왠지 겹쳐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때의 경험이 즐겁게 남았고, 요새 많이 읽지는 못해도 원래 소설을 좋아했기에
아직도 재미있는 동인 소설을 번역하고 싶다는 마음이 쭉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긴 하지만요.
https://x.com/annzuwann/status/1713557081935221001
글 번역만 주로 하다가 만화 번역, 식질을 시작한 것은
아마우 아코를 주로 그리시는 니하이치쿠와 작가님의 이 작품입니다.
이때는 그냥 별다른 이유없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님께 정중히 부탁드려가며 OK를 받아냈었죠.
(굉장히 흔쾌히 허가해주셨습니다.)
지금 보면 폰트가 영 아니라서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원래 처음이라는 게 다 그런 거겠죠.
니하이치쿠와 작가님은 그림을 정말 부드럽고 말랑하게(로리라는 뜻 아님)
그리셔서 볼 때마다 참 귀엽다고 느끼는데요.
사실 17금부터 19금까지, 야한 것도 잘 그리시고
갈수록 채색이 느시는지라 식질 난이도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우 아코의 장갑 질감을 묘사가 정말 대단해서
어렵지만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작가님이십니다.
https://x.com/mimumiri/status/1719184919195230540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작품.
히나를 자주 그리시는 '미무미리' 작가님이 핼러윈 만화 입니다.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일상 생활에 서툴고,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운
히나의 다양한 일면들을 귀엽게 그려주시는 작가님 입니다.
요즘은 일러스트 위주로만 그리셔서
이분 만화를 작업 할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이유는
처음으로 배경음 식질을 했던 작품이기 때문이죠.
저는 포토샵이 없어서 클립스튜디오로 작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편집이나 식질 기능은 미비한 프로그램이라 고생했었습니다.
(지금도 늘 고생 중입니다.)
그럼에도 있는 실력, 없는 실력 동원해가며 열심히 해본 결과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고,
특히 회심의 말장난...1할 때 먹어바 를 남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저 말장난 번역에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렸어요.
https://x.com/tutuura_urara/status/1735247616269758713
배경 식질하면 이 작가님도 빼놓을 수 없죠.
'요구르트경' 작가님의 '네루와 우타하의 공장탈환'은 지금까지 작업물 중에서
분량은 물론 식질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작품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작년 한 해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더욱 인상이 깊네요.
제가 손글씨를 잘 못 쓰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는데
이 작업을 할 때는 배경음을 폰트로만 때울 수 없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몇 번이나 컨트롤Z를 눌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내고는 했습니다.
(위 그림의 '슈오' 글자가 그렇습니다.)
여기에 최대한 타협하지 않으려고 흑백만화의 스크린톤 효과까지 재현하려고 했고,
방법을 찾아내서 성공했을 때는 엄청 기뻤었죠.
(위 그림의 '콰아' 글자가 그렇습니다.)
이때 경험 덕분에 식질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우타하를 좋아하시고, 네루나 카스미 등 학생들의 사나운 악당 표정을 잘 그리시고,
또 배틀물을 엄청 좋아하셔서 멋진 액션으로 저를 괴롭혀주시는 작가님이십니다.
한 번은 제 작업물이 신기하셨는지 배경 글자를 어떻게 식질하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냥 일일이 다 지우고 새로 그리는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놀라시면서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셔서 정말로 기뻤습니다.
취향이 잘 맞는 것 같아서 많이 친해진 작가님 중 한 분 입니다.
https://x.com/BinDonKan/status/1839686013808951410
배틀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으로는 'BinDonKan' 작가님이 계시죠.
저 이미지 작품은 배틀물은 아니지만... ㅎ
최근에 커뮤에서 엄청 인기 있는 분이시죠.
지인 분이 단톡방에 가져오신 츠바키와 이오리 만화를 보고 재밌어서
바로 번역 허가를 받으러 메일을 보냈던 분이십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어려운 작업물만 만드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대신 어려운 만큼 퀄리티가 높고,
완성하면 스스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주십니다.
https://x.com/kakapomilk/status/1847807266172653639
왜냐하면 이 분은 매일 거의 2장씩 꾸준하게 만화를 올리시기 때문이죠.
저 부지런함이 정말로, 정말로 존경스러운 분이십니다.
개그 만화를 그리시는 만큼 패러디를 많이 쓰시고 (특히 음몽밈)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점점 실력이 늘어나시는 게 보이는 분이라
갈수록 식질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는 감상을 받게 해주세요.
제가 번역을 올릴 때마다 '번역 고마워요!' 라고 해주시기도 하셔서
매번 감사드리고 있는 만큼 적어도 세이아 실장할 때까지는 이 분 작품을 번역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https://x.com/fantomyu/status/1836442424685793504
젠틀한 수염 선생과 날아다니느 히나 헤일로로 유명하신 '판토뮤' 작가님이십니다.
러프하면서도 독특한 그림체에 은근히 정신나간 내용,
블루아카 스토리에 대한 여러 고찰과 히나에 대한 애정이 제 맘에 쏙 드시는 분이시죠.
그러면서도 작업물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은근히 저를 고생시키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작가님은... 만화를 올리시고 이게 단편인지, 후에 속편이 나올 것인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으세요!
지금 올린 게 완결인가 아닌가... 이전 만화랑 이어지는가 안 이어지는가...
오로지 제 눈치로 때려맞춰야 합니다.
그래도 만화가 재밌기 때문일까요.
사적인 대화는 거의 안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 혼자 내적 친밀감이 높은 작가님이십니다.
아직도 더 많은 작가님들께 늘 신세를 지고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사실 이제 겨우 1년, 그러면서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족감도 느끼는 만큼 요즘은 고충도 많이 생겼어요.
열심히 번역했는데 반응이 없다거나, 다른 사람이 퍼간 게시물이 더 추천을 많이 받는다거나,
작품 퍼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작가님 출처없이 퍼가면 실망스럽기도 하고,
요즘은 일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서 이제 그만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얼렁뚱땅 1년이나 지나버렸고 이제는 안 하면 허전하기 때문에
아직은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늘 부족한 제 번역물을 봐주시고, 추천 눌러주시고,
때로는 고맙다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번역물 퍼가시는 건 상관없는데, 부디 작가님들 출처만은 지켜주세요.
또한 이런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해준 블루 아카이브에도 감사를...
이제 시작하는 일섭 블루아카 방송 재밌게 보시고
주말 마지막 편안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기왕 썼는데 이 글이 묻히지는 않기를.
시시로 보탄
2024/10/20 19:03
항상 번역 잘 보고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방송 타이밍에 올려서 묻힐거같은데
묻지말아줘요
2024/10/20 19:04
인게임 정보는 좀 기다려야하니 지금은 괜찮지
미사키@
2024/10/20 19:03
다행히 라이브 시작 직전이라 묻히지 않을 수 있을 것
컨텐츠 수입해오는 귀한 인재는 추천이야
키사라기_치하야
2024/10/20 19:03
장문추
Esper Q.LEE
2024/10/20 19:03
크흑... 번역으로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게헨나님 흑흑
우유팩
2024/10/20 19:03
핫산추
와라챠
2024/10/20 19:04
수입업자 추
Yrel
2024/10/20 19:04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념갈비찜
2024/10/20 19:04
https://bbs.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3322745?m=all&t=now&page=1
이거 쓰신분이죠? 한글날에 덕분에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놀기일등
2024/10/20 19:05
언제나 신세지고있슴다!
아알호메프
2024/10/20 19:05
번역 잘 보고 있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