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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을 보다.(feat 명박이)

김훈의 남한산성을 다시 꺼내 읽고 영화를 보았다.
훌륭했다.


최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로튼토마토가 영화계를 망친다는 말을 공감하게 된다.
댓글을 보니 지루하다는 말들이 많다.
약간은 지루하다. 사실. 아니 정확한 워딩은 답답하다가 맞다.

적이 코앞인데 쇼미더 머니 버금가는 디스 배틀하고 있으니 답답해 죽을 것 같다.
그런데 지루해. 노잼이라고 툭 싸지르면서 보는 댓글러들은 원작은 봤는지 모르겠다(대다수가 안 봤을 거라는거에 내 전재산 300원 건다). 걔들중에는 마틴 스콜세지가 축구 선수 이름인가? 하는 애들도 있을 거라 본다.
김훈의 원작은 훨씬 더 답답하고 지루하고 개탄스러운데(역사상 최대의 병크왕 인조 선조 클라스) 그들은 오크족과 성에서 짱박혀 싸우는 반지의 제왕정도를 기대했나 보다(제찰사로 나오는 흰수염 아저씨-송영창-는 간달프랑 약간 닮긴 했다. 하는 짓은 완전 반대지만).
원래 전쟁은 마더 빠더 뻑커 하면서 닥돌하는 FPS가 아니다. 그러니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난 치열한지 담담히 그려내는게 지루한가 보다 그들은. 


영화는 원작을 헤지치 않는 선에서 신파, 로맨스, 국뽕을 잘 걷어내고 주린 배를 채우는 병사들의 허연 말고기국만큼이나 적절하고 말끔했다(일부 댓글에 덩케르크와 비교하여 덩한산성이라고도 하던데 살짝 동의한다)


연기는 훌륭했다. 사적으로 어쨌든 이병헌은 우리나라의 보물과 같은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다(배우가 사적으로도 깨끗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그럼 성직의 길을 걸어야지.)


영화보는 내내 사드를 미리 미국에 조공처럼 갔다 바쳐 중국과의 협상카드를 던져버리고 외교를 말아먹은 전 정부 김관진이랑, 그런게 뭔지도 머리고 머리나 말고 있었을 박그네랑, 그 이전에 온 나라를 빨갱이 종북 몰이로 몰아서 윗동네 이모부 없는 애가 핵가지고 노는 데 대화도 못하게 만든 미키마우스 명박이가 생각났다.(미키 만큼이나 깜찍한 자식. 꼼꼼하게도 많이 해쳐드셨더라. 귀여워 죽겠어. 죽여버릴까?)


마지막으로, 외교를 좆같이 하면 어떻게 되는지, 통치자의 현실감과 당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멀리갈것도 없이 몇백년전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게 선구안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주신 존경하는 김훈 작가님과 황감독께 경의를.


ps)그 때랑 지금이랑 똑같다. 외교적 상황은. 그만 안보좀 팔고 정신좀 차려라 자한당 놈들아. 우리끼리 싸울때가 아냐 임마들아. 하긴 네들은 친일 이전의 역사에는 관심이 없겠지?

댓글
  • moovii 2017/10/13 11:59

    공감가는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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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_Reader 2017/10/13 15:20

    아 이거네요!! 답답함!!!
    지리멸렬하고 지루하기 짝이없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추위속에 전쟁을 맞닥들여야만 하는 답답함...
    지루함 속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기대 안했는데 진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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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능력시험 2017/10/15 11:52

    스콜세지 감독의 발언은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의 경우에서 드러나는 영화가 점수로서 결정지어지는 소모적인 문화로 전락해버린 것에 대한 비판이죠.
    로튼 토마토 자체가 평론가들 만이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남한산성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것과 스콜세지 감독의 발언은 큰 연관은 없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남한산성에 대한 평론가들 점수는 굉장히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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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あかねちゃん 2017/10/15 12:08

    병자호란에 대해서 좀 찾아 보니 우리가 알던 상식이랑은 좀 다른 부분이 많더라고요. 근데도 결론만 따지든 과정을 따지든 그냥 인조가 b신 그것도 상b신.
    일단 병자호란만 보더라도 광해가 되었든 인조가 되었든 일어 날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이죠. 자체적인 생산력도 없으면서 급속도로 커진 후금이 벌인 도박수가 병자호란인데, 버티기만 하면 이기는 전쟁이었음에도 변수가 너무 많아 광해가 계속 집권 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전쟁이었죠.
    임진왜란 부터 병자호란까지 선조, 광해, 인조 이 세 임금의 집권기가 시사하는 가장 큰 교훈은 누가 정치를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대국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넓으냐가 문제죠. 이 문제만 따지면 저 세 임금과 신하들 중 그 누구도 잘났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죠.
    망해 가는 나라라도 남아 있는 이권 빨아 먹겠다며 제 모가지에 칼 들어 오는 줄 모르고 아귀다툼 벌였던 게 당시 시대상이었죠. 물론 마지막에 자기 모가지 내놓은 사람은 썩 드물었지만요.
    다만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의 원숭환 장군 이 두 사람의 업적은 역사 시대에 신화를 썼다고 봐도 될 정도의 초인들이죠. 하지만 그 초인들의 업적을 재생산 해 낼 시스템이란 현대에서도 불가능한 것이고 더군다나 망해 가는 혼란한 국가가 해 낸다는 거야 말로 신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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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평통보 2017/10/15 12:42

    전 역사고증을 넘 훌륭하게 해서 감탄하기 바빴는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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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멍이아저씨 2017/10/15 13:42

    꼬릿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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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들을까 2017/10/15 18:52

    저는 사극싫어함+이병헌싫어함 (그사건때문이 아니고 원래) 인데 김훈작품들을 좋아했고 엄마가 보고싶어하셔서 별 기대안하고봤는데..
    진짜 세상에 어쩜그렇게 그 끝도없이 이어지는 문체들을 잘 표현했는지.. 안좋아하는 이병헌연기에도 감탄하며 너무 감동적이게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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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mc3 2017/10/15 19:04

    인조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레알.... 조선이 장기전으로 가면 훨씬 유리했음. 조선이 그렇게 약했냐 그렇지도 않음. 조선군이 저격해서 청태종 사위가 총맞아 죽음. 그리고 승전한 전투도 많음. 조선이 왜 그렇게 졌냐 1. 인사실패. 김자점 김경징으로 이어지는 삽질. 최대 실패. 만약 김자점이 후방에서 뭐라도 했으면 인조는 훨씬 더 나은 조건에서 조약을 체결했을 거임. 근데 김자점이 최정예군 2만으로 아무것도 안함. 영화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음. 2. 두번째 창고를 바깥에서 지음. 뭔 병신지랄이야.... 전쟁 터질거를 예상에서 성내부에 쌀을 두었는데 민폐라고 바깥에 두고 청나라군대가 쌀 창고를 점령함.... 뭐야 이건..... 영화에서 홍이포의 위력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천자총통으로 저격에서 홍이포 부순 기록도 있고....
    조선이 패전한건 1. 왕이 도망을 못감 2. 쌀 창고를 성 안에 지어야 하는데 성바깥에 있음. 3. 왕이 임명한 도원수 김자점이 병력을 안움직임. 4. 김경징이 너무 태만하게 굴어 강화도를 점령당함. 그래서 왕실인사들이 사로잡힘. 이요인을 보면 왕이 인사만 잘했더라도 더 유리한 조건에서 조약을 맺거나 아니면 적어도 삼전도의 굴욕은 면할수도 있었음. 그러나 그게 안되는 이유가 왕이 도망을 못가고 먹을게 없음.
    지금도 마찬가지임. 지금도 똥별들이 넘쳐나고 방산비리 엄청나지 않음? 전쟁나면 포가 안터지고 멀쩡한 헬기가 떨어지면 뭘로 싸울거야 ? 역사라는게 반복되어서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는 방산비리가 엄청나서 포를 쏘면 모래가 나가거나 콩이 나감 그게 뭐임? 방산비리가 엄청난거임. 마치 병자호란의 조선을 보는 듯 했음. 외부적인 조건은 훨씬 좋았음. 겨울이고 견벽청야하고 먹을거 남한산성으로 넣고 방한장비만 충분히 갖추고 남이흥이나 임경업같은 이가 후방을 교란하면서 시간만 벌어줬더라도 삼전도의 굴욕은 막을수가 있었을 거임. 적어도 병자호란의 조건보다 더 나은 조건을 받을수도 있었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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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시대 2017/10/15 20:05

    제게 남한산성은 고구마 만개 이상 먹은것 같은 기분들게 할 책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답답하고 참담했어요.
    감히 영화 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ㅠㅠ
    작성자님 글을 읽고 한번 봐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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