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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혼자 되신 엄마를 어떻게 돌봐드려야 할까요

회원님들 모두 연휴 잘 쉬셨나요?

저는 조금 긴 사연이 될거 같아요. 

9월 23일에 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셔서 장례 치르고 가족들과 추모하면서 보냈습니다.
2주가 지난 지금도 아침에 눈뜨면 모든게 꿈같아요.
어젠 아버지가 첨으로 꿈에 나오셨네요.  얼굴은 희미한데 그냥..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이번에 긴 추석연휴라 아버지랑 엄마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셨는데 2주일전부터 설레신다며 이것저것 (낚시도 하고 한라산 등산도 하고..)필요한 물건들 산다고 오후 2시쯤 경동시장(평소에도 굉장히 복잡한 곳인데 명절앞두고 더 붐볐겠죠)을 다녀오시다가 시내버스에 치어서...
사고영상을 보니 짧은 건널목이라 신호등도 없고 자전거를 타신 채로 가다가 버스가 우회전을 하면서 치었더라구요. 
버스기사는 50대쯤된 초보였어요.  퇴직하고 버스운전 한지는 1년된... 
아버지도 좌우를 천천히 살피지 않은 잘못이 있고 운전사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방주시를 태만했던 잘못이 있는데 사망사고라 버스회사에선 벌써 퇴사시키고 손떼고 운전사는 우리에게 선처를 바라는 상황입니다.
친지가 소개해준 손해사정인에게 일단 해결은 맡겨놓은 상태인데 우리가족은 형사처벌까지 바라지는 않고요.
보상은 100%까진 힘들거같고 (아버지가 자전거를 안타고 걸어서 건너는 상황이면 100%인거죠?)...
버스가 아버지를 친 상태로 10미터쯤을 그대로 밀고 가다가 멈추더라구요.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서 출혈도 심했고 119가 왔을때 의식이 거의 없으셨대요.
가까운 한양대학병원에서 응급처치하고 수술 들어가려고 심전도같은 검사하던 도중에 심정지가 와서 그대로 손도 못써보고 사망하셨습니다.

전 판교집에서 3시에 새언니의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전화받고 머리가 멍 했어요.
무슨 거짓말이냐했죠.  지금 빨리 한양대병원으로 오라는데 손발에 힘이 없어서 그냥 주저앉아있었어요.
하필 이날(토요일) 남편 혼자 벌초하러 시댁에 간 상태였는데 남편도 연락받고 시댁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시 차 돌려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남편 오기 기다리다가 5시 넘어서야 겨우 만나서 병원으로 가는데 차는 막히고..;;
병원 장례식장 도착하니 7시.
엄마 혼자 빈소에 앉아 계시더라구요. ㅠㅠ (오빠랑 새언니는 사고수습 때문에 경찰서 왔다갔다 정신없고)
그때서야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아버지 영정사진도 블로그 프로필사진으로 10년전에 제가 만들어드렸던걸로 급하게 쓰게 될줄이야...

엄마가 예전에 해두셨던 상조회사를 통해 3일장 치르는데.. 울고 피곤하고 정신없고 정말.... 힘들더군요.
첫날은 아주 가까운 친지와 아버지 지인분들 먼저 오시고...  난생 처음 상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이하니 조금씩 현실인가 싶었어요.
온가족이 식사도 먹는둥 마는둥, 잠도 거의 못잔거 같아요. 
둘째날에서야 아침부터 친지들과 각종 아버지 지인들, 제자들.. 오빠 친구들 등등 문상객들과 인사하면서 하루가 다 갔습니다.
처음보는 제자분들이 슬프게 우시는걸 보니 참 고맙더라구요.  우리 아버지 참 사랑 많이 주고 받고 가시는구나..
엄마.. 엄마를 챙겨야하는데 식사를 통 안하십니다. 저도 덩달아 밥이 안넘어갔어요.
얼마나 하루종일 울고 또 울었는지... 
오후에 아버지 입관식할때 겨우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데 정말...
한쪽 눈에 멍자국은 있으셨지만 다행히도 편하게 웃으며 누워계신듯 보였어요.
손을 만져보는데 너무 차서 또 눈물이 나고..
그래도 수의 예쁜거 입혀드리고 관속에 꽃도 가득 채워드리고..
밤이 되서야 허기가 져서 밥 몇숟갈 먹고 고맙게 밤새 같이 있어주신 친지와 오빠친구 덕에 한숨 자고
셋째날 발인이 새벽 5시에 전북에 있는 가족선산으로 출발.
아버지 덕에 링컨 리무진을 타보네요. 
가는 내내 제가 일부러 엄마한테 말을 많이 걸었어요. 기운 차리시라구. 
3시간은 걸린거 같아요.  전라도...너무 멀어요...

아빠를 땅에 묻고 또 한참을 엄마랑 부둥켜안고 울었는데 난생 처음 오빠도 울고 새언니도 울고 남편도 울고...
정말 눈물이 끝도 없이 나더군요.
음식 놓고 절을 하고 친지들과 그걸 나눠먹고 감사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올라오니 어둑어둑한 밤.
아빠. 안녕!
신기하게도 더는 눈물이 안났어요.
이제 현실이니까.

엄마집에서 그렇게 연휴끝날때까지 같이 지내면서 처음으로 엄마가 아무것도 안하셔서 제가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면서 더 빨리 현실로 돌아온거 같네요. 
이와중에 추석 전날 엄마가 내등을 떠미셨어요.  얼릉 준비해서 시댁 내려가라고...
남편이 "큰누나가 와있대요. 이번 추석은 제사 안지내기로 했으니까 여기 있을게요." 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엄마가 맘을 놓으세요.

아빠 덕(?)에 결혼 10년만에 처음으로 명절에 시댁을 패스하네요. 
(그런데 조만간 가봐야해요. 시어머니가 추석때 팔이 골절되서 입원하셨다네요 ㅜㅜ)


혼자 지내기엔 큰 집에 남겨진 엄마가 너무 걱정되고 신경쓰입니다. 
그동안은 아버지랑 엄마가 워낙 잘 지내시니까 편했어요. 
딸인데도 제가 살뜰하게 엄마를 챙기질 못했죠..  엄마는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 라고.. 
이제야 숙제처럼 제 앞에 현실로 남겨졌네요. 
그동안은 가족의 사망이 남의 일로만 여겨졌고 그 상실감이란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 감정이었는데..
이렇게 저도 40년만에 겪게 되나봅니다. 
안그래도 저 아팠던 이후에 엄마 볼살이 쑥 빠졌는데 이제 아빠마저 떠나시니까 몇년은 확 늙으신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우리 가족의 불운을 모두 끌어 안고 대신 세상을 떠나신건 아닐까? 

처음에 엄마가 욕실에서 미끄러져서 팔이 부러지고 (몇달 깁스했지만 다행히 머리 안다친게 어디냐며..)
몇주뒤에 내가 바이러스 감염되서 죽다 살아나고..
동시에 남편도 암수술하고..
오빠가 출장다녀오다가 접촉사고가 났는데 앞좌석 옆을 들이받아서 차가 거의 반파되는 큰사고;; (그런데 기적적으로 오빠는 찰과상만.. 다행히 새언니랑 조카는 사고나기 몇시간전에 다른 볼일보러 차에서 내린 상태..)


아직 해지하지 못한 아버지 전화기, 20년 애지중지 타시던 차도 처분해야하고.. 유작이 된 그림,서예 작품들도 막상 소장하려니 집에는 몇점 없더라구요.

저희 아버지 블로그인데 관리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유작으로 계속 남겨두고 싶네요.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엄마랑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이틀뒤에야 보시고 답톡이 왔죠.
"사랑하는 아빠딸 사랑해."
 
사고나기 며칠전에 아버지 생신이라 가족모임 갖고나서 나눈 카톡대화가 마지막이 되었어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둔것이 다행이고.. 
그래도 노년에는 제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셨다네요. 
제 기억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행복한, 웃는 얼굴이던 모습이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안녕..!!



댓글
  • ZmRmZ 2017/10/10 16:22

    아직 한창 슬픔에 잠겨있으시겠어요... 저같으면 아직은 엄마옆에서 지켜봐드릴거같아요... 엄마도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정리하실 시간이 필요할거같아요..  가까운 조용한곳에 모셔가서 너무 괜찮은것처럼 유난떨지않고 차분히많은 대화를 해드릴거같네요... 제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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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잠만보 2017/10/10 17: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머니께서도 스스로 감당하실 부분이 있고
    위로드릴 부분도 있겠죠.
    자주 안부전화드리고 찾아뵙는거 외에 뭐가 더 있겠어요.
    글쓴님의 따뜻한 마음 자체가 위로가 되실 겁니다.
    이럴때 보면 우리가 얼마나 삶을 낭비하는지,
    또 주위에 항상 계시는 고마운 분들이 은혜를
    모르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아버님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어머니도 많이 위로해드리시고요...
    저는 글쓴님을 위로해 드립니다.
    힘내세요. 살아가는건 남겨진 사람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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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마인드가입 2017/10/10 20:06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님은 일적으로나 가정으로나 일구신 게 많으신 거 같습니다. 맘편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에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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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파육 2017/10/10 23:33

    읽는 제가 눈물이 나는데 글쓴님과 어머니 가족분들은 어쩌실지....ㅠ 어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좋은 곳으로 가셨을겁니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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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29oZ 2017/10/10 23:53

    상실감은 정말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죠...
    어머니 혼자 두지 마시고, 가급적이면 자주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새로운 것도 함께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생각이 자주 나서 집에 자주 계시면 더 힘들어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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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데이지 2017/10/10 23:53

    우선 글쓴이님도 힘내시고요..
    어머니와 많은 대화 나눠보면서 아버지를 좋은 기억으로 보내드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으로 가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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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요아주매미 2017/10/10 23:54

    좋은 아버지 남편이셨네요 너무나 안타깝고 평안한 곳으로 가셨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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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글이☆ 2017/10/11 00:0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먹먹하고 눈물이나네요 ..
    작성자님도 가족분들도 어서 기운차리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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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오렌지 2017/10/11 00:17

    글은 담담하고 깔끔하게 쓰셨는데도
    읽는 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제자들이 있었기에
    아버님 인생은 아름다우셨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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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가오늘 2017/10/11 00:20

    블로그 들어가봤어요. 아버님 참 인상이 너무나 좋으시네요.
    사랑주고 또 받으며 산 선한 이의 얼굴이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가족분들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니 너무 맘이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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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나나맛손톱 2017/10/11 00:2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글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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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토 2017/10/11 00:21

    어머님 걱정만 마시고 본인도 많이 돌보시면서 지내길 빌어요.. 그 상황에서 누구 한 사람 안 아픈 사람은 없으니까요..
    서로 보듬고 지내다 보면 없어지진 않아도 조금씩 아픔이 옅어질 거에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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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manian 2017/10/11 00:2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자꾸 나네요..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삼촌들은 돌아가시고 숙모들 보면 첨에는 힘드신거 같아도 다 살아가시더라고요... 힘내시고 어머니도 기운 차리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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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거오빠 2017/10/11 00:24

    아버님께서평안하시길...가족분들은 아픔이 덜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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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테카 2017/10/11 00:24

    밖으로 나가셔야해요
    나가서 바쁘게 일하시고
    취미생활도 하셔야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같이 살지
    않는다면 수시로 전화나
    만남을 가지셔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힘든일이 또 생기더군요
    후회로 가득한 저의 경험으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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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GxrZ 2017/10/11 00:27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1.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후 확 늙습니다..매년 찍은 사진 비교해보니 상치르고 급속도로 나이가 드신 것 같아요.
    2. 저는 상 치르고 1년 동안 주말에 약속을 잡지 못했어요. 영화보기, 공연보기, 축제 찾아다니기, 국내외 여행 다니기 하느라.. 적적함을 느끼시지 않도록 제 인생 뒤로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3. 하지만 어떠한 노력에도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울해하실 줄 몰랐어요
    4. 성격도 변합니다. 약간의 우울증 같기도 한데,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여행가서도 짜증을 내거나 한숨만 쉬고 즐거워하지 않으신 적 많아요. 저는 힘들게 휴가내고 큰돈 들여서 왔는데..저도 힘들더군요
    5. 시간이 지나면 차츰 괜찮아집니다. 약 3년 후 잘 웃으시고 전처럼 돌아오셨지민 완전한 회복은 아닙니다. 정말 확 늙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자신감 결여. 정말 에너지 넘치던 분이셨는데 소심해지셨습니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볼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배우자 사망이 그렇게 큰 충격을 줄 줄 정말 몰랐어요. “병원에 누워있기만 해도 차라리 나을텐데”라고 하셨어요. 병간호 하더라도 혼자인 것보다는 낫다는 말씀이셨어요.
    7. 혼자남겨진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느셨어요. 의지할 배우자가 없으니 그 걱정은 더 크게 다가오나봅니다. 지금은 혼자 사시지만 결국 나중에는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요양원을 가게 될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도 자주하십니다.. 가족들이 잘 상의해야할 문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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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키도키용 2017/10/11 00:29

    담담하게 쓰셨지만 왤케 눈물이 날까요 ㅜㅜㅜㅜㅜㅜㅜㅜ 아버님 좋은 곳 가셨길 빕니다. 남겨진 상실감이 어떠한지 너무 잘 알기에 힘내시란 말밖에 못드려 죄송해요. 글구 어머님과 연락은 꼭꼭 자주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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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지인형 2017/10/11 00:32

    좋은 곳으로 가셨길!!!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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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C 2017/10/11 00:33

    글을 읽는데 감히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럽네요..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에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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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2JjY 2017/10/11 00:3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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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촘촘 2017/10/11 00:4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 아버지도 갑작스럽게 1년전에 가셨는데 아직도 현실 같지가 않아요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 거였던걸 알았다면 더 잘해드렸을텐데 매일 후회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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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yday 2017/10/11 00:52

    삼가고인의명복을 빕니다
    아버님 인상이 너무 좋으시네여 ㅜ
    좋은곳 가셨을겁니다 ㅜ 어머님.잘 보살펴 드리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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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매한아름 2017/10/11 00:59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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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대만때리자 2017/10/11 01:04

    갑작스러워 상심이 더 크시겠어요.
    저도 작년 4월에 아버지를 먼저 보내드렸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좀 오래 병원에 계시다가 가셨는데, 한순간이더군요.
    저희 엄마는 아버지 병수발을 좀 오래 하셔서 그런지,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오셔서 집안환기차 이불을 탈탈 털었는데
    갑자기 무거운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더래요. 그만큼 10년 가까웠던 병치레의 무게였겠죠.
    아빠에게 전념하던 모든 시간들이 이제 갈곳을 잃게 되자, 그 곳에 찾아온 공허함이 엄마를 조금 힘들게 했나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엄마를 제가 있는 곳에 몇 주 있다 가시게도 했지만, 스스로 그 시간을 견디는 게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갑자기 여유시간이 많아진 엄마는, 주기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생활리듬을 만들어가셨어요.
    아침에 운동하거나 등산을 가고, 목욕탕을 가고, 무료컴퓨터수업을 수강하고,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집정리하고 저녁먹고 일찍 잠에 드는.
    이것을 6개월 넘게 하셨어요. 힘들지만 조금은 강제적으로. 스스로에게 조금 다그치듯이.
    저도 거의 주말마다 오고가고를 했죠..
    삶이란 게 희한한게, 한 가지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있더라구요. 고비라기 보다는, 넘어야 할 고개가 있더라구요.
    그렇게 매번 그 고비를 넘기려하다보면 지난번 고비는 자연스레 옅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계속 트레이닝과도 같은 삶의 리듬을 반복하고 이겨가고 계십니다.
    엄마가 스스로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소보다 몇 배의 가족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아빠의 몫까지도.
    저는 아빠에게 이제 해드릴 수 없는것마저 엄마에게 모두 쏟아붓고 있네요.
    슬프고 힘들었던 마음 잘 이겨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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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aySOTIS 2017/10/11 01:04

    2015년 12/31일날 어머니가 갑자기 떠나셨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장례 치르고 난 영정사진이랑 집에서 같이 밥을먹었어요. 이렇게라도안하면 밥먹다가 울어버릴거같았거든요. 진짜 일어나는 모든게 다 현실이 아닌거같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어머니생각을하면 잘 생활하다가도 가끔 숨이 잘 안쉬어집니다. 그만큼 저희가족이 충격이 엄청났습니다. 꿈에서라도 한번 보게되면 안울어본적이없고요... 지금 글쓰면서도 가슴이 참 아픕니다.
    저는 그냥... 그래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게 친지들의 죽음같아요.. 이건 해소 할 방법도 없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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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ulGuardian 2017/10/11 01:04

    아버님 블로그를 가보니 서예도구들과 작품이
    눈에 익은 게 보이네요.
    저는 서예도구를 인사동에서 구입을 하는데
    아버님 작품중에 특정 필방에서만 판매하는게 금새보여요.
    아마도 우연히 저도 아버님이 지나시던 그 필방애서
    스치듯 인연이었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버님을 보내신 마음을 어떠한 위로의 말을
    어줍잖게 건내진못하는 부족함에 죄송합니다.
    아버님 블로그 에서 남기신 작품들 보면서
    서예인으로 남겨준 귀한 글과작품 감사히 보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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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창가에서 2017/10/11 01:11

    2년 반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큰일 치를 때는 경황이 없어 마구 지나갔었고, 한달 정도 지나니 시아버지께 우울증이 오더라구요.
    그렇게까지 사이 좋은 게 아니셨는데도 평생을 함께 한 반려자를 떠나 보내고 나니 [나도 빨리 정리하고 죽어야지]하는 생각 밖에 안하시고 툭하면 눈물 지으시고 하더군요. 저희는 반 강제로 아버님께 책임져야 할 일을 떠넘겼는데 (집 관리, 이사, 텃밭관리, 제사 주관 - 등등 아버님이 하실 수 있는 일들을 우린 못한다고 버티면서 '아버지가 이거 안하시면 어쩌냐' 고 우겼어요.) 결국 아버님께서 기운을 차리신 건
    키우던 개 두마리에 정을 쏟으시면서였어요.
    하루에 두 세 번 산책시키고 먹이고 씻기고 하시면서 나름 삶의 이유를 찾고 계셔요.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스트레스 점수 중 최 상위, 살면서 받는 전체 스트레스가 100 이라면 50에 달할 정도로 큰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두 분이 다정하셨다면 더 큰 사건일테니.. 서서히 어머님께서 마음 쏟고 하실만한 취미 활동을 찾으실 수 있게 도와드리면 좋겠다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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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乳母 2017/10/11 01: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 잘 추스리시고.. 어머니 상심을 잘 위로해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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