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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Velvia50과 Provia100F마저 사라진다면?

사진 필름을 제조하는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필름을 생산하던 회사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며, 필름 제조사 양대산맥인 코닥과 후지가 이런 저런 이유로 기존의 필름들을 단종시키던 중, 2018년도 가울에 코닥이 갑자기 슬라이드 필름을 새로 출시한다고 발표를 합니다. 2013년 그 사랑스럽고 고급진 컬러의 엑타크롬 E100VS 와 E100G 를 단종시켰던 코닥이 엑타크롬을 부활시켰고, 이름도 담백하게 E100 으로 출시하였습니다. 필름 캐니스터도, 박스 포장도 예전 엑타크롬 그대로!!!! 저는 씐나서 국내, 해외,,, 주문이 가능한 곳들은 무작정 오더를 넣어서 꽤 많은 물량을 확보하였습니다.... 신나게 서 너 롤 찍고 현상소별로 한 롤씩 접수해 현상을 받았는데.....
아뿔싸...
이건 내가 생각했던 엑타크롬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디지털 카메라 흉내를 낸 개성 없는 무색무취 발색... 아니 아주 무색은 아니고, Zone3, Zone4는 푸르딩딩 난생 처음 보는 종류의 컬러캐스트가, Zone7,8은 현상소마다 제각각 그린캐스트, 옐로우캐스트, 블루캐스트 아주 쌩쑈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반면, 디지털 스캔을 염두해두고 개발을 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스캔 후에 암부, 명부를 올리거나 내리는데 나쁘지 않고, 두 스탑 까지는 증감도 잘 먹히는 장점도 발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기대했던 발색이 아니었기에, 도무지 정이 가지 않습니다. 중형도 찍어보고, 일부러 반스탑 언더로 찍어보기도, 오버로 찍어보기도 했지만. 그냥 무난하기만 하고 색이 예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은 필름이었습니다. 좋은 필름이지만 애정하기 힘든 , 그런 필름.. 결국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래도 남는 것들은 모두 처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E100이 영화용으로도 발매가 되고, 영화용 필름을 저렴하게 말아쓰는 사람들이 생기다보니, E100 ( 또는 E100D) 의 색을 찬양하는 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100 발색이 그 사이 리뉴얼되었나 싶어서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아도 여전히 색은 허접했습니다. 그 허접해보이는 색을 보면서 황홀한 경험을 이야기 하는 글을 보며, 색을 보는 제 색감각에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의심도 해봅니다. 그런데, E100 색 좋다는 분들을 보니,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슬라이드 필름을 처음 쓰는 분들이었던 겁니다. 국내 유저들만이 아니라 해외 필름 뉴비들이나 유투버들도 마찬가지, 슬라이드 필름을 E100 으로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오히려 예전부터 생산되던 벨비아나 프로바이에 비해 E100의 발색을 더 좋아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8X10 대판으로 풍경찍는 해외 작가들도 촬영 루틴을 E100을 활용하는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E100 색을 싫어한 이유는 그 색이 기존의 슬라이드 필름에 대한 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발색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에 너무 사랑하던 E100VS나 E100G의 색과 너무 다르고, 지금도 가장 애착을 갖고 사용중인 벨비아50이나 프로비아100F 와 다른 성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거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선입견을 버리고 E100을 다시 써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그러나 여전히 색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부러 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이 잘 찍은 E100 사진을 찾아보려 합니다.. 죄송하게도 거의 다 별로네요. 정말 큰일입니다. ㅠㅠ
이게 왜 정말 큰일이냐면,,,
머지 않아 후지필름 놈들이 벨비아, 프로비아도 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생산 중단할 것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벨비아, 프로비아 없으면.... 하나 뿐인 취미,,, 사진 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E100으로 사진 생활을 즐길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해외 블로그도 뒤져보고, 거의 빅데이터 수준으로 작례들을 검토해봅니다.
다행히, 좋아보이는 결과물을 하나 둘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통점을 하나 찾았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warming filter 를 썼다는 점입니다.. 한 두 스탑 증감한 결과물도 괜찮긴 했는데.. 그건 나중에 테스트해보기로 하고, 우선 한 가지씩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81A 필터나 skylight 1A 필터도 생각해보았는데, 제 막눈으로는 필터 없이 쓴 사진과 구분 못할거라는것을 잘 알기에 패쓰..
이베이를 뒤져서 81B 필터, skylight 1B, 그리고 812 필터,,,, 이렇게 세 개를 주문해봅니다.
1B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 같네요... 제가 해외 작가들 사진 봤던건 아마 스캔 후 추가 보정을 꽤 한 듯 하군요 ㅠㅠ.. 여튼 81B 와 812 두 개는 결과물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핸드헬드로 그냥 들고 찍은거고,,, 필터 갈아끼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순서대로 바꿔가면서 찍는 동안 빛이 많이 변한 장면들도 있으이 감안해서 대충 봐야 합니다. 5000ED 로 세팅 고정 후 스캔했는데도 미세하게 스캐너 자체 보정이 들어간 듯 해서 네 장씩 한 번에 V850으로 다시 스캔했습니다. 나름 IT-8 타겟으로 캘리브레이션하고 스캔했는데도 아주 정확하진 않으니 양해바랍니다.
순서는 상기한대로 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
camera : Leica M7 a la carte
lens : LLL Elcan 50mm F2
film : Kodak Ektachrome E100 ( 2022유통기간, 냉동보관)
developed : E-6
scan : V850 pro ( 개별사진은 LS5000ED )
2024_08_19_0075_copy.jpg
[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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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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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77_copy.jpg
[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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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78_copy.jpg
[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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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79_copy.jpg
[UV filter > 1B skylight > 81B filter > 812 filter ]
812 필터와 81B 필터 끼우고 촬영한 추가 작례들입니다.
2024_08_19_0010_copy.jpg
E100 + 812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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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30_copy.jpg
E100 + 812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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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38_copy.jpg
E100 + 812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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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42_copy.jpg
E100 + 812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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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53_copy.jpg
E100 + 812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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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62_copy.jpg
E100 + Tiffen 81B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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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67_copy.jpg
E100 + Tiffen 81B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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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68_copy.jpg
E100 + Tiffen 81B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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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00 + Tiffen 81B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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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_08_19_0073_copy.jpg
E100 + Tiffen 81B warming fi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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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1006872_copy.jpg
필터 없이 찍은게 나은지, warming filter 끼우고 찍은게 나은지는 주관의 영역이긴 합니다. 또한 daylight balanced film 이기 때문에 5500K 색온도 기준으로 이보다 촬영 조건이 높은 색온도인지 낮은 색온도인지에 따라 색 밸런스가 달라지는게 너무도 당연하지만, 일단 저는 E100을 찍는다면 812 필터나 81B 필터를 끼우고 촬영할 생각입니다.
댓글
  • 솔빈이아부지 2024/08/22 09:19

    지극히 공감하는 바이며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덕분에 고민이 하나 줄어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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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brick 2024/08/22 09:23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원하는 색을 찾기 위한 여정을 재미있게 썼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고 그에 대응하는 토마토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찌 보면 토마토님의 멋진 사진들은 이런 디테일을 잡는 노력에 대한 산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여담이지만, 컬러리스트 하셔도 참 잘하셨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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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OM아톰 2024/08/22 09:32

    저도 필름을 정리한 이유가 ...
    필름 가격도 가격이지만 ... 필름의 Quality나 뽑아주는 발색이 예전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필름 시장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정말 최악의 딜레마에 놓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참 크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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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lecon™ 2024/08/22 09:35

    집에서 흔이 해먹는 음식들도 취미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시대인 것 같은데...
    신경쓸것도 손도 더 많이가는 필름
    그 필름에 대한 사랑이 정말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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