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협전스포)하면서 제일 기분 더러웠을 때

토사구팽 엔딩.

안 본 루트들 확인해 봐야지. 정도의 심정으로 당문 배반 루트를 눈 딱 감고 눌렀음.

이미 전성기는 지났고 병마로 죽어가고 있는 장문인.

솔직히 약했음.

그 생각부터 들더라.

뭐야 이게 장문인이야? 약하네.

(나는 이런 사람을 장문인이라고 떠들며 칭송한건가?)

그 생각이 들면서 조활이 겪었을 억울함이 떠오르더라.

이미 외성 제자로 냅두는 이유를 몇 번이고 봐서 알아.

근데 그것과 별개로 억울함은 있지. 약속이니까. 그 약속을 지키려 한 거니까.

탓할 수 없는 거지만. 그 과정에서 허비된 내 시간과 인생은?

당문에서의 나는 쓰기 좋은 일꾼이었을 뿐이니까. 바보같이 당문을 가족이라 여겼을 뿐이니까. 당문도 날 가족이라 생각했을까?

어느샌가 조활에 감정에 몰입해서 게임을 하며 조활의 울분을 같이 느꼈음.

당중령은 쉽게 쓰러트렸음.

정말... 약했어.

만약 그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난적이었을테지만 지금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싸우고 방울소리를 울리며 다가오는 소녀.

소사매.

아니 당묵령.

그녀가 전투태세를 갖추자.

나는 내가 가진 마지막 양심까지 버려야 했음.

나는 처음엔 죄악감을 느끼며 내 죄를 부정했음.

아니야! 내가 잘못한 게 아냐! 당문! 너희가 잘못한거야! 난 이렇게 강해졌는데 당문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너흰 날 얕잡아보며 외성제자로 머무르게 했어! 그러니 너희들의 탓이야!

그건 거짓말이었어.

당문은 그런 곳이 아니었으니까.

대사형은 장난만 치지만 은근히 날 챙겨줬지. 나랑 소사매의 관계를 진심으로 응원해준 것도 대사형이었고.

이사형은 모진 소리만 했지만 가끔 차가운 말투로 칭찬해주곤 했어.

삼사형은 날 열심히 부려먹지만 그가 일하는 양은 날 부려먹는 수준의 몇 배는 될꺼야.

사사형은 늘 돈만 밝히지만  빚더미의 당문을 지탱하려면 어쩔 수 없었단걸 알아.

당문은 내 가족이었어.

난 조씨지만 그들은 당씨지만.

그래도 가족이었어.

방울소리가 계속 울렸다.

방울 소리가 커질 때마다 내 심장이 아파왔다.

장문을 공격한 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뒤는 없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당묵령의 앞으로.

대사형과 함께 소사매를 만나러 간 그 지붕 위에서.

나는 칼을 쥐고 진심을 다해 견뎠다.

그녀는 제대로 공격하지도 않았다.

그저 방어하거나 암기로 견제만 뿌릴 뿐 날 쓰러트릴 수 없었다.

이게 그녀의 실력인가?

그녀의 방울소리가 들린다.

나는 절초를 사용해 그녀를 끝냈다.

그녀의 방울 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죽였다.

그리고 난 새로운 당문의 내성제자가 되었다.

원하던 인정을 얻었다.

힘도 나쁘지 않은 지휘도 얻었다.

당활이란 이름에 다들 겁을 먹었다.

하하하 보라지. 조활일 때는 얕잡고 괴롭히던 인간들이 당활이 되니까 나를 보고 고개를 조아리잖아.

배신자가 된 나는 어디에 있을지 모를 배신자를 강박적으로 찾아다녔다.

분명 원하던 것을 얻었는데 두려움과 공포가 날 사로잡았다.

행복하지 않았다.

아... 이것이 삶은개.

가족을 죽이고 가족을 찾는 멍청한 놈의 말로구나.

나는 죄책감을 못이기고 잠시 컴퓨터를 껐다.

활협전하면서 가장 불쾌했던 전개였음.

그 선택을 한 내 스스로가 역겨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