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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 괴문서) 하스미 앞에서 디저트 먹는 선생이 보고 싶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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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실현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방과 후 디저트부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언젠가 하스미가 했던 말이었다.


실제로 하스미는 디저트를 매우, 아주 많이 좋아했다. 상담이 있다며 선생을 불러낸 카페에서 수 많은 양의 디저트를 시키고는 행복하다는 듯 모조리 해치우지 않았나. 정작 선생을 불러낸 까닭은 다이어트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사실은 제쳐 두기로 하고.


본인이 털어놓기로는,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단 걸 찾고, 다시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던가.


물론 하스미의 스트레스는 단순 그녀의 체중 문제에 기인하지는 않을 터였다. 트리니티의 치안을 담당하는 무력 집단인 정의 실현부, 그것도 정의 실현부의 실질적인 수장, 츠루기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니, 어깨가 무겁기도 할테지.


하스미의 어깨가 결리는 탓은 단순히 그 때문은 아닐터지만.


그래도 선생은 하스미가 선생을 불러내 그리 푸념하며 수많은 디저트를 먹어 치워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냉정 냉철해보이는 평소 모습과 달리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그 나잇대다운 행복한 미소를 짓는 걸 보면 하스미도 여고생이구나, 하는 마음에 흐뭇해졌기 때문이다.


디저트를 다 비웠을 때쯤, 하스미는 자신을 막지 않은 선생을 토라진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그게 또 귀여워서 픽 웃고는 마는 게 늘 반복되는 하스미와의 상담이었다.


허나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모양이었다.


"딸기 파르페와 마카롱, 초콜릿 케이크에요."


선생은 눈 앞에 놓인 파르페와 마카롱, 초콜릿 조각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보통이라면 하스미의 앞에 놓여 있어야할 디저트들은 어쩐 일로 선생의 앞에 놓여 있었다. 정확하게는, 하스미가 포장해온 디저트를 선생 앞에 놓았다.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선생이 침 삼키는 소리가 아니었다. 눈 앞에 놓인 하스미가 침을 삼키는 소리였지.


"하스미? 이게 무슨 일이야?"

"자제력을 키우고자 합니다."

"자제력이라니, 무슨 자제력?"

"삼일 간 어떻게든 디저트를 참았지만, 한계에 봉착해서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디저트를 먹는 걸 보고 대리만족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하스미는 자꾸 디저트 쪽으로 향하는 눈길을 억지로 돌리며 말했다. 그 와중에 손까지 바들바들 떨리는 걸 보니, 자칫 방심했다간 포크도 뭣도 없이 손으로 저 디저트를 주워먹을 기세였다.


"고르고 골라서, 가장 먹고 싶은 것 세 가지를 사왔습니다. 부디 저 대신, 저 대신 맛있게, 즐겨 주세요……."


그렇게 먹고 싶다면 그냥 먹으면 될텐데. 자칫 비장하게까지 느껴지는 하스미의 부탁에 선생은 그 말을 조용히 삼켜내곤 포크와 스푼을 들었다.


"……."


하지만 눈 앞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사람이 먹는 걸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넘어갈 음식도 넘어갈 리가.


게다가 그냥 빤히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하스미의 시선이 선생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따라 다녔다.


펜대를 잡는 습관대로 굳은살이 박인 길죽한 손가락이 움직여 디저트를 떠내고, 그걸 입가로 옮겨 조금은 말라보이는 입술이 움직이며 디저트를 오물오물 씹어내고, 그걸 삼켜내며 울렁이는 선명한 목젖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당장이라도 입가에서 침을 줄줄 흘릴 것 같은 하스미의 빤한 시선을 견디며 디저트를 먹는 건 선생에게도 고역이었다.


평소에 그 냉정하고 평온한 모습의 하스미는 어디에 갔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결국 디저트가 반 쯤 남았을 때 선생이 스푼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저는, 저는 신경쓰지 말고……, 마저 드셔주세요."


처절하기까지 한 그 부탁에 선생은 다시 스푼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단 것을 싫어하지는 않으니 다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조금 물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중한 학생이 자기 나름대로 다짐과 각오를 가지고 부탁한 일인데, 고작 물린다는 이유로 그만 먹기에는 선생의 양심에 찔렸다.


선생은 하스미의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최대한 눈을 돌린 채, 디저트를 마저 해치우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려진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후우."

"하아……."


마지막 한 스푼을 해치우자, 선생의 입가에서 한숨이, 하스미의 입가에서 나즈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하스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스푼과 텅 비어버린 그릇 대신 선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부담스러운 침묵과 심상찮은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선생이었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니?"


"나도 참 이 나이 먹고 칠칠맞게." 그리 농을 던지며 입가를 정리하려는 선생의 손목을 하스미가 붙잡았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그거 아시나요?"


묘한 분위기였다. 눈 앞에 놓인 디저트, 그것도 그녀가 가장 먹고 싶어했던 디저트가 사라져가는 그 광경을 지켜본 하스미의 흥분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그녀의 동공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진정하렴, 이라고 말하며 선생이 그 손길에서 벗어나고자 해도 키보토스의 여고생, 그것도 정의실현부의 부부장 씩이나 되는 하스미의 힘을 선생이 감당할 수 있을리가.


"성관계는, 생각외로 칼로리 소비가 많다고 합니다."



-


 디저트를 먹은 선생을 먹으면 디저트를 먹는게 되지 않을까?

댓글

  • 룻벼
    2024/08/14 13:14

    그러게 마지막 한입까지 다 먹을게 아니라 어른의 달콤한 속삭임으로 하스미한테 아앙 떠먹여주기를 시전했어야지
    이건 선생님 잘못이 크다

    (u1SCxs)


  • 무난한닉네임
    2024/08/14 14:06

    바로 몸무게 정상화

    (u1SCxs)

(u1SC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