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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킹 헤일로와 터무니없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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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오늘도 일이 너무 많았어. 지치는걸.”

킹 헤일로가 트레이너실에 들어서며 한숨을 푹 내쉰다. 킹은 문지방을 넘자마자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트레이너 책상 앞에 놓인 본인 전용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바로 직전까지 지니고 있던 고풍스러운 태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생 많았어, 킹.”

트레이너는 그런 킹의 모습이 마냥 흐뭇해 환히 미소지었다. 언제나 많은 부담감에 짓눌려 사는 킹이 긴장을 풀고 편안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오직 이곳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오늘도 귀 마사지랑 꼬리 브러싱 해줄게.”

트레이너가 익숙한 손길로 우마무스메용 귀이개와 꼬리 브러싱용 빗을 꺼내든다.


“후후, 마침 기다리던 참이었어. 킹에게 봉사할 권리를 하사하도록 할게.”

킹은 멘코를 벗고 귀와 꼬리를 쫑긋대며 비로소 평범한 십대 소녀같은 표정을 그 얼굴에 띄웠다.


“읏… 후앗…♥”

우마무스메용 귀 세정제를 소량 떨어뜨리고, 손으로 귀 주변의 근육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풀어준다. 귀이개를 넣어 이물질을 조심스레 끄집어내고, 면봉으로 마무리. 킹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야릇한 소리를 참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해보지만, 트레이너가 절묘한 손놀림으로 정확히 기분 좋은 곳만 만져주는 통에 목소리가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고 만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꼬리야.”

베이비파우더를 귓속에 가볍게 도포한 뒤에 빗을 들어올리는 트레이너. 한쪽 무릎을 꿇고 킹의 꼬리를 무릎에 얹어 정성껏 빗어내린다. 꼬리 심을 세심하게 마사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말야, 어머니가 뭐라고 하신 줄 알아? 겨우 그거 이야기하려고 전화했냐는 거야! 허, 참! 어이가 없어서 정말!”

“와, 정말로? 그건 좀 너무하신데.”

“내 말이 그 말이야! 좀 격려해 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성격이 왜 그리도 배배 꼬여 있는지!”


꼬리를 브러싱하는동안, 킹은 한층 더 솔직해진다. 오늘처럼 어머니에 대한 불평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하루동안 먹은 식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격조 없이 대화하는 이 시간이 좋아서, 트레이너는 일부러 꼬리를 빗는 손을 늦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끝은 언제나 찾아오는 법이기에, 그는 컨디셔너를 짜내 킹의 꼬리에 골고루 바르며 아쉬움을 속으로 삼켰다.


“다음 레이스에서 어머니께 한 방 먹여 드리자고, 킹!”

“오호홋! 당연하지. 훌륭한걸, 트레이너. 트레이너도 일류의 마음가짐을 착실히 배워나가고 있어.”

“초일류 우마무스메 님 곁에서 착실히 학습한 덕분이죠.”

킹이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만족스레 미소짓는다. 트레이너의 적절한 호응 덕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녀의 웃음소리는 오늘따라 특히나 더 기운찼다.


-띠리링.

“응? 본가에서 원래 예정된 것보다 마중을 일찍 나왔네.”

킹이 핸드폰 화면을 보고 중얼거린다. 오늘 밤 8시 경에 마중오기로 했던 본가의 수행원이 약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모양이다.


“그래? 그럼 바로 가봐야겠네. 수행원 분들 기다리게 하는 것도 죄송하니.”

“뭐, 그렇지. 일류라면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는 법이야.”

“차까지 바래다줄게.”

“됐어. 어차피 건물 바로 앞인걸. 그래도 고마워.”

킹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일어선다. 그녀는 어느새 다시 ‘킹’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아, 맞다. 외박신청은 잊지 않고 제대로 해 뒀지?”

“물론이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트레이너야말로 내일 오전에 나 없는거 잊지 마. 저번처럼 헛걸음하지 말고.”

“아하하… 명심할게.”

트레이너가 멋쩍게 웃음짓는다. 실제로 킹이 본가에 가는 것을 깜빡하고 트랙에 나와 1시간이나 기다렸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맞다. 브러싱하다 나온 털은 어떡할까?”

“그냥 적당히 처리해줘. 내일 오후에 보자, 트레이너!”

킹이 트레이너실을 떠나자 정적이 감돈다. 트레이너는 손바닥에 놓인 킹의 꼬리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오므리며 꼭 쥐었다.


—————————————————


다음날, 킹은 본가에서 오전 일정을 소화한 뒤 트레센으로 복귀했다.


-어머머… 저 사람이지?

-보기하고는 다르게 엄청…


교실로 돌아가는 길, 어째서인지 우마무스메들이 킹을 가리키며 눈에 띄게 동요한다. 얼굴을 붉힌 채로 어쩔 줄 몰라하는 우마무스메들도 있다.


“흠, 뭐지? 드디어 일류의 격을 깨달은 건가?” 

선망 어린 그 시선이 적잖이 마음에 든 것인지, 킹은 보란듯이 머리칼을 휙 넘기며 미소지었다.


“저, 저기… 혹시 뭐 좀…”

“야, 야! 하지마! 죄송합니다!”

거리를 두고 있던 우마무스메 한 명이 킹에게 다가오려 하였으나, 곁에 있던 다른 우마무스메가 그녀를 막는다.


“...?”

방금의 태도는 무언가 이상하다. ‘폐를 끼치게 되니 하지 마라’가 아닌, ‘불똥이 튈 수 있으니 피해라’ 라고 말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킹은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석연찮은 감정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드르륵!

킹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아직 점심시간이 꽤나 남은 시점이었기에 적잖이 어수선했으나, 킹의 입장과 함께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뭐야? 정말. 영문을 모르겠네.”

킹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저, 저기, 킹 짱!”

“아, 스페 양. 안녀…”

“잠깐만 시간 내주라! 이, 이쪽으로!”

“자, 잠깐! 갑자기 무슨…!”

그때 쭈뼛거리며 다가온 스페셜 위크가 킹의 손을 잡고서 그녀를 이끌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황금세대 5인방이 아지트로 쓰는 빈 교실. 어찌된 일인지 세이운 스카이와 그래스 원더, 엘 콘도르 파사도 그곳에 나란히 앉은 채로 킹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 띄게 어색한 태도로 작게 손을 흔들며 킹에게 인사를 건네는 세사람.


“이야~ 킹짱. 보기보다 엄청 대담한걸? 벌써 트레센에 소문이 쫙 났다구~.”

먼저 운을 띄운 것은 세이운 스카이였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서는 특유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킹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소문이라니?”

킹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되묻는다.


“어, 어젯밤에… 늦게까지… 트레이너 님이랑… 오늘 오전에도 안나오고…”

스페셜 위크가 더듬거리며 말을 잇는다. 그녀 역시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응, 그랬지. 그게 왜?”

킹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자 스페셜 위크는 감명을 받은 듯했다.


“킹짱은 어른이구나…”

“?”

귀 마사지, 꼬리 브러싱, 본가 방문. 모두 대수롭지 않은 것들 뿐이다. 단지 그 뿐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킹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 어제가 first time 이었습니KA?”

이번에는 엘 콘도르 파사였다. 발표라도 하는 것마냥 손을 번쩍 들고 묻는다.


“아니? 벌써 여러번 했는데?”

“¡Dios mío! 언제 adult의 stair를 올라간 겁니KA?!”

“Adult의 stair? 어른의 계단이라고? 겨우 그거 가지고 너무 호들갑 떠는 것 아니야?”

“¡Madre mía!”

엘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다. 이쯤 되니, 몰래카메라라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 있는 집안은 뭔가 다르네~. 부자들만의 문화라는 건가?”

“있는 집안이라니? 그거랑은 별 상관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세이 양은 한 번도 안 해봤어?”

“나,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달까…. 조금 더 천천히 절차를 밟아서….”

스카이는 귀를 접어내리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킹의 의문이 한층 더 깊어진다. 고작 귀마사지와 꼬리 브러싱을 하는데 마음의 준비까지 필요한 건가?


“한 번도 안 해봤다니, 빠른 시일 내에 경험해보길 추천해. 담당 트레이너와 유대감을 높여주는 좋은 행위라고?”

“어머나. 흥미가 생기네요~. 저도 트레이너 님께 말씀드려 볼까요?”

“안될 거 없지. 분명 그래스 양의 트레이너도 기뻐할걸?”

“후후… 그럴까요? 기대되네요.”

그래스 원더가 왜인지 섬뜩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키, 킹 짱….”

그때, 스페셜 위크가 바들바들 떨며 킹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 그치만… 그런건… 결혼하고 나서 하는게 맞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트레센을 졸업한 후에…!”

“아니, 그러니까 다들 왜 그렇게…”

어이없어하며 반박하려던 킹의 말이 순간 멎는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위화감이 그녀의 말을 멈춰세웠다.


“...잠깐만, 우리 지금... 내가 어제 귀마사지랑 꼬리 브러싱한 얘기 하고 있는 거 맞지?”

너무 당연해 구태여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전제였지만, 왜인지 꼭 확인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어라?”

“귀청소?”

“꼬리브러싱?”


킹의 발언에 나머지 4명이 동시에 의문을 표한다.


“어… 그치만…”

“분명히… 뾰이…”

“뾰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킹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빽 지른다. 대화가 맞물리지 않았던 이유를 킹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귀마사지 및 꼬리 브러싱 이야기를 할 때, 나머지는 모두 뾰이에 관한 이야기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오해가 생긴 것인지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머나…? 그럼, 킹 짱의 트레이너 님은 왜….”

그래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한다.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킹 짱의 트레이너 님께 가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킹에게 그리 권했다. 킹은 다시 되물을 기운조차 아까워 즉각 몸을 돌려 트레이너실로 뛰쳐나갔다.


-쾅!

“트레이너!”

트레이너실 문을 부수듯이 열어젖히는 킹. 하지만 트레이너는 그 안에 없었다.


“하필 이런 때에! 어딜 돌아다니는…!”

킹이 건물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그녀는 근방에 우마무스메들이 부자연스럽게 모여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역시 여기에…! …어?”

예상대로 그 우마무스메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트레이너였다. 그에게 가서 오해를 풀고자 하려던 킹은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아, 킹! 본가에서 볼일은 잘 보고 왔어?”

트레이너가 킹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킹은 덜덜 떨리는 손을 겨우 들어 트레이너를 가리키며 물었다.


“왜… 왜, 당신한테서 내 냄새가 풀풀 나고 있는 거야?”

“냄새? 나 냄새 나?”

트레이너는 킹의 물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살펴보았다.


“아주 대놓고 내 냄새를 풍기고 있잖아! 이러니 다들 오해를 하지!!”

킹은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트레센의 모두가 자신을 보며 알 수 없는 태도를 취한 것도, 황금세대들이 그토록 과민반응을 보였던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트레이너가 이 정도로 자신의 체취를 풍겨대면, 두 사람이 아주 격렬한 뾰이를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히토미미인 트레이너는 알지 못했지만, 트레센의 온 우마무스메들은 그 강렬한 향기를 맡고서 아주 단단히 오해를 하고 말았으리라. 킹 헤일로와 그 담당 트레이너가 밤늦게까지 뾰이를 해버렸노라고 말이다!


킹이 한달음에 트레이너에게 다가가 그의 품을 이곳저곳 뒤진다. 자신의 냄새를 짙게 풍겨대는 근원을 찾기 위해서.


“이거… 뭐야?”

그 근원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킹은 트레이너의 안주머니에서 꺼낸 부적을 그의 코앞에 들이밀고 정체를 물었다.


“아, 어제 브러싱해서 나온 꼬리털을 그냥 버리기가 왠지 아까워서 평소에 지니고 다니는 부적에 넣어뒀어!”

해맑게 대답하는 트레이너를 보며, 킹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적당히 처리하라고 말한 것은 분명 자신이지만, 이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처리하리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당장 버려! 당장!!!”

“뭐? 그치만…”

“그치만이고 뭐고 버리라고!”

킹은 트레이너를 윽박질러 부적을 버리게 하고, 트레센의 우마무스메들에게 해명하는데 꼬박 이틀을 썼다.


참고로, 그 이틀 중 하루는 나중에 결혼날짜 잡히면 청첩장 달라고 놀려대는 황금세대들을 쫓아다니는데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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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꼬리털 모아서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개변태같은 생각이 떠올라서 써봤음


댓글

  • 면먹는하마
    2024/08/13 23:40

    음 야미

    (YxBlen)


  • K200APC
    2024/08/13 23:59

    오....

    (YxBlen)


  • 히지리 뱌쿠렌
    2024/08/14 00:22

    '나 담당이랑 뾰이했어염'

    (YxBlen)

(YxBlen)